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일상 대화와 감정적 위로, 정신건강 상담에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안전한 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정신건강의 날인 10월 10일을 맞아 이용자용과 아동·청소년 및 보호자용 등 2종의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한 달 이내 AI 이용 경험이 있는 15~79세 1019명을 조사한 결과, 68.8%가 정서적 목적으로도 AI를 이용했다. 응답자 10.6%는 주변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AI의 조언을 바탕으로 퇴사나 이별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AI를 정신건강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진단이나 치료, 사람과의 대화를 대신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권고했다.
과제·검색에서 위로와 상담까지 넓어진 이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최근 1개월 이내 생성형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15~79세 국민 1019명이었다. 생성형 AI 이용 현황과 정서적 의존, 대인관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정신건강 영향, 정책 수요 등을 물었다. 응답자 81.3%는 과제·업무나 정보 검색·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AI를 처음 이용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는 응답자 68.8%가 일상 대화, 감정적 교감과 위로, 정신건강·심리상담 등 정서적 목적으로도 이용하고 있었다.
정서적 목적 이용의 세부 항목은 일상 대화·말동무 54.4%, 감정적 교감·위로 48.4%, 정신건강·심리상담 44.1%였다. 정서적 목적으로 이용한 응답자들은 AI를 쓰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든 즉각 대화할 수 있다는 점, 소문날 염려가 없다는 점, 사람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주제라는 점 등을 들었다. 해당 이유를 꼽은 비율은 각각 85.6%, 71.9%, 70.9%였다. 주변에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라는 응답도 62.6%였다. 청소년의 이용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15~18세 응답자 201명 가운데 69.2%가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도움 경험과 함께 확인된 이용 조절의 어려움
응답자의 79.9%는 AI의 답변이나 조언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상황이 명확하게 정리됐다는 응답은 54.9%, 감정의 원인을 돌아보게 됐다는 응답은 49.7%였다. 몰랐던 정신건강 정보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알게 됐다는 응답은 49.8%였다. 한편 AI와의 대화를 끊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16.3%였다. 대화 시간을 조절하지 못해 수면이나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은 경험은 9.8%, 주변 사람과 상의하지 않고 AI 조언만으로 퇴사·이별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경험은 10.6%로 조사됐다.
정서적 목적으로 AI를 이용한 사람에게서는 이런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를 전체 응답자와 정서적 목적 이용자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 조사 항목 | 전체 응답자 | 정서적 목적 이용자 |
|---|---|---|
| 현실 일에 집중하려 해도 대화를 계속함 | 16.3% | 23.4% |
| 대화 시간 조절 실패로 수면·일상에 방해 | 9.8% | 15.1% |
| AI 조언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림 | 10.6% | 17.8% |

AI 대화를 바탕으로 자신을 우울증·불안장애 등 특정 정신질환이라고 판단하거나, 답변을 의학적 진단처럼 받아들인 경험은 전체 응답자의 14.6%였다. 자신의 정신건강이 좋다고 답한 집단에서는 9.3%, 보통이라고 답한 집단에서는 18.2%, 나쁘다고 답한 집단에서는 33.9%였다. 그러나 AI가 제공한 정신건강 조언을 전문가에게 묻거나 공식 자료로 확인한 경험은 11.9%에 그쳤다. AI가 사실이 아니거나 해로운 조언을 확신에 찬 어조로 답해 전문가로 착각한 경험은 16.5%였다. 심리적 불안이나 우울감, 자해·자살 충동 등 위기 상황을 털어놓은 응답자 115명 중 49.6%는 AI와 대화를 중단하는 것 외에는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개인정보 보호하고 AI의 답을 진단으로 여기지 않도록
모든 이용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세 가지 핵심 메시지와 21개 권고문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마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살펴보고 정해두세요’다. 정신건강 목적으로 AI를 이용하기 전 서비스의 목적과 대상, 효과의 근거, 개인정보 처리 방식을 확인하고, 의학적 효과를 내세우는 서비스라면 공인기관의 검증·승인 여부를 살펴보도록 했다. 이름·연락처·주소 같은 개인정보와 진단서·처방전·검사결과지 등 민감한 자료는 입력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대화의 범위와 종료 시점도 미리 정하도록 했다.
설문에서 사적인 정보는 스스로 걸러서 말한다는 응답은 61.0%,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익명화하거나 생략한다는 응답은 56.6%였다.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 느끼면 화제를 바꾸거나 대화를 끝낸다는 응답은 50.8%였다. 대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불안해한 응답자는 38.0%였다. 두 번째 핵심 메시지는 ‘내 상태에 대한 AI의 말을 결론으로 삼지 마세요’다. AI의 정신건강 진단이나 위험도 평가를 확정적인 의학적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가능성도 살펴보도록 했다. 정신건강 정보와 조언은 학회·정부기관의 검증 자료나 전문가를 통해 확인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는 내용은 그대로 따르지 말라고 안내했다.
세 번째 메시지는 ‘AI와 거리를 두고,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세요’다. AI를 실제 사람처럼 여기거나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AI 이용이 늘거나 가족·친구와의 관계가 줄어드는 경우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도록 했다.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나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며,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답변을 받거나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는 가까운 사람과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고했다. 자료에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락처로 안내됐다. 불쾌하거나 유해한 답변을 경험한 응답자 146명 가운데 45.9%는 그냥 넘어가거나 대화를 이어갔다고 답했다.
청소년·보호자 지침 마련…교육 프로그램도 추진
아동·청소년용 지침은 AI의 답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먼저 살피고, 이름·학교·주소·연락처·사진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했다. 원할 때 언제든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AI 캐릭터를 실제 친구나 연인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살펴보도록 권고했다. 고민을 AI에게만 털어놓고 있다면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야기하고,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답변을 받으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부모·교사 등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리도록 했다. 학교 상담 선생님과 Wee클래스, 청소년상담1388,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도움을 받을 곳도 미리 알아두도록 했다. 청소년 응답자 중 스스로 AI에 의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1.7%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보호자에게는 AI 이용을 무조건 금지하거나 통제하기보다 자녀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는지 먼저 이해하고, 안전한 이용 방법을 함께 정하도록 안내했다. 아이가 AI를 이용하기 전에 목적과 방식에 관한 기본 규칙을 정하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서비스인지와 개인정보 보호 설정 등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AI 이용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꾸짖거나 금지하기보다 아이의 이용 방식을 듣고 대화하도록 했다. 청소년 응답자 83.1%는 보호자가 자신의 AI 이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보호자와 이용 규칙을 함께 정한 비율은 2.5%였다. 보호자는 AI 이용 시간과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변화가 있는지 살피고, 우울감이나 자해·자살 생각 등 위기 신호가 나타나면 가까운 사람과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고받았다.
정신건강 관련 AI 이용에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6.9%였다. 응답자가 꼽은 정부 역할은 지침을 제시하는 안내 45.0%, 법으로 규제 41.9%였다.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AI 정신건강 가이드라인 수립 및 법·제도 정비가 68.7%, 대화 기록 저장·활용 규율과 이용자 통제권 보장이 66.8%였다. 대화 데이터 관리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79.9%, AI 정보의 오류와 편향을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 교육은 79.0%, AI에 의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대화를 이끄는 법 교육은 77.8%였다.
보건복지부는 교육·임상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주체적인 AI 이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전문가·현장과의 소통 및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선영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생성형 AI는 정보와 정서적 도움을 얻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친절하고 확신에 찬 답변이 항상 정확성이나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AI는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는 만큼,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도움을 적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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