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늘의 기세

  • 입력 2026.10.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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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제공

「오늘의 기세」(부제 쓰고 돌보고 기어이 떠나는 날들)이 2026년 11월 5일 나왔다. 지은이는 이현 지음이다. 펴낸 곳은 창비이다.

분야는 에세이, 정가는 15,000원, ISBN은 9788936463731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오늘을 사는 데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기세다!

동화보다 재미있는 동화작가의 인생 밀리언셀러 작가 이현의 첫 에세이집 예상 밖의 사람들, 뜻밖의 동물들, 자꾸만 벌어지는 일들 웃다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들썩이는 이야기 생생한 문장과 거침없는 유머, 어린이의 마음 곁에 가만히 다가앉는 시선으로 20여년간 이야기를 써온 작가 이현이 첫 에세이 『오늘의 기세』를 펴냈다.

『짜장면 불어요!』(창비 2006)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으며 동화의 세계에 들어선 그는 밀리언셀러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와 『로봇의 별』, 청소년소설 『라이프 재킷』 등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의 가장 든든한 이야기꾼이 되어왔다.

이번에는 이야기 속 인물이 아닌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다. 작가로 먹고사는 일, 아이를 키우고 어린이들을 만난 시간, 세렝게티와 세계 곳곳의 여행까지, 쓰고 돌보고 기어이 떠나온 날들이 열세편의 글에 담겼다.

동물의 생태를 꿰뚫는 관찰력, 삶의 고비마다 일단 뛰어들고 보는 배짱, 그리고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감칠맛 가득한 언어. 동화 속에서 빛나던 이현의 장기가 에세이라는 새 무대에서 한층 자유롭게 펼쳐진다. 김혼비 작가가 추천사에서 “이건 오직 이현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라고 단언한 이유다.

“어떤 일을 10년쯤 하면 숙련되게 마련이다. (…) 그런데 사는 일은 어째서인지 도무지 능숙해지지가 않는다.”(8면) 책은 이 고백에서 출발한다. 서른이 되면 삶이 좀 쉬워지느냐는 딸에게 작가는 정직하게 답한다. “아니, 마흔도 안 그래. 쉰도 안 그래. 예순도 안 그럴걸? 이게 원래 안 쉬워.”(10면) 초원의 왕 사자도 사냥의 열에 일곱은 실패한다. 그렇다면 어차피 쉽지 않은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현의 대답은 ‘기세’다. 출발 다섯시간 전에 항공권을 끊어 유럽으로 날아가고, 한밤중에 식탁을 서재로 들이겠다며 다리를 뜯어냈다가 망치로 다시 박고는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 정말.

가족과 친구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네가 기어이 그랬구나”(34면)인 이 작가의 이야기는 페이지마다 웃음이 터지고, 그 끝에서 코끝이 찡해진다. 실패와 서투름을 감추지 않는 목소리가 저마다 고단한 오늘을 건너는 독자의 어깨를 다독인다. 동화보다 재미있는 동화작가의 인생이다.

“쓸 수는 있으니까”

월급도 퇴직금도 없이, 좋아하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 첫 책을 내고 전업 작가가 되자 현실이 닥쳤다. “월급도, 퇴직금도, 해고수당도 없다. 게다가 나는 싱글맘이었다.”(38면) 그래도 그는 하고 싶은 일을 밥벌이로 삼는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압도적인 송곳니도, 남다른 속도도 없이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달리는 아프리카들개처럼, “쓸 수는 있으니까”(112면) 쓰고 또 써서 아이를 키웠다.

그 집요함은 집필 방식이기도 했다. 사자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작가는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없었다.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쓰냐는 말에는 “그럼 타임머신 타고 가서 역사동화 쓰고, 에스에프 쓰냐?”(27면) 하고 큰소리친 뒤, 책과 다큐멘터리로 초원을 파고들었다.

딸이 “집에서 누린내 나는 거 같아”(28면)라며 항의할 정도였다. 그렇게 초원에 발 한번 들이지 않고 쓴 『푸른 사자 와니니』는 열권의 시리즈로 이어졌다.

밥벌이의 결산도 유쾌하다. 한병에 6천원 하는 유자주스 앞에서 망설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 강연장의 어린이들은 작가가 테슬라쯤은 타는 줄 안다. 까만 플라스틱 반지를 블랙 다이아몬드로 오해한 어린이들에게 “설마 가짜 보석을 하고 다니겠어요?”(105면)라며 능청스럽게 시치미를 떼고, 성공에 운이 따랐다고 말하다가도 “저기, 제가 실력이 없다는 말씀은 드린 적 없습니다만?”(115면) 하고 받아치는 목소리가 통쾌하다.

“편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딸과 어린이들, 교실과 초원의 생명 곁에 서는 일 밥벌이보다 어려운 건 엄마 노릇이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어떤 면으로 ‘천덕꾸러기’였던 작가는 고학년이 되자 느닷없이 ‘서울대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우량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교과서보다 만화책을 챙기던 우량주에게 돌아온 것은 날 선 질책이었다.

