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의 오디세이아」(부제 우리가 도달할 이타카는 어디인가)이 2026년 10월 15일 나왔다. 지은이는 이종관 지음이다. 펴낸 곳은 그린비이다.
분야는 인문학, 정가는 21,000원, ISBN은 9791124949108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현생 인류가 도달해야 할 이타카를 시(詩)-철학-공학으로 선명하게 그려내다!
스펙터클을 넘어 ‘새로운 공학의 공법’을 향해 나가는 미래의 오디세이아 2026년 여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3천 년 전 고대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AI와 로봇의 미래를 논하는 21세기의 한복판에서 일으킨 신드롬은 홍보만으로는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현상이다.
영상미와 연출의 힘뿐 아니라 감독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그만큼 문제적이었다. 철학자 이종관 교수의 신간 『AI 시대의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이〉 신드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단하며, 그 지점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문명의 전환기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미래는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인류는 지금, 그 옛날 트로이전쟁 이후 지난한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이처럼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 위에 서 있다. 새로운 오디세이아를 써야 할 때인 것이다. 이종관 교수는 시어(詩語)와 철학을 통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정향(定向)하며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한다.
책의 출발점은 극장 문을 나서자마자 스마트폰 지도 앱의 안내선에 걸음을 내맡기는 현대인의 일상이다. 목적지에 닿는 방법(Methodus)은 정밀해졌지만, “어떤 미래로 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정작 막다른 아포리아(Aporia)에 부딪힌다.
저자는 시(Poetry), 철학(Philosophy), 공학(Engineering) 사이를 절묘하게 항해하며, 현대 문명이 도달해야 할 미래의 이타카로서 ‘프뉴베지텍처(Pneu-Vegitecture) 시티’를 제시한다.
시어를 길잡이로 항해를 시작하는 이 책은, 에밀리 디킨슨의 겨울 햇살, 만해 한용운의 오동잎, 윤동주의 부끄러움과 양심, 이육사의 가난한 노래의 씨앗, 정미조의 애가 〈엄마의 봄〉 등 효율의 언어가 지워버린 시어와 노래의 깊이를 현상학적으로 사유한다.
그리고 시어가 연 질문을 철학적 통찰로 심화시켜, 대지 위에 숨 쉬는 ‘새로운 공학의 공법(工法)’으로 완결 짓는 실천적 삼위일체(시-철학-공학)를 제시한다.
놀란이 삭제한 한 장면, 올리브나무 침대 ―왜 ‘올리브나무 침대’인가 놀란 〈오디세이〉는 트로이 목마와 괴물들의 위협을 강렬한 영상으로 되살렸지만, 원작에서 귀향의 결정적 징표였던 ‘올리브나무 침대’를 삭제했다. 저자는 바로 이 사라진 침대에서 미래 문명의 핵심 열쇠를 찾는다.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에게 그 침대는, 공산품인 가구가 아니라, 집을 짓기 전부터 대지에 뿌리내린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 줄기를 있는 그대로 기둥 삼아 만들어진 생명 건축의 일부였다.
대지와 나무, 두 남녀의 신체와 사랑의 세월이 응결된 침대는, 그것이 자리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순간 장소의 모든 관계가 파괴돼 버린다. 저자는 오디세우스의 정체성이 ‘몸의 흉터(신체) → 활(행위) → 올리브나무 침대(장소)’로 심화됨을 밝히며 문명사를 세 사물로 압축한다.
즉 목마는 ‘정복의 기술(파괴 기계)’이고, 배는 ‘이동의 기술(알고리즘 통로)’이며, 올리브나무 침대는 대지에 뿌리박힌 ‘거주의 기술’이다. 인류는 정복과 이동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지만, 과연 한곳에 인간답게 머무는 ‘거주의 기술’까지 발전시켰는지는 의문이다.
튜링테스트와 히든싱어
—동주처럼 시를 쓰는 AI는 동주의 삶을 살았는가 인공지능의 아버지인 천재 수학자 튜링이 고안한 테스트(Turing Test)는 기계가 출력한 언어가 인간의 언어와 구별되지 않으면 기계도 지능을 가졌다고 간주한다.
오늘날 거대언어모델(LLM)은 윤동주의 문체를 흉내 내어 단 3초 만에 그럴듯한 시를 출력해 낸다. 그러나 저자는 대중 예능 프로그램 〈히든싱어〉를 통해 이 얕은 모방의 함정을 통렬하게 폭로한다. 모창자가 원조 가수의 가창력을 완벽하게 모방해 청중의 귀를 속였다고 해서 그가 원조 가수가 될 수는 없다.
원조 가수의 목소리에는 무명의 고독, 상처와 눈물이라는 ‘신체적 역사’가 살이 되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AI의 시가 확률 계산이 낳은 ‘출력’(Output)이라면, 후쿠오카 감옥 바닥에서 숨진 윤동주의 시는 그가 처한 역사적 상황을 유한한 신체로 감당한 ‘실존적 응답’(Comportment)임을 역설한다. 또 사랑과 슬픔을 뇌 신경망의 호르몬 반응으로 환원하려는 ‘제거주의 문명’에 맞서, 정미조의 애가 〈엄마의 봄〉을 통해 수치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존엄의 깊이를 회복한다.
