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살예방정책의 책임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민간으로 넓히는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계획을 심의·확정하고 제4기 민간위원을 위촉했다. 계획은 기존 9대 분야별 대책을 통합·조정·보완해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수립됐다. 정부는 2024년 인구 10만명당 29.1명이던 자살률을 2030년까지 18.9명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자살대응실 설치, 위기군 발굴, 정신건강 치료 확대와 함께 부처 및 지자체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자살률은 29.1명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27.8명으로 감소했다. 2026년 1~7월 자살사망자는 잠정 7,4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3명 줄었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위기 대응과 사회경제적 지원, 대상별 예방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의 실적을 관리할 계획이다.
| 구분 | 자살률·사망자 수 |
|---|---|
| 2024년 자살률 | 29.1명 |
| 2025년 자살률 | 27.8명 |
| 2026년 1~7월 사망자 | 7,432명 |
| 2025년 1~7월 사망자 | 8,475명 |
| 2030년 목표 자살률 | 18.9명 이하 |
9대 분야 대책을 법정 기본계획으로 통합
정부는 2025년 9월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마련해 국가 자살예방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를 출범시켰고, 2026년 6월부터 9월까지 자살예방대책의 핵심이 될 9대 분야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분야별 대책에는 학생·청소년, 경제적 위기자,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미디어·온라인,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특수직군·집단 보호, 범죄피해자 회복지원이 포함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그동안 마련된 대책을 하나의 법정 계획으로 묶고, 정신건강 치료와 인공지능·데이터 활용 등 기존 대책에 담기지 않은 과제도 추가했다.
계획의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국가와 지자체, 민간이 생명보호의 주체가 되고,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024년 29.1명이던 자살률을 2030년 18.9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목표 감축률인 33.3%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등 자살률이 높았던 국가의 실제 감소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라트비아는 2016년 17.7명에서 2021년 12.7명으로, 리투아니아는 같은 기간 27.3명에서 18.5명으로 낮아졌다.
기본계획은 9대 분야 대책을 B.A.S.I.C.의 5대 전략으로 정리했다. 정부는 기존 정책의 한계로 단일 부처 중심 대응, 신청주의 기반 지원, 자살의 근본 요인 해소 노력 부족, 데이터 활용 미흡, 지자체와 민간의 협력 부족을 제시했다. 이를 보완해 위기 발생 때 대응하는 안전망, 위험군을 먼저 찾는 예방, 채무·빈곤·고립·돌봄 등 원인에 대한 지원, 대상별 통합정책,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의료·언론·법률·사회복지·심리·민간협력 분야 전문가와 자살유족, 청년 등 현장 관계자도 제4기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한 총리는 위촉장을 수여하며 민간위원들에게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 아낌없이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위기 발생부터 치료·회복까지 대응 확대
생명지킴 안전망 전략에는 자살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국가자살대응실 설치가 담겼다. 국가 차원에서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지역의 대응 상황을 관리·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센터당 2026년 5.0명에서 2027년 7.1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입원하지 않는 자살시도자에게도 최대 24시간의 일시보호서비스를 제공해 상담과 회복을 돕고,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연계한다. 응급이송체계를 개선하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와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확대한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현재 14곳에서 2030년 17곳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2025년 93곳에서 2026년 100곳, 2027년 103곳으로 늘리는 계획이다.
정신건강 치료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정신응급 필수의료 지정과 병상 확충, 고위험군 치료 거점의료기관 지정을 추진한다. 난치성 우울증 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환자가 희망하는 친구나 동료 등으로 가족상담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포함했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는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정부는 가족상담의 고위험군 급여 인정 횟수 확대도 추진한다.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기관을 늘리고 치료비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위기 대응 전략에 함께 담았다.
