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각, 한 장애인 거주시설의 당직실에는 사회복지사 한 명이 홀로 앉아 있다. 입소자 20여 명을 돌보는 야간 근무자는 단 한 명뿐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지원 인력이 도착하기까지 최소 30분이 걸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매일 밤 이 자리를 지킨다.
복도 끝 간이침대 하나, 비상벨 하나가 야간 근무자가 기댈 수 있는 거의 전부다. 입소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거나 낙상 사고가 발생하면 혼자서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한 뒤에야 외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다. 그 사이 수 분에서 수십 분이 그대로 공백으로 남는다.
전국 사회복지시설 상당수가 야간·당직 근무를 1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장애인 거주시설과 노인요양시설의 야간 근무 인력 배치 기준은 시설 유형과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현장에서는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복지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기존 인력이 야간 근무를 교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특정 소수 인력에게 당직이 몰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생활시설에서 5년째 근무하는 박모 씨(38)는 월 평균 8회 이상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낮 근무를 마치고 바로 당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24시간 가까이 깨어 있는 날도 있다"며 "다음 날 오전 근무까지 이어지면 수면 부족이 누적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료들과 당직을 나눠야 하는데 결원이 생기면 결국 남은 사람이 떠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주말에도 당직이 겹치면 일주일 내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출근하는 일이 잦다"고 토로했다.
요양시설에서 야간 전담 인력으로 일하는 최모 씨(45)는 처우 개선 논의에서 근무 형태 문제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임금이나 호봉 체계 개선은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야간 근무를 몇 명이 어떤 방식으로 설까라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수당을 조금 올려준다고 해서 밤새 혼자 입소자를 돌보는 부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치매 어르신이 야간에 배회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잦아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절반 이상"이라고 전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발표한 종사자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야간 근무가 포함된 생활시설 종사자의 소진 지수가 주간 근무 중심 기관 종사자보다 높게 나타난 바 있다. 수면의 질 저하, 신체 피로 누적, 긴급 상황에 단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응급 대응이 잦은 장애인·치매노인 돌봄시설에서는 야간 근무자의 이직 의사가 다른 직군보다 두드러지게 높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된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서는 야간 근무 경험이 있는 종사자 상당수가 만성 피로와 수면장애를 호소했고, 일부는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을 함께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관련 통계에서도 교대근무와 야간근무가 포함된 돌봄 업종 종사자의 근속 기간이 다른 사회서비스 업종보다 짧은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복지 현장 관계자들은 이런 수치가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실제 시설 운영의 안정성과도 직결된다고 말한다. 숙련된 인력이 빠져나가면 신규 인력 교육에 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 공백 동안 남은 인력의 부담은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 노인복지시설 운영자는 "정부 지원 인건비 기준이 주간 근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야간 전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려면 운영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 중소형 시설일수록 인건비 재원이 한정돼 있어 추가 채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수도권 대형 시설과 지방 소규모 시설 간 야간 근무 여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방 시설은 야간 근무자 구인 공고를 수개월째 올려도 지원자가 없어 기존 직원의 당직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 분야 연구위원은 야간 근무 문제를 단순한 인력 충원 이슈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당직 근무는 신체 리듬을 거스르는 근무 형태인 만큼 근무 간 휴식시간 보장, 교대 인력 최소 기준 설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시설별 자체 판단에 맡겨져 있어 같은 유형의 시설이라도 야간 근무 여건이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선진국은 야간 근무자 1인당 돌봄 대상자 수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이런 기준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야간 전담 인력을 별도로 채용하거나 순환 근무 주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한 생활시설은 야간 전담 직원을 신설해 기존 직원의 당직 횟수를 월 4회 이하로 낮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식 역시 추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시설에서만 가능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일부 시설은 인근 시설과 야간 인력을 공동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거리와 이동 시간 문제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종사자들은 야간 근무에 대한 보상 체계보다 근무 구조 자체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씨는 "야간 수당을 올려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애초에 혼자 밤을 새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긴급 상황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최씨 역시 "2인 1조 근무가 가능해진다면 지금처럼 매번 긴장 상태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근무 형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관련 논의 과정에서 임금 체계와 인력 기준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야간·당직 근무에 특화된 별도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장 종사자들은 다음 처우개선 논의에서 야간 근무 형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일선 시설 관계자들은 야간 근무 인력 기준을 법제화하고, 그에 맞는 예산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현장의 구조가 실질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