올리브나무에서 미래도시로 ―‘프뉴베지텍처’와 성숙의 경제학 저자는 현대 문명이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는 미래 삶의 공간으로 프뉴베지텍처(Pneu-Vegitecture)라는 개념이자 공법을 제안한다.
또한 프뉴베지텍처는 대기의 숨결(Pneuma), 식물의 생장(Vegetation), 건축(Architecture)이 AI와 로봇을 통해 융화를 이루는 미래 문명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5대 공법은 생명막 외피 다공성 공법, 미세숨 발코니, 얇은대지 옥상, 순환적 중정과 회랑, 중력식 입체 물순환이다. 이 공법이 향하는 결론은 선명하다. “건축은 준공 순간부터 감가상각되는 무기물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나이테를 더하며 숲처럼 깊어지는 살아 있는 성장체”인 것이다.
보론에서 저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및 스페이스X와 대한민국 H자동차그룹을 정면 비교한다. 머스크의 미래는 망가진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떠나는 ‘탈출’(Escape)이자 돔 기지 안에서의 ‘단순 생존’(Survival)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언한다. “생존은 거주가 아니”라고! 인간은 인공 캡슐이 아니라 사방(하늘, 땅, 인간, 신성함)이 숨 쉬는 지구 대지에서만 거주할 수 있다.
저자는 H자동차그룹이 우주 경쟁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역설한다.
모빌리티 역량뿐 아니라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로봇, 그리고 대지와 도시를 조형해 온 ‘H건설’이라는 압도적 인프라가 H자동차그룹에 결합되어 있는데, 공간 대전환을 이끌 기업은 모빌리티, 로봇, 그리고 건설을 아우르는 기업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도로를 생명의 ‘녹색동맥’으로 재편하고 AI를 도시의 숨결을 살피는 보조 감각기관으로 삼는 일과, 속도의 독점이 아닌 대지를 회복하는 ‘지구로의 귀향(Nostos)’이야말로 H자동차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래라고 거듭 강조한다.
『오디세이아』의 파격적 해석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의 공간존재론 두 번째 보론에서 저자는 호메로스의 서사를 ‘공간존재론’으로 독해한다. 트로이 목마는 기술적 지략이었으나 삶의 터를 불태운 파괴의 기계였고, 그 직후 오디세우스는 지도가 사라진 ‘아포리아의 바다’로 내던져진다.
표류하는 배에서 그는 기억을 지우는 로토스의 섬(기억이 증발한 공간), 약육강식의 키클롭스 동굴(공동체가 상실된 공간), 파멸의 세이렌(정보 과잉의 공간), 불멸로 인간의 시간성을 빼앗는 칼립소의 섬( 탈시간화된 공간), 하데스의 저승을 차례로 통과하며 ‘단순 생존’을 넘어 참된 ‘거주자’로 거듭나는 시험을 치른다.
숱한 난관을 헤치고 나서 도착한 이타카의 올리브나무 침대는 하늘과 땅, 사랑과 신성함이 결합한 ‘참된 거주의 안식처’였다. 오디세우스의 위대함은 어딘가를 정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배가 아니라 대지에 영혼의 닻을 내리는 ‘올리브나무 침대의 지혜’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이 미래 건축의 철학과 3천 년 전 올리브나무 침실 사이에서 하나의 존재론적 공명을 발견한다. 오디세우스는 건축을 위해 생명을 제거하지 않았다.
이미 뿌리내린 나무의 자리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집의 형태를 조정했다. 저자는 이를 프뉴베지텍처의 직접적인 역사적 선례라기보다, 대지·생명·건축의 관계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나타나는 ‘존재론적 상응’으로 신중하게 설명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책을 펴내며 5 프롤로그 _ 현대의 오디세우스들은 어떤 미래로 향하고 있는가?
