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살예방기본계획 확정…2030년까지 18.9명 목표

  • 입력 2026.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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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살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0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회의에 앞서 제4기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으며, 의료·언론·법률·사회복지·심리 분야 전문가와 민간협력·자살유족·청년 등 현장 관계자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정부는 기존 9대 분야 대책을 통합·조정하고 정신건강 치료, 인공지능(AI)·데이터 활용 과제를 보완해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마련했다.

9대 분야 대책을 법정계획으로 통합

정부는 ‘사람 살리는 정부’라는 국정 목표에 따라 2025년 9월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마련해 국가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가 출범했다. 이후 2026년 6월부터 9월까지 학생·청소년, 경제적 위기자,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미디어·온라인,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특수직군·집단보호, 범죄피해자 회복지원 등 9개 분야별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계획은 이들 대책을 다시 통합하고 조정·보완해 법정 기본계획으로 격상한 것이다.

계획의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모두 생명보호의 주체가 되고, 국민 누구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9대 분야 대책은 생명지킴 안전망, 적극적 발굴·예방,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 맞춤·통합형 자살예방정책, 국가·사회 책임 강화 등 5대 전략에 배치했다. 정신건강 치료와 AI·데이터 활용 등 기존 분야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과제도 새로 발굴했다.

정부가 제시한 자살률 목표는 2024년 인구 10만 명당 29.1명에서 2030년 18.9명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2024년 자살률은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5년에는 27.8명으로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7월 잠정 통계에서는 올해 1~7월 자살사망자가 7,43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8,475명보다 1,043명 줄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26년 상반기 자살사망자 수에서 통상적 변동 범위를 넘어선 감소가 일관되게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항목기준목표·결과
자살률2024년 29.1명2030년 18.9명 이하
자살사망자2025년 1~7월 8,475명2026년 1~7월 7,432명
자살예방센터 인력2026년 센터당 5.0명2027년 센터당 7.1명

위기 발생 때 대응·치료 체계 확충

첫 번째 전략인 생명지킴 안전망은 자살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와 지역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치료와 보호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해 국가 차원에서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지역의 대응 상황을 관리·지원할 계획이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센터당 2026년 5.0명에서 2027년 7.1명으로 늘린다. 고위험군 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입원하지 않는 자살시도자에게도 최대 24시간 일시보호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호 기간에 상담과 회복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 안내와 연계를 진행한다.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응급이송체계를 개선하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현재 14개에서 2030년 17개로 확대한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2025년 93개소에서 2026년 100개소, 2027년 103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정신건강 치료 분야에서는 정신응급 필수의료 지정과 병상 확충, 고위험군 치료 거점의료기관 지정을 추진한다. 난치성 우울증 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가족상담 지원 대상과 고위험군 급여인정 횟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는 현행 10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치료와 보호, 상담을 위기 대응 과정에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먼저 찾아내고 사회경제적 요인 지원

두 번째 전략인 적극적 발굴·예방은 위기에 놓인 사람이 직접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관계기관이 위험을 먼저 발견해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사이의 고위험군 의뢰와 연계를 확대하고,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살위험군을 찾아 지원한다. 정신의료기관의 의료인이나 직원이 당사자 동의를 얻어 자살예방센터에 사례관리를 의뢰하는 경우 수가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자살시도자 중 서비스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자살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 체계도 손본다. 현재 정신문제·경제문제·질병문제·가정문제 등 7가지로 단순화된 자살동기 분류를 27개까지 세분화한다. 수집한 정보는 건강보험과 사회보장급여 수급 이력 등 다른 자료와 결합해 분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다. AI를 활용한 자살위험 예측과 지역별 자살 동향 분석도 추진한다. 109 상담일지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등 사람이 수행해 온 업무에 AI를 활용해 자살예방 전문인력이 상담과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채무·빈곤·고립·돌봄 부담 등 자살위험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정책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다. 과도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구제·지원 제도를 안내하고 연계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 ‘빚으로 답답할 때 일상치료’ 1375 운영을 10월 시작한다.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특화 금융상품 제공 등 지원도 확대한다. 중위소득은 2027년 6.7% 인상하고, 자살고위험군 긴급생계비 지원과 생애주기별 고립 예방·돌봄을 강화한다. 가족휴가, 주야간 보호, 돌봄휴직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포함했다.

대상별 지원과 정부·지자체 이행 책임

네 번째 전략인 맞춤·통합형 정책은 학생·청소년, 범죄피해자, 특수직군, 자살유족 등 대상별 특성과 위험 경로에 맞춰 예방·치료·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학생·청소년 정책에는 경쟁·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질문·토론 위주의 수업문화를 조성하는 과제와 학생마음건강 실태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맞춤 대책 마련이 포함됐다. 범죄피해자는 수사 단계 전 과정에서 위험을 확인하고 지원한다. 경찰·해경·소방·군인·병역의무자 등 특수직군에는 각각의 상황에 맞춘 예방·진단·치료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청소년은 교육부, 범죄피해자는 법무부, 경찰은 경찰청, 군인은 국방부, 소방은 소방청, 병역의무자는 병무청이 주관 부처를 맡는다.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은 2026년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자문단을 통해 유족이 참여하도록 하고, 유족보호관 제도를 마련해 자살 발생 뒤 유족이 필요한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 채무 문제는 금융위원회, 빈곤·고립·돌봄 부담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등 대상별 대책의 책임 부처도 지정했다. 기존처럼 특정 부처가 중심이 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부처가 소관 분야의 대책을 맡는 구조다.

다섯 번째 전략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이 함께 책임지는 지역 중심 자살예방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시·도는 기본계획에 따라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실적을 관리·평가한다. 각 부처는 소관 대상과 정책에 맞춰 결과 중심의 중간지표를 설정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이행 상황을 관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살률뿐 아니라 예방정책을 추진한 노력도 평가받으며, 결과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공개할 예정이다. 우수기관에는 포상과 재정 지원을 연계하고, 지자체 합동평가·지역안전지수·사회보장평가 등 기존 평가체계와 자살예방 정책의 연계도 강화한다.

한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별 실적을 살피고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회의 뒤 서울 보라매병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와 시·도는 기본계획에 따른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는 추진실적 평가와 결과 공개, 개선 및 인센티브를 연계해 2030년까지 계획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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