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 권리화 기준 정비…특허·저작권·디자인에 사람 기여 명시

  • 입력 2026.10.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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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발명과 창작물이 특허·저작권·디자인으로 보호받으려면 사람의 실질적인 창작 기여가 있어야 한다는 정부 기준이 분야별로 정리됐다. 국무총리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2026년 10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계승균 민간위원장 주재로 제42차 본회의를 열고 AI 활용 발명 특허출원 가이드라인 등 안건을 심의·확정했다. 지식재산처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보고한 안내서는 특허 출원부터 저작권 등록과 분쟁 예방, AI 학습의 공정이용, 디자인 출원까지 AI 활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권리 쟁점을 다뤘다.

이번 회의는 생성형 AI가 창작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특허·디자인·저작권 분야별로 AI 활용 창작물의 권리화 기준을 함께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서는 지식재산 공정질서 확립을 위한 AI 활용 발명 특허출원 가이드라인, 생성형 AI 관련 저작권 가이드라인 세 종류, AI 활용 디자인 출원 가이드라인이 보고됐다. 이와 함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운영세칙 일부 개정안도 심의·확정됐다.

특허 발명자 인정 기준은 사람의 실질적 기여

지식재산처는 AI를 활용한 고품질 발명은 보호하고, 사람의 실질적인 기여 없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무분별하게 출원하는 사례에는 엄정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 ‘AI 활용 발명 특허출원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가이드라인은 AI를 발명 도구로 썼더라도 발명 과정에서 사람이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AI가 발명자가 될 수는 없으며, 단순한 지시만 내리거나 AI 결과물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출원한 경우에는 사람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사람의 기여가 의심되면 심사관은 거절이유를 통지하면서 자필서명한 발명자 확인서 등 입증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이 든 사례에는 연구자가 직접 설계한 특수한 물리적 조건과 파라미터를 AI에 입력해 특정 기계장치의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도출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일반적인 데이터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설계한 조건을 활용했다는 점이 사례로 제시됐다.

또 AI가 제안한 수백 개의 화합물 후보 가운데 연구자가 전문 지식으로 유효한 후보를 골라내고, AI가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분자구조 일부를 수정한 경우도 발명자로 인정될 수 있는 사례다. AI가 이론적으로 제안한 신소재 배합 비율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실제 합성 실험을 해 결과를 구체화하는 경우도 제시됐다. 반대로 AI에 일반적인 지시를 하거나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한 경우는 사람의 실질적 발명 기여가 없는 사례로 분류됐다.

저작권 등록·분쟁 예방 안내서 세 종류 보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생성형 AI의 학습과 결과물 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쟁점을 다루는 안내서 세 종류를 보고했다. 등록 안내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되는 AI 활용 저작물은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담았다. AI 산출물 자체는 등록할 수 없지만, 산출물을 선택·배열·구성하는 과정에 사람의 창작적 기여가 있다면 편집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분쟁 예방 안내서는 AI 결과물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기존 저작물을 인식하고 그에 바탕해 결과물을 생성했는지, 즉 의거성이 있는지와 AI 결과물의 창작적 표현이 기존 저작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지를 살펴보도록 했다. 두 요소를 기준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안내서의 발간 일정은 등록 안내서와 분쟁 예방 안내서가 국문 2025년 6월, 영문 2025년 11월로 제시됐다.

안내서다루는 쟁점주요 기준
저작권 등록 안내서AI 활용 저작물 등록사람의 창작적 기여
분쟁 예방 안내서AI 결과물의 침해 판단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공정이용 안내서AI 학습 목적 저작물 이용저작권법상 공정이용 판단 요소

안내서는 생성형 AI 활용 과정에서 마주치는 쟁점을 등록, 결과물에 따른 분쟁, 학습 목적의 저작물 이용으로 나눠 설명한다. 등록 안내서와 분쟁 예방 안내서에 이어 공정이용 안내서도 별도로 마련돼 AI 학습 단계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안내서 세 종류를 통해 AI 활용 저작물의 등록 가능 범위와 결과물의 침해 판단,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을 각각 다루도록 했다.

AI 학습 공정이용은 네 요소 종합 판단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는 AI 학습에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담았다. 안내서에 따르면 상업적 목적의 학습이나 웹 크롤링 방식의 학습이라고 해서 공정이용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이용 여부는 네 가지 요소를 종합해 판단한다. 첫째 이용의 목적과 성격, 둘째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셋째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넷째 이용이 해당 저작물의 현재 시장이나 가치 또는 잠재적인 시장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정 조건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네 요소를 함께 살피는 기준이다. 이 안내서는 국문판이 2026년 2월, 영문판이 2026년 5월 발간되는 일정으로 제시됐다.

지식재산처는 AI 활용 디자인의 권리화를 돕기 위한 별도 출원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AI는 디자인 창작자가 될 수 없으므로 출원서의 ‘창작자’란에 AI 이름을 적을 수 없다. 다만 사람이 디자인의 전체적인 심미감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적인 특징을 착상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구체화하는 등 실질적인 창작 기여를 했다면 등록이 가능하다. 디자인의 형상·비율·구성·색채 등 심미감에 영향을 주는 구체적인 지시어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개선한 경우가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례로 제시됐다.

반면 기존 의자 디자인 샘플을 AI에 입력한 뒤 ‘개선된 의자를 만들어줘’라는 일반적인 지시만 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출원하면 사람의 실질적 창작 기여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에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은 디자인 창작자와 AI의 역할을 구분하고, 출원인이 창작 과정에서 한 구체적인 기여를 기준으로 등록 가능성을 설명했다. 특허와 디자인 모두 AI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인정되거나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구체적인 기여가 판단 기준으로 제시됐다.

심사기준 고도화·표준계약서 배포 추진

지식재산처는 앞으로 AI 발명과 출원 사례를 축적해 심사기준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창작자 적격성이 의심되는 경우 입증자료를 요구하는 심사지침을 마련하고, 고의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출원에는 특허 거절이나 무효 등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할 방침이다. AI로 만들어진 결과물의 권리 여부뿐 아니라 출원 과정에서 발명자 기여를 확인하고, 부적절한 출원에 대응하는 절차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AI 기업 특화 상담창구를 운영했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96건을 지원했으며, 연내 ‘AI 학습 목적 저작물 양도 이용허락 표준계약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AI 활용 저작물을 등록할 때 인간의 기여도를 명시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정보명세서’ 도입도 추진한다. 등록 단계에서 사람의 기여 정보를 함께 표시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본회의에서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운영세칙 일부 개정안도 심의·확정됐다. 개정안에는 위원회의 국무총리 소속 변경과 전문위원회 개편 등 지식재산 기본법 시행령 개정사항을 반영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승균 민간위원장은 “AI는 이제 창작의 보편적인 도구가 되었지만, 지식재산 제도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의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며 “오늘 논의한 가이드라인이 AI를 활용한 정당한 창작은 두텁게 보호하고 무분별한 출원은 걸러내는 공정한 지식재산 질서의 기준이 되도록, 국제규범 논의에서도 우리나라가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표준계약서를 연내 배포하고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정보명세서 도입을 추진한다. 지식재산처는 AI 발명·출원 사례를 축적해 심사지침과 제재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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