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어린 딸들을 남겨두고 입대해 전사한 고(故) 진성대 이등중사와 고 이석우 하사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4일 울산광역시 동구 보훈복지회관에서 두 전사자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합동으로 열었다. 진 이등중사는 뱃속의 딸을 두고 자원입대했고, 이 하사는 네 살과 한 살 된 두 딸을 남겨둔 채 입대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각각 경북 영천과 강원 인제에서 발굴됐으며, 유가족이 제공한 유전자 시료와 비교해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두 전사자는 올해 각각 열한 번째와 열세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2000년 4월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진 이등중사가 279번째, 이 하사가 281번째다. 두 유가족의 고향인 울산 동구에서 함께 열린 행사에는 울산 동구청장과 울산전몰군경유족회 등이 참석했다. 전병희 국유단장은 유가족에게 귀환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발굴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 전사자 | 신원 확인 순번 |
|---|---|
| 진성대 이등중사 | 279번째 |
| 이석우 하사 | 281번째 |
진성대 이등중사, 2017년 영천에서 유해 수습
진성대 이등중사는 1929년 9월 경상북도 경주시 상서면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아내 김일녀 씨와 혼인한 뒤 1948년 12월 자원입대했다. 입대 당시 아내는 딸을 임신 중이었고, 딸 진정자 씨는 아버지가 입대한 지 6개월 뒤인 1949년 5월 태어났다. 진 이등중사는 국군 제8사단 소속으로 복무했으며, 1950년 9월 13일 영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사 후인 1950년 12월 30일에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국유단은 2017년 4월 경북 영천시 임고면 노항리 진격산 440고지에서 제50보병사단과 함께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본격적인 발굴에 앞서 사전 탐사 중 위팔뼈 한 점이 식별됐고, 이후 국유단 전문 발굴팀이 투입돼 고인의 유해를 수습했다. 영천지구 전투가 벌어진 이 고지는 과거 여섯 차례 발굴 작업이 이뤄져 유해 80여 구가 출토된 곳이라고 국유단은 밝혔다. 진 이등중사의 유해가 발굴된 지 7년 뒤인 2024년 1월, 딸 진정자 씨가 예비군 동대장의 권유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53사단 소속 예비군 동대장이 민·관·군 협업 유가족 집중찾기의 일환으로 시료를 채취했다. 국유단은 2025년부터 2026년 4월까지 유해와 유전자 시료를 비교·분석해 두 사람이 부녀 관계임을 확인했다.
영천지구 전투 참전 뒤 전사한 기록
진 이등중사가 참전한 영천지구 전투는 1950년 9월 5일부터 13일까지 벌어졌다. 국군 제8사단을 주축으로 제6사단과 제1사단의 각 1개 연대 등 모두 7개 연대 병력이 투입돼 낙동강 전선 동반부를 방어했다. 국유단은 이 전투에서 국군이 방어에 성공했고, 이후 국군과 유엔군이 반격작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진 이등중사는 이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진정자 씨는 2024년 시료 채취 당시 75세였으며, 귀환 행사 때는 77세였다. 행사에서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진 씨는 “아버지 유해를 찾은 것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한 만큼 국립묘지에 안장해서 자주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발굴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고인의 참전 경로와 유해 발굴 경과, 신원 확인 과정을 설명했다. 진 이등중사의 유해는 발굴 이후 유가족 시료와의 비교 분석을 거쳐 가족 관계가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석우 하사, 딸과 남동생 시료로 신원 확인
이석우 하사는 1924년 4월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3년 심분이 씨와 혼인해 두 딸을 뒀다. 고인은 1950년 9월 부산의 육군훈련소에 입대했고, 당시 네 살과 한 살이던 딸들을 남겨뒀다. 국군 제7사단에 배치된 뒤 경주-서울 진격전과 38도선 돌파작전 등 반격작전에 참여했다. 국유단 기록에 따르면 이 하사는 이듬해 4월 소양강 부근 전투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이 하사의 유해는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북면 월학리 칠성고개 452고지 정상부의 콘크리트 벙커 주변에서 출토됐다. 국유단은 제20기갑여단과 함께 이 일대에서 6주간 발굴을 진행했다. 신원 확인에는 국유단이 보관해 온 두 딸과 남동생의 유전자 시료가 쓰였다. 장녀 이복필 씨는 2009년 울산 동구 보건소에서, 차녀 이귀조 씨는 2011년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남동생 이정우 씨도 2020년 경주시 보건소에서 시료를 제공했다. 서로 다른 시기에 확보된 가족들의 시료를 유해와 대조한 결과 신원 확인이 이뤄졌다.
행사에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장녀 이복필 씨는 “매년 6월 울산 유족회에서 서울현충원을 방문하면 우리 아버지는 위패로만 모셔져 있어서, 안장되신 분들이 부러웠다”며 “드디어 아버지를 묘지에 안장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 유해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1946년생으로 행사 당시 80세였다. 국유단은 고인의 참전 경로와 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유가족에게 귀환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발굴 유품을 전달했다.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신청 가능
전병희 국유단장은 행사에서 “70여 년 전 소중한 딸들을 남겨두고 나라를 구하신 두 호국영웅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게 되어 기쁘다”며 “한 날 같은 지역에 사시는 두 유가족분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는데, 앞으로도 전국에 계신 많은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 이등중사와 이 하사의 신원 확인에는 유해를 발굴한 국유단의 조사·분석과 함께 자녀와 형제자매가 과거 채취해 둔 유전자 시료가 활용됐다. 국유단은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6·25전쟁 전사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 시료 채취를 안내하고 있다.
전사자 기준 친가·외가 8촌까지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를 신청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자세한 신청 내용은 정부24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해 시료 채취 장소에 가기 어려운 유가족은 국유단 대표번호 1577-5625로 연락하면 방문 채취를 요청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유단은 전국 각지에서 유가족을 찾고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귀환 행사는 유해가 발굴된 뒤 신원 확인에 필요한 유가족 시료가 확보되고, 이를 분석해 가족 관계가 확인된 두 사례를 함께 다뤘다. 진 이등중사의 유해는 2017년 영천에서 수습된 뒤 딸의 시료와 비교됐고, 이 하사의 경우 두 딸과 남동생이 여러 해에 걸쳐 제공한 시료가 확인 과정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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