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쇼펜하우어의 여자들

  • 입력 2026.11.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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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숲 제공

「쇼펜하우어의 여자들」(부제 사랑을 불신한 철학자의 욕망과 고독)이 2026년 11월 16일 나왔다. 지은이는 임왕준 지음이다. 펴낸 곳은 이숲이다.

분야는 인문학, 정가는 12,000원, ISBN은 9791124556078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네 여성의 삶으로 다시 읽는 쇼펜하우어의 욕망과 고독 1860년 9월, 프랑크푸르트에서 72세 쇼펜하우어가 세상을 떠났다. 평생 기다려온 명성은 뒤늦게 도착해 있었지만, 운구 행렬은 길지 않았다. 아내도 자식도 없었고, 어머니와 누이는 먼저 세상을 떠났으며, 젊은 날 사랑한 여인은 베를린에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여자들』은 바로 이 간격, 곧 세상의 인정과 한 사람의 고독 사이에서 출발한다.

철학사에서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 염세주의와 연민의 철학자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어휘들이 드러난다. 상속, 질투, 결혼, 소송, 돈, 편지, 그리고 혼자 사는 방이다. 이 책은 그 삶의 한가운데 있었던 네 여성을 따라간다.

남편이 죽은 뒤 살롱의 주인이자 당대 인기 작가로 거듭난 어머니 요한나, 갈라선 모자 사이를 이으면서도 자기 작품을 남긴 누이 아델레, 십 년 가까이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과 낳아 기른 아이를 버리지 않고 그를 따라가지 않았던 연인 카롤리네 메돈, 그리고 셋집 입구에서 몇 분간 충돌한 뒤 21년간 그에게서 부양료를 받아낸 재봉사 카롤리네 루이제 마르케트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여성을 혐오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이렇게 묻는다. ‘그는 왜 여성을 욕망하면서도 사랑을 불신했을까? 왜 완벽한 독립을 원하면서도 타인의 인정을 바랐을까? 왜 연민을 도덕의 근거로 삼으면서도 실제 갈등에서는 상대의 고통에 냉혹했을까?’ 네 여성의 삶은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사실을 드러낸다. 타인은 내 의지의 연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자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가십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표상론, 의지론, 고슴도치 우화, 연민의 윤리, 성애의 형이상학, 여성에 대한 성찰, 그리고 의지의 부정에 이르는 쇼펜하우어 철학의 핵심을 그의 삶과 나란히 놓고 읽는다. 그렇게 철학은 그의 삶을 설명하는 이론이자, 동시에 그의 삶을 심문하는 도구가 된다.

그의 여성들을 통해 그의 철학을 추적한 성과

1. ‘철학자의 조연’에게 이름을 돌려준다. 쇼펜하우어 전기에서 여성들은 흔히 ‘냉정한 어머니’, ‘어머니와 오빠 사이를 연결한 여동생’, ‘변심한 여배우’, ‘복도에서 다툼을 벌인 하녀’ 등 평면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이 책은 그 통념을 하나씩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요한나는 독일에서 글로 생계를 꾸린 첫 세대 여성 작가였고, 마르케트는 하녀가 아니라 바느질로 생계를 이은 독신 여성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철학자의 전기에서 조연인 사람도 자기 삶에서는 온전한 주인공이다.

2. 1차 자료로 쌓아 올린 이야기. 요한나가 아들에게 보낸 1807년의 편지, 쇼펜하우어가 카롤리네에게 5,000탈러를 남긴 1859년 유언 보충서, 1824년 베를린 고등법원 판결문 등 서간·유언·소송 기록을 근거로 삼는다. 날짜와 금액 하나까지 확인된 사실 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자료가 허락하지 않는 추측은 경계한다.

3. 쇼펜하우어 철학의 친절한 입문서.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는 명제, 고슴도치 우화, 연민의 윤리, 사랑을 종족 보존의 의지로 해부한 〈성애의 형이상학〉(《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권 44장), 예술과 금욕을 통한 해방까지 핵심 개념을 실제 사건과 엮어 풀어낸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구체적인 장면을 따라가며 개념에 다가설 수 있다.

4. 비난도 면죄부도 아닌 균형 잡힌 시선. 〈여성에 대하여〉(《소품과 부록》 2권 27장)의 편견을 ‘그 시대에는 다 그랬다’며 덮지 않지만, 문장 몇 줄로 그의 사유 전체를 버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표상론과 연민론이 그의 여성론을 극복할 도구를 이미 품고 있었다고 짚어낸다.

5. 오늘의 관계에 던지는 질문. 사랑하는 사람의 자유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나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람의 고통에도 연민을 느낄 수 있을까? 욕망과 소유, 독립과 고독을 둘러싼 질문은 가족과 연애, 직장에서 매일 타인과 부딪치는 오늘의 독자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 프랑크푸르트의 늙은 철학자 들어가기 전에 | 쇼펜하우어를 둘러싼 여자들 1장 | 아버지가 죽자 어머니는 자유로워졌다 2장 | 함께 살 수 없는 모자 3장 | 사랑을 불신한 남자가 사랑에 빠질 때 4장 | 전실에서 시작된 전쟁 5장 | 사랑은 누구의 행복을 원하는가 에필로그 | 타인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자료와 출전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임왕준 (지은이)

오랜 기간 프랑스에 머물면서 파리 8대학 철학과 박사 과정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에 관한 논문을 준비했다. 귀국 후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백남준의 《말에서 크리스 토까지》(공역), 레이몽 부동의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 미르체아 엘리아데의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공역) 등 여러 인문·철학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여러 외국어를 배우고 익히면서 고전 철학서들을 새롭게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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