[신간] 살구 농원 술래잡기

  • 입력 2026.10.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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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제공

「살구 농원 술래잡기」이 2026년 10월 12일 나왔다. 지은이는 정기현 지음이다. 펴낸 곳은 은행나무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8,000원, ISBN은 9791167376961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억지로 불러낸 인공 마음이 아니라 어디선가 푹 솟아난 자연 마음 이상문학상 우수상·이효석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정기현 신작 소설 “정기현의 작품은, 이야기가 허구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속하는 한에서, 세상을 달리 보게 해주었다.”

_이성민(철학자·번역가)

2025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2026년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소설가 정기현의 신작 장편소설 《살구 농원 술래잡기》가 은행나무출판사 ‘시리즈N’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집과 중편소설을 차근차근 거치며 정기현의 세계는 더욱 풍성해지고 넓어졌다.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이 “걷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중편소설 《이웃집의 탐스러움》이 이웃과 “지금보다 복잡하고 자세한 사이”가 되고 싶게 하는 이야기였다면, 그의 첫 장편소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게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는 ‘향주읍’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난 의문스러운 살구나무 도난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들을 그린다. 작은 세무사무소에서 일하는 ‘기정’,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노년의 여성 ‘선열’, 아무와도 왕래하지 않는 의문의 과수원 주인 ‘박정김’.

농원의 살구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기이한 사건이 그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그러나 사건만큼이나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도 기묘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전사(前史)와 더불어 개개인의 관계 맺음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사연들로 겹겹이 소설은 다채로워진다.

이 “이야기의 이야기”(이성민 철학자)에서는 이야기 그 자체가 이야기에 대한 알레고리로 작동하며 독자들이 기꺼이 그것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한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씩씩하고 기세 좋게 나아가는 이 소설을 따라 읽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그것을 증명하듯 각각의 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 인물에게 대가 없는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 인물과 나 사이 관계에 따라 그의 판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 그럼 인물이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자라면 어떨까? 그럴 때 우리는 이야기 자체를 본다. (48~49쪽)

엉키고 뒤섞이고 잡아먹고 잡아먹혀도 계속해서 빈자리를 메꾸며 흘러가는……

향주의 한 세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기정은 언제나 “삶에 단순하고 가뿐한 태도로 임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그의 주 업무는 세무사 ‘문종일’을 위해 세무사무소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스크랩하여 모아두는 것.

대형 사건 사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작지만 묵직한, 밀도 높은 기사”를 스크랩하는 기정은 신문 위 글자가 말하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렇게 “감정사가 된 기분”으로 기사를 살피던 기정의 눈에 한 가지 기사가 들어온다. 두 농장의 살구나무 80여 그루가 밑동만 남긴 채 말끔히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감겨가던 기정의 눈길을 문득 사로잡는 기사가 있었다. 살구나무 도둑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는 문장마다 물음표를 남겼는데, 이전 문단에서 생긴 물음표는 다음 문단에서 바로 소거됨과 동시에 또 다른 물음표가 뒤이어 얼굴을 내밀었다. 좋은 기사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52쪽)

기정은 이 기사-이야기를 자신의 친구 선열에게 들려주기로 결심한다. 우연한 몇 번의 마주침 끝에 친구가 된 부자 할머니인 선열은 기정과 만날 때마다 손에 용돈 봉투를 쥐여준다. 평생 쓰고도 남을 만한 돈을 가진 그가 무슨 이유로 이곳 향주까지 흘러 들어오게 된 것일까.

한편, 살구나무 도난 사건의 당사자인 ‘박정김’ 역시 이름만큼이나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향주에서 한차례 열풍이 지나간 접합과일을 고집스레 키우고 있는 과수원 주인. 그 역시 “재밌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들과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수록 기정의 호기심은 커져만 간다.

과수원에 들어서자마자 본래 캐물으려던 이야기는 빼곡한 나무 사이로 숨어버리고 새로운 이야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나무와 나무의 접합에 관한 이야기가. 아리송한 맛의 열매에 대한 이야기가. (104쪽)

향주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의 실체는 술래잡기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기정의 삶 속으로 계속 틈입하는 다른 이들의 삶-이야기.

선열이 향주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이유와 그 후의 결심, 박정김이 접합과일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키우게 된 원인, 호주에 사는 단 하나뿐인 친구 ‘재영’이 말해주는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기정은 계속해서 먹어 치운다. 기정이 보고 듣고 겪고 소화한 그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어디로 향하게 되는 것일까.

기정이 아아, 내게도 긴긴 이야기의 첫 장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깨닫자 신문에서 읽던 장면, 눈앞에서 목격한 장면, 매일 반복되어 이제는 지루해진 장면, 당신에게는 특별하겠으나 다른 이들에겐 그저 단신 기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장면들이 작은 봉분 아래 엎드려 절했다. (240~241쪽)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겹쳐지며 탄생하는 단 하나의 초접합-이야기 《살구 농원 술래잡기》에서 이야기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자주 식욕으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기정이 “장수일보”에서 “고구마 요리 효능 기사”를 읽는 것은 곧 그가 고구마맛탕을 먹으러 가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문종일과 선열과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것은 가마솥밥과 살구나무 도난과 관련된 기사이다. 박정김을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은 그의 이름 없는 접합과일을 맛보면서부터 시작되며, 심지어는 그의 초접합과일 ‘두두’를 먹고 뒤이어 사람의 일부를 베어 물면 그 사람의 마음을 곧장 획득할 수 있다.

이처럼 두 가지 욕구가 끊임없이 등치되며 소설은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쩌면 사람의 삼대 욕구 이외에 중요한 또 한 가지 욕구는 이야기하기/되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면 (……) 무언가 이야기 비슷한 것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계는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곳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들은 한데 모였다 흩어지고 재생성되는 식으로 순환한다.

그렇게 뭉친 한 이야기의 결말을 꼭꼭 씹어 소화하였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다음 이야기를 향해 한 발짝 내디딜 수 있게 된다.

문종일이 어느 순간 푹 빠져 그 밖의 것은 모두 놓아버리다시피 한 나무 도둑 이야기는 이렇게 한 땀 더 길어졌다. 기정이 새로 떠낸 코를 이어받은 문종일과 김장숙은 한동안 또 새로운 갈래의 뜨개질을 이어나갈 것이다. (181쪽)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아카이브 지금 007 2장 움직여! 061 3장 두두 187 발문 284 작가의 말 293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정기현 (지은이)

2023년 문학 웹진 림(LIM)에 〈농부의 피〉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중편소설 《이웃집의 탐스러움》 등이 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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