계획은 자살시도 이후 필요한 지원이 이어지도록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서비스 간 연계도 다룬다. 정신의료기관의 의료인이나 직원이 당사자 동의를 받아 자살예방센터 등에 사례관리를 의뢰할 경우 ‘지역사회 사례관리 의뢰’ 등에 수가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자살시도자에게는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을 활용해 위험군을 찾아 연계한다. 정부는 위기 대응 기관과 인력을 늘리는 한편 상담·치료·보호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위험군 먼저 찾고 채무·고립 등 원인 지원
적극적 발굴·예방 전략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기관을 직접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계기관이 먼저 위험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고위험군 의뢰를 확대하고, 당사자가 서비스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도 설득과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 기존 체계도 활용한다. 자살 관련 데이터 수집 체계는 현재 정신문제·경제문제·질병문제·가정문제 등 7가지로 단순화된 동기 분류를 27개까지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수집된 정보와 건강보험, 사회보장급여 수급 이력 등을 결합해 분석할 기반도 조성한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살위험 예측과 지역별 자살동향 분석을 추진한다. 109 상담일지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처럼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도 인공지능이 지원하도록 해 관련 전문인력이 상담과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분류를 상세화하고 다른 행정정보와 결합해 분석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계획에 정신건강 치료와 인공지능·데이터 활용을 새 과제로 포함했다고 밝혔다.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 전략은 채무와 빈곤, 고립, 돌봄 부담을 자살위험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보고 지원을 연계한다. 과도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구제·지원 제도를 안내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 ‘빚으로 답답할 때 일상치료’ 1375 운영을 10월부터 시작한다.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제공 등 지원도 확대한다. 중위소득은 2027년 6.7% 인상하고 자살고위험군 긴급생계비 지원을 추진한다. 가족휴가와 주야간 보호, 돌봄휴직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했다.
대상별 정책과 부처·지자체 책임 강화
맞춤·통합형 정책은 학생·청소년, 범죄피해자, 특수직군, 자살유족 등 대상별 특성과 위험 경로에 맞춰 예방·치료·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상별 대책을 주관해 발표한 부처를 중심으로 책임 부처를 정한다. 청소년은 교육부, 범죄피해자는 법무부, 경찰은 경찰청, 군인은 국방부, 병역의무자는 병무청, 감정노동자는 고용노동부가 맡고, 채무와 빈곤·고립·돌봄 부담은 각각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다. 학생·청소년 대책에는 경쟁·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질문·토론 중심의 수업문화를 조성하는 내용과 ‘학생마음건강 실태조사’를 통한 원인 파악 및 맞춤 대책 마련이 담겼다.
범죄피해자는 수사 단계 전 과정에서 위험을 확인하고 지원하며, 경찰·해경·소방·군인·병역의무자 등은 직군별 특성에 맞춘 예방·진단·치료 지원을 추진한다.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은 2026년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자문단을 통해 유족의 참여를 보장하고, 유족보호관 제도를 마련해 자살 발생 이후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9대 분야별 대책을 주관하는 부처를 중심으로 대상별 정책의 책임과 성과를 관리하기로 했다.
국가·사회 책임 강화 전략에 따라 중앙행정기관과 시·도는 기본계획에 근거한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실적을 관리·평가한다. 각 부처는 소관 대상과 정책에 맞춰 결과 중심의 중간지표를 설정하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이행 상황을 관리한다. 지자체는 자살률뿐 아니라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 추진 노력도 평가받는다. 평가 결과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공개할 계획이며 우수기관에는 포상과 재정 지원을 연계한다. 지자체 합동평가와 지역안전지수, 사회보장평가 등 기존 평가체계와 자살예방 정책의 연계도 강화한다.
한 총리는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별 실적을 살펴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고 우수한 노력을 이어가는 지방정부에 평가와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각 중앙부처와 시·도는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 실적을 관리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년 이를 평가하며, 정부는 평가 결과 공개와 개선·인센티브를 연결해 2030년까지 계획 이행을 관리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회의 뒤 서울 보라매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지원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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