그래서 딸에게만큼은 공부나 성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았다. 뭐든 네가 행복한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하며, 자신이 갖고 싶었던 엄마가 되었다고 뿌듯해하던 어느 날 딸이 물었다.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어린 시절의 부담을 고스란히 덜어주었으니 계산대로라면 좋은 엄마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돌아온 건 정반대의 의심이었다. “인생에는 도무지 수식이 적용되지 않는다.”(45면)

문학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사자도 사냥에 애를 먹는다는 생태의 재미를 알아줄 줄 알았지만, 정작 아이들 마음에 닿은 건 무리에서 쫓겨난 와니니의 처지였다. 학교를 찾은 작가에게 건넬 포스트잇에 어린이들은 자신이 “쓸모없는 아이인 것 같다고 연필로 한 자 한 자 적었다”(47면).

고민 끝에, 그리고 그 뒤로도 어린이들을 계속 만나며 알게 된 것은 그래도 아이들이 “기를 쓰고 괜찮으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아이들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는 뜻밖에도 다리를 저는 떠돌이 수사자 아산테 아저씨였다. 작가조차 “응? 그 아저씨를?”(53면) 하고 놀랄 정도였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되묻자 어느 날 한 어린이가 답했다. “편이 없으면 와니니는 어떻게 살아요?”(53면) 특별하다고 장담하는 대신 ‘괜찮다’고 말해주는 내 편. 어쩌면 아산테 아저씨는 작가의 “어린 마음이 꿈꾸던 내 편”(54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글 또한 아이들 곁에 그렇게 머물기를 바란다.

돌봄의 시선은 초원의 생명에까지 닿는다. 엄마에게 “내가 사자를 낳았구나”(77면)라는 말을 듣던 육식주의자는 고기를 끊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핀다 보호구역에서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던 어린 기린이 사자들에게 사냥당한 밤, 생태라는 말로는 다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을 마주한다. “다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너”(148면), 이현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네가 기어이 그랬구나”

세렝게티에서 산티아고, 그리고 낯선 바다까지 마침내 찾아간 세렝게티. 항공권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60면)는 작가는 머릿속으로만 그린 풍경이 틀렸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초원은 상상 그대로였다.

“그러니까 나는 가보지도 않고 제법 갔다 오기라도 한 것처럼 동화를 썼던 것이다!”(63면) 사냥에는 소질이 없어 “뒷골목의 양아치”(25면)처럼 남의 먹이를 넘보는 수사자, 암컷이 무리를 다스리는 “자못 과격한 페미니스트”(67면) 점박이하이에나도 작가의 입담을 거치면 옆집 이웃처럼 살아난다.

네번의 아프리카 여행은 그에게 쉬운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는 카카오페이 같은 방식으로만 ‘기부’를 받겠다는 ‘원칙 있는’ 경찰, 그 일화를 우스개로 주고받는 여행자들 틈에서 웃음기 없는 눈빛을 하던 현지 가이드 ‘피스’, 한달 내내 “아이 러브 아프리카”(166면)를 외치면서도 기념품을 팔러 달려드는 사람들에게는 투덜대는 여행자.

작가는 속으로 묻는다. 그러니까 그것이 너의 사랑입니까? 그러나 곧 자신도 다르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 역시 먹고살 걱정 없는 먼 도시에서 온 이방인일 따름이었다. 세렝게티를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여기면서도, 그곳에서 살라고 한다면 “그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도망칠 것”(166면)이라고.

그래서 그는 끝내 이렇게 쓴다. “나는 차마 내가 아프리카를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겠다.”(167면) 쉽게 사랑을 말하는 대신 자신의 불편함까지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이 망설임이 이 책의 여행 이야기를 흔한 여행기와 다른 자리에 놓는다.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를 끝내고 맞은 육십은 “예의상 초대했을 뿐인데 진짜 문간에 나타난 손님”(185면) 같다. 집 청소도 안 끝냈는데 말이다. 그러니 떠나야 한다. 언제는 너한테 명분이 없었겠니, 지인들의 코웃음을 뒤로하고 오른 산티아고 순례길.

첫날 몰골이 처참해 그날 만난 순례자들에게 두고두고 “너 아직 집에 안 갔구나?”(187면) 하는 놀림을 듣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돌아갈 버스부터 검색했던 그는 새로 산 트레킹화가 아까워 하루만 더, 하루

목차는 다음과 같다.

왕과 나 왜 기어이 유전자 믿어볼까요 세렝게티는 죽지 않는다 사자의 결심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메뉴판은 됐고요 교실에 다녀와 나의 너 사랑이라는 흔한 말 어린이문학 사자를 쓰는 마음 작가의 말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현 (지은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를 오래 써왔다. 100만부 넘게 읽힌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를 완간했으며, 동화 『짜장면 불어요!』 『장수 만세!』

『악당의 무게』 『플레이 볼』 『조막만 한 조막이』 『연동동의 비밀』 『오늘도 용맹이』, 청소년소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호수의 일』 『라이프 재킷』 등을 썼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창원아동문학상, 권정생문학상 등을 받았고, 『푸른 사자 와니니』는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수상 : 0 년 창비 좋은어린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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