15 제1장 _ 지도 위에 없는 미래의 길—메토두스와 아포리아 탈신체화된 이동과 감각의 유예 25 | 메토두스: 반듯하게 닦인 공식의 세계 26 | 공식 없인 한 걸음도 뗄 수 없게 된 돌봄의 인프라 28 | 모든 것이 계산서로 바뀔 때 30 | 아포리아: 막다른 골목에서 태어나는 철학의 눈 32 | 아포리아의 언어: 시어 35 | 현대 언어 분석철학, 그 너머 41 | 언어의 왜소화 42 | 두 비트겐슈타인 사이의 긴장과 시어의 야성 44 | 미래보다 먼저 도착한 질문 46 제2장 _ 디킨슨의 겨울빛과 한용운의 오동잎 겨울 오후의 햇살: 디킨슨의 빛과 풍경의 타격 52 | 고요한 낙하의 기척: 한용운의 오동잎과 부재의 향기 57 | 디킨슨과 한용운, 두 시인 사이의 거리 또는 그들의 같은 공간 59 | 풍경의 윤리 62 | 존재 와 모방의 임계점 앞에서 64 제3장 _ 모방과 존재의 혼동―튜링 테스트의 오류 튜링 테스트의 유혹: 발화의 표면과 판별의 유예 67 | 튜링 테스트와 히든싱어 69 | 구별 불가능성의 함정: 모방 가능성과 존재 동일성 사이의 균열 73 | 기계의 출력과 인간의 처신: 윤동주풍 시와 청년의 실존 75 | 이중 왜곡의 재난: AI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계화 78 | 거대언어모델에서 창궐하는 제거주의 문명 80 제4장 _ 사랑, 양심, 깨달음을 지우는 언어 문명이 잃어버린 깊이 83 | 계량화된 세계의 차가운 질문 85 | 제거주의의 폭력과 어머니의 장례식 88 | 양심의 흔적, 윤동주의 부끄러움 92 | 깨달음의 순간 또는 메타노이아의 시간 93 제5장 _ ‘이니티움’과 가난한 노래의 씨앗—아렌트, 윤동주, 이육사 첫 숨의 도래: 한 아이가 태어난다는 우주적 사건 96 | 아렌트의 탄생성: 조건 속에 주어지는 절대적 시작 98 | 투명한 양심의 처신: 윤동주의 부끄러움과 잎새의 바람 100 | 황야의 잠재성: 이육사의 광야와 가난한 노래의 씨앗 102 | 배포되는 모델과 탄생하는 실존: 인공지능의 복제성과 인간의 유일성 107 제6장 _ 존재방식의 혼동과 존재론적 재난 존재론적 평면화의 아포리아 110 | 물질체의 존재 방식: 타성적 운동 112 | 기계의 존재 방식: 목적 예속 작동 114 | AI의 존재 방식: 계산과 최적화 115 | 식물의 존재 방식: 생장 117 | 동물의 존재 방식: 생존 118 | 인간의 존재 방식: 실존 120 | 차이는 서열이 아니라 관계의 원리 121 제7장 _ 환경세계와 실존적 풍경 존재론적 혼동의 도시적 귀결: 르 코르뷔지에와 ‘기계로서의 집’ 126 | 인간은 어디에 사는가 128 | 서식하는 동물, 거주하는 인간 131 | 풍경의 진정한 개념 134 |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 137 제8장 _ 하늘에서 별이 빛나면 땅 위의 이슬도 빛난다―사방론의 공간성 별빛과 이슬의 마주침, 그리고 사찰 마당의 적막 140 | 하이데거의 사방론: 대지, 하늘, 죽을 자들, 신성함의 사중주 144 | 신성함의 현상학적 방어 148 | 사방의 위기와 실존적 망명 150 | 사방을 통하게 하는 숨결 153 제9장 _ 숨의 현상학—대지와 인간을 잇는 것 숨 쉬는 몸과 숨 막히는 공간의 기억 156 | 프네우마, 슈티뭉, 르룽의 삼각 현상학 159 | 공기와 빛과 소리의 분위기 속의 세계 162 | 바람길, 습도, 물순환, 식물 생장의 보이지 않는 그물망 164 제10장 _ 장소의 영혼―매혹과 의심을 넘어 ‘장소의 영혼’이라는 말속의 위험성과 지혜 167 | 대지와 사물은 의식을 갖지 않는다 169 | ‘지니어스 로키’의 현상학적 재정의 170 | 네 개의 풍경, 네 개의 성격 172 | 시적 언어와 학술적 논증의 구별 175 | 소리풍경에서 완성되는 장소의 영혼 177 제11장 _ 목소리, 프네우마, 풍경 얇은 대기 속에서 솟구치는 저음의 공간성 180 | 육체의 악기화 182 | 들리는 풍경의 인프라 184 | 소리와 숨을 통해 매개되는 하늘, 땅, 인간, 신성함 186 | 티베트 사례와 방법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종관 (지은이)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미래인문학 연계전공 명예교수. 동서철학교육 사단법인 알레테이아 이사장.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상학과 첨단기술철학, 예술철학과 미래도시이론을 아우르는 사유를 펼쳐 왔으며, 2021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로 선정되어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비전을 철학적으로 설계하는 초거대 프로젝트를 5년째 수행 중이다.
정보통신 정책연구원 기획총괄위원, 기획재정부 미래보고서 총책임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인문학과 예술, 건축과 첨단 공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범학문적 연구에 기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미래인문학 연계전공 명예교수. 동서철학교육 사단법인 알레테이아 이사장.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상학과 첨단기술철학, 예술철학과 미래도시이론을 아우르는 사유를 펼쳐 왔으며, 2021년 한국연구재단 우수학자로 선정되어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비전을 철학적으로 설계하는 초거대 프로젝트를 5년째 수행 중이다.
정보통신 정책연구원 기획총괄위원, 기획재정부 미래보고서 총책임자,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인문학과 예술, 건축과 첨단 공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범학문적 연구에 기반한 미래인문학을 개척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포스트휴먼이 온다』, 『공간의 현상학, 풍경 그리고 건축』, 『소피아를 사랑한 스파이(첩보소설로 읽는 유럽 현대철학)』 등이 있으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 “Urban Aesthetics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 “Phenomenology of Body and Fashion Design” 등 현대 물리학에서 일상의 문화까지 섭렵하는 논문이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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