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가명정보를 활용한 정책 연구와 데이터 제공 경험을 공유하고, 다음 해 연구·사업을 준비하는 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28일 서울 써밋원 서울역점에서 열린 ‘2026년 가명정보 활용 지원체계 성과공유회’에는 가명정보 활용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연구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이 참석했다. 연구기관은 데이터 확보와 활용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발표했고,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은 가명정보 제공을 준비하며 쌓은 실무 경험을 나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가명정보 활용 지원체계의 지원 내용을 안내했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으로 정보주체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 활용하려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명처리와 결합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행사가 현장 경험을 나누고, 차년도 연구 과제를 준비하는 기관이 새로운 활용 방안을 기획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교통·복지·건강·교육 연구에 활용된 가명정보
한국도로교통공단과 이민정책연구원,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연구재단 등 4개 연구기관은 각자 추진한 정책 연구에서 가명정보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개인정보위는 기관별 발표를 통해 교통안전과 복지, 건강, 교육 등 여러 분야의 활용 사례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연구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와 건강상태 간 특성 연구’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외국인의 기초생활 잠재적 수급자 분석’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체력100 참여자의 체력 수준 및 건강증진 효과 분석’을 연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BK21 사업 수혜 연구인력의 사회 진입 및 경력 형성 성과 분석’ 사례를 발표했다.
행사에서는 연구기관이 데이터를 요청하고 확보하는 과정도 다뤄졌다. 가명정보를 활용한 연구는 연구기관만의 업무로 끝나지 않고 자료를 가진 기관과의 협의, 가명처리, 결합 절차를 거친다. 이에 따라 연구기관 발표에서는 데이터 확보 과정의 애로사항과 지원받은 내용이 함께 공유됐다. 참석 기관은 사례 발표에 이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안내한 지원 내용을 살펴보고, 자체 연구와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데이터 제공기관이 전한 제공 준비 경험
데이터 제공기관으로는 경기도청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근로복지공단이 참여했다. 세 기관은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의 입장에서 가명정보 제공을 준비하고 연구기관과 협력하며 겪은 실무 경험을 전했다. 발표 주제는 노인 간병 고위험군 분석, 공공임대주택의 출산율 영향 분석, 중소기업 취업 지원 사업의 성과 분석과 관련된 데이터 제공 사례였다. 개인정보위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제공기관의 관점에서도 활용 절차와 협력 과정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보험 데이터를 연구기관에 제공한 경험을 발표했다. 장우근 근로복지공단 과장은 올해 6월 원스톱 지원센터와 가명정보 처리 위탁 계약을 맺은 뒤 4개월간 연구기관 4곳에 고용보험 데이터 1억5000만 건 넘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건당 평균 소요 기간은 지난해 6개월 이상에서 올해 1개월로 줄었고, 지난해 1년 동안 2건이던 결합 실적은 올해 4개월 동안 4건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 제공 및 데이터기반행정 평가에서 가점 5점도 받았다고 밝혔다.
| 항목 | 지난해 | 올해 |
|---|---|---|
| 건당 평균 제공 소요 기간 | 6개월 이상 | 1개월 |
| 결합 실적 | 2건 | 4건 |
장 과장은 재식별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감사 부담, 심의위원 섭외를 현장의 장벽으로 꼽았다. 다른 기관 발표에서도 제공에 필요한 역량과 내부 절차가 거론됐다. 이민정책연구원 유민이 실장은 데이터 보유 부처의 가명처리 전문성이 부족해 자료 반출이 늦어졌다며 교육과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용재 과장은 내부 전문가가 없어 전산부서 4곳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성진욱 수석연구원은 데이터를 제공할 유인이 없었다며 행정안전부 평가를 활용해 지방공기업까지 제공을 의무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서울 지원센터 발굴 사례와 연구 진행 상황
서울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를 통해 발굴된 사례 2건도 발표됐다. 강원대학교는 ‘전암성 위병변 위험요인 규명을 위한 지역사회 코호트 추적조사 연구’를 소개했다. 전암성 위병변은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병변으로 설명됐다. 연구진은 2003~2007년 양평 지역 코호트에 참여한 711명을 20년 만에 다시 추적하고 있지만, 재검진에 응한 사람은 100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등 의료정보를 결합해 추적 과정에서 생긴 손실을 보완할 계획이다.
강원대 이동규 연구원은 연구가 8월 적정성 심사를 통과했지만 발표 시점까지 데이터 결합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이미 거쳤는데 자료 반출 과정에서 또 심의를 받는 점이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장기간 진행되는 코호트 연구에 맞는 표준 절차를 마련해 달라는 제안도 발표했다. 연구 대상자의 재검진만으로 추적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정보 결합을 추진하는 연구 내용과, 결합 절차를 진행하며 겪는 심의 부담이 함께 소개됐다.
경동도시가스는 ‘실거주 판정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가명정보 활용 연구’를 발표했다. 도시가스 사용량을 활용해 전세대출 권리조사 때 실제 거주 여부를 가려내는 연구다. 합작법인 프롭데이터가 경북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경동도시가스와 함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적정성 심의 과정에서 주소가 쟁점이 돼 동과 호수는 지우고 층수만 남겼으며, 5세대 이하 구간은 삭제했다고 박계순 경동도시가스 차장이 설명했다. 알고리즘 개발은 마쳤고 연말과 내년에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심의·서식·데이터 표준화 과제도 제기
참석자들은 가명정보 활용 과정에서 심의와 서식 부담을 줄여 달라는 의견을 냈다. 김민규 한국도로교통공단 차장은 심의 일정과 기관별 내부 절차, 폐쇄망 분석 도구 반입에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김다영 경기도청 주무관은 서식이 많아 위험성 검토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차소영 한국연구재단 실장은 결합전문기관이 지위 유지 심의를 받느라 일정이 두 달가량 멈췄다고 설명했다. 각 기관의 절차와 서류 작성, 심의 일정이 연구 진행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현장 의견으로 제시됐다.
데이터를 결합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맞추는 문제도 논의됐다. 유민이 이민정책연구원 실장은 외국인의 성명 표기가 기관마다 달라 자료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등록번호를 결합키로 허용받았다고 설명했다. 성진욱 서울주택도시공사 수석연구원은 입주 자격이 138개로 나뉜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보유기관의 전문성 부족과 제공 유인 문제, 연구기관의 심의 부담에 더해 결합키와 데이터 항목을 맞추는 문제까지 발표와 토론에서 거론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사례 발표 뒤 가명정보 활용 지원체계의 지원 내용을 안내했다. 개인정보위는 참석 기관들이 실제 활용 사례와 지원 내용을 함께 살펴보고, 차년도 가명정보 활용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연구자와 데이터 제공기관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고, 실제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 성과공유회가 새로운 연구와 사업을 준비하는 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가 다양한 분야의 정책 연구와 서비스 개발에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연말에 추가로 발굴될 가명정보 활용 사례와 연간 지원성과를 종합적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공유회에서 나온 연구기관과 데이터 제공기관의 사례, 지원체계 안내 내용을 바탕으로 차년도 연구·사업을 준비하는 기관의 과제 기획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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