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의 눈으로 다시 쓴 심청전…인천시립무용단 ‘먼 눈’

  • 입력 2026.10.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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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제공

인천시립무용단이 고전소설 ‘심청전’을 심봉사의 내면에서 바라본 창작무용극 ‘먼 눈’을 무대에 올린다. 인천시는 작품이 11월 13일과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다고 29일 밝혔다. 효녀 심청의 희생과 효를 중심에 둔 익숙한 서사에서 벗어나, 딸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아버지 심학규의 욕망과 선택, 그 뒤에 남는 죄책감을 춤으로 풀어낸다. 안무는 백현순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심청의 희생에서 심봉사의 선택으로

‘먼 눈’은 심청의 희생을 효의 이야기로만 따라가기보다 심봉사가 어떤 마음으로 선택에 이르는지에 초점을 둔다. 작품 속 심봉사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인 동시에 딸을 사랑하고, 한 번이라도 딸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 바람은 딸을 향한 애정에서 시작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욕망과 맞닿는다. 작품은 두 마음이 한 인물 안에 함께 있다는 점을 따라가며 심봉사의 내면을 그린다.

심봉사의 소망은 “한 번만이라도 네 얼굴을 보고싶다.”는 말로 제시된다. 그가 눈을 뜰 수 있다는 ‘공양미 삼백석’ 이야기를 접하면서 소망은 선택의 문제로 바뀐다. 인천시 설명에 따르면, 어처구니없는 소문은 심봉사에게 눈을 뜰 수 있는 기회처럼 다가오고, 그는 사랑과 욕망 사이에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작품은 심봉사를 처음부터 나쁜 아버지로 그리는 대신,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로 다룬다. 그 선택이 청이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이 남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이다.

‘심청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무대가 따라가는 것은 심청의 효행만이 아니다. 딸의 희생으로 이어진 아버지의 욕망과 선택, 그리고 선택 뒤에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함께 놓인다. 심봉사는 딸을 사랑하면서도 자기 욕망을 좇았고, 작품은 그 두 마음이 선택의 순간과 결과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움직임으로 펼친다. 인천시는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가까운 딸을 보지 못한 ‘먼 눈’

작품 제목 ‘먼 눈’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면서, 먼 곳만 바라보는 눈을 뜻하기도 한다. 심봉사에게 빛은 단순히 시력을 되찾기 위한 조건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삶과 존엄을 회복하고 싶은 욕망이며, 동시에 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유혹이다. 빛은 희망과 욕망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함께 지닌다.

작품은 손에 닿을 듯하지만 멀리 있는 빛을 향한 욕망이 커질수록 정작 가까이에 있는 딸 심청이 보이지 않게 되는 심봉사의 처지를 다룬다. 눈을 뜨고 싶다는 바람과 딸을 향한 사랑은 작품 안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심봉사는 딸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지만, 그 얼굴을 보려는 욕망이 공양미 삼백석이라는 소문과 연결되면서 청이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선택을 한다. 빛을 향한 바람이 딸을 잃는 결과로 돌아오는 서사다.

인천시는 ‘먼 눈’이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넘어, 허상을 좇느라 아끼고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소개했다. 작품은 심봉사의 시선과 선택을 통해 가까운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을 함께 비춘다. 이때 ‘먼 눈’은 심봉사의 신체적 결핍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눈을 뜨는 일과 딸을 다시 만나는 일이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작품의 이야기 안에 담긴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리적 재회, 눈을 뜬 뒤에도 이뤄지지 않는 상봉이 무대에서 이어진다.

빛과 어둠, 눈과 손으로 그리는 내면

‘먼 눈’은 빛과 어둠, 눈과 손을 시각적 모티프로 삼아 심봉사와 심청의 이야기를 움직임과 이미지로 표현한다. 작품의 문은 형태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열린다.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심봉사가 세상을 감지하는 방식을 보여준 뒤, 딸의 얼굴을 손끝으로 더듬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인천시는 이 장면들이 심봉사의 내면을 춤으로 펼쳐내는 흐름을 이룬다고 밝혔다.

이후 무대는 소문이 욕망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심봉사가 선택한 뒤 밀려오는 광기와 죄책감을 다룬다. 춤으로 표현되는 것은 사건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는 심봉사의 심리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회 장면도 서사에 포함된다. 그러나 눈을 뜬 뒤에도 심봉사가 원하는 상봉은 이뤄지지 않는다. 작품은 이 장면을 통해 빛이 무엇인지, 꿈은 무엇인지 되묻는다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무대에는 춤과 이야기 외에도 라이브 연주, 회전무대, 작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상, 조명이 결합한다. 인천시는 여러 무대 요소가 서사와 상징을 구현하고 심봉사의 내면을 시각화한다고 밝혔다. 빛과 어둠, 눈과 손이라는 모티프도 이런 무대 장치와 움직임을 통해 표현된다. 시는 자비 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심봉사와 제물이 된 소녀 심청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백현순 안무·박성식 심봉사…창작진과 출연진

안무는 백현순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창작진에는 대본을 쓴 유임하, 음악 작곡을 맡은 김백찬, 조명디자인 김철희, 영상디자인 황정남, 의상디자인 민천홍, 분장디자인 소인경, 무대감독 서승진이 참여한다. 인천시는 이들이 춤과 음악, 무대 요소를 결합해 작품의 서사와 상징을 무대에 구현한다고 전했다.

박성식 상임부안무자는 조안무를 맡는 동시에 심봉사 역으로 출연한다. 인천시 설명에 따르면 그는 고뇌하는 심봉사의 양면성을 지닌 인간 심리와 마주하는 인물을 그린다. 박성식은 ‘만찬 – 진, 오귀’에서 박수무당 역을 맡았고 ‘풍속화첩 춘향’에서는 변학도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자신의 욕망을 좇는 인간의 모습을 함께 품은 심봉사다.

심청 역은 홍수연이 맡는다. 인천시는 홍수연이 인천시립무용단의 창작작품에서 눈에 띄는 춤으로 관객에게 인상을 남겨왔다고 소개했다. 제사장 역에는 강렬한 춤 연기로 여러 작품을 이끌어온 유나외가 출연한다. 상인들의 수장 역은 전수진이, 유혹 역은 박진아가 맡는다. 시는 전수진의 피지컬이 춤의 그림을 완성하고, 박진아가 장면에 활력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먼 눈’은 11월 13일과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작품은 심봉사의 시선을 통해 ‘심청전’을 다시 바라보며, 딸의 희생으로 이어진 선택과 그 뒤에 남은 죄책감을 춤과 음악, 영상, 조명으로 무대에 올린다.

출처 : 인천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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