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수사하면서 국내 자료 보유 기관 11곳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신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국내외 기관과 전문가 등 14곳에 자료를 요청했고, 11곳에서 회신을 받았다. 해외 학술지 등 해외기관 3곳은 회신하지 않았다. 경찰은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뒤 1년8개월 만에 불송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고, 피고발인 조사는 한 의원 배우자 진은정씨에 대한 서면조사 1회에 그쳤다. 미국 자료 확보를 위한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이 검찰에서 반려된 뒤 추가 요청도 없었다. 윤 의원은 수사에 실질적인 증거 확보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조 요청이 반려된 경위와 당시 한 의원의 관여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며 문제 될 만한 사안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발장 접수에서 불송치까지 1년8개월
경찰은 한 의원이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2022년 5월 딸의 ‘허위 스펙’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당시 수사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맡았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2023년 1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청 자료를 받은 윤 의원은 수사 기간 중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없었고, 피고발인 중 조사받은 사람은 한 의원의 배우자 진씨뿐이었다고 밝혔다. 진씨 조사는 대면이 아니라 서면으로 한 차례 이뤄졌다.
고발인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각각 네 차례와 두 차례 대면조사를 받았다. 이는 피고발인 조사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진씨 서면조사 이후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법리를 검토한 뒤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사 종료 후 경찰은 재수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2024년 6월 우종수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많은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받은 자료에는 국수본과 서울청 사이 사건 보고 현황에 관해 경찰청이 “보고 이력·주체는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한 내용도 포함됐다.
국내 11곳에 보낸 자료 요청 공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내 기관과 해외 학회 등 모두 14곳에 자료를 요청했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11곳에서 회신이 왔고, 회신 기관은 사기업 4곳, 지방자치단체 3곳, 학술단체 2곳, 전문가 2명이었다. 원문 자료는 이들을 모두 국내 기관으로 추정했다. 해외 학술지 등 해외기관 3곳은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경찰은 공문 사본과 기관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공문과 명단이 수사서류에 포함돼 있거나 공개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 구분 | 내용 | 수치 |
|---|---|---|
| 자료 요청 | 국내외 기관·전문가 | 14곳 |
| 회신 | 자료를 보낸 곳 | 11곳 |
| 미회신 | 해외 학술지 등 해외기관 | 3곳 |

윤 의원은 회신을 받은 11곳이 사실상 강제수사가 가능한 국내 기관이었다고 주장하며 경찰이 압수수색 대신 협조요청 공문만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열심히 수사했다고 내세우는 14건의 협조요청 공문 가운데 11곳은 사실상 강제수사가 가능한 국내 기관들이었음에도 경찰은 협조요청 공문만 보내고 끝이었다”며 “이는 전형적인 면피성·형식적 수사로, 경찰이 정말 실질적인 증거 확보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관 명단과 공문 사본을 공개하지 않아 각 기관에 어떤 자료를 요청했고 어떤 자료를 받았는지는 자료에 드러나지 않았다.
서면조사와 영장 신청 없는 수사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 관련자 조사도 피고발인 가운데 진씨에 대한 서면조사 1회로 확인됐다. 반면 고발인 안 소장과 김 대표는 경찰에서 대면조사를 받았다. 윤 의원은 피고발인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을 한번도 신청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불송치한 것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며 “고발인들만 소환 조사하고 직접 혐의를 확인해야 할 피고발인은 안방에서 답변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준 것을 공정한 수사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조사 경과와 수사 책임자의 과거 발언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피고발인 조사와 자료 요청 내역 등을 공개했지만, 우 전 본부장은 재수사 불가 결정 직후 “많은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경찰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피고발인 조사 방식과 영장 신청 여부를 지적했다. 한편 경찰청은 국수본과 서울청 사이 사건 보고가 이뤄진 시점이나 보고 주체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료에는 수사 기간 중 기관 간 보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공조 반려 뒤 추가 요청 없어
경찰은 미국에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신청했으나, 2022년 12월 검찰에서 반려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실체 규명에 반드시 필요한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사안의 경중을 볼 때 미국의 공조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경찰은 반려 이후 추가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윤 의원에게 “서울경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공조를 요청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진씨를 서면조사하고 해외 학회 등에서 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불송치 사유는 혐의별로 달랐다. 업무방해 혐의는 한 의원 딸의 논문이 제출된 학회에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표절한 내용을 토대로 전자책을 제작·판매했다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원저자의 고소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민주당은 10일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이 반려된 경위를 문제 삼으며 당시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관여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외국인 저작권자로부터 승낙까지 받은 사안”이라며 의혹을 부인했고, “청문회 당시 민주당 측에서 마구잡이식 고발을 했을 뿐, 문제 될 만한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경찰 수사의 강제수사 여부와 미국 공조 반려 이후 추가 요청이 없었던 점을 들어 수사 과정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 의원과 당시 검찰 관계자들에게 공조 요청이 반려된 경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의원은 의혹을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2023년 1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제공된 자료에는 이후 추가 공조 요청이나 재수사가 이뤄졌다는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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