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부실하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주말을 포함해 3~4일 안에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현행 절차로는 금융회사 정리에 약 150일이 걸리지만, 새 제도에서는 자산·부채를 1~2일 안에 잠정 평가하고 계약이전과 제3자 인수에 필요한 일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29일 밝혔다. 제도 적용 대상과 발동 요건을 한정하고, 정리 과정에서 주주와 채권자가 입는 손실에 대한 사후 보전 절차도 함께 마련한다.
적용 대상은 예금보험기금 지원 가능한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는 금산법상 금융기관 가운데 예금보험기금 자금 지원이 가능한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금융지주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은행은 농협은행과 수협은행을 제외하며, 보험사는 재보험사를 포함하지 않는다. 금융위는 예금보험기금의 지원이 가능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제도 적용 범위를 정했다. 제도 도입을 위해 금융위는 2023년부터 관계기관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여러 차례 열어 방안을 논의했고, 올해 상반기 최종 TF 논의를 거쳐 법률 개정안을 확정했다. 금융업권과도 제도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투자매매·중개업자가 아닌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아 예금보험기금의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처분 수단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예·적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거나 투자자 자금이 별도 수탁기관에 보관돼 뱅크런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제외 이유로 제시됐다. 농협·수협은행과 상호금융은 개별법에 따른 감독·정리체계를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해외 주요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에서 급격한 뱅크런 등 부실이 발생하거나 우려될 때 신속히 정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제도는 사전 위기대응체계와 유동성 지원을 중심으로 정비돼, 위기 때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런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계기관과의 논의 및 금융업권 협의를 거쳐 이번 제도와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지정
신속정리제도는 일반적인 부실 대응 절차를 대체하는 상시 수단이 아니라,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선 해당 금융기관이 부실 또는 부실 우려 금융기관에 해당해야 한다. 동시에 그 금융기관으로 인해 중대한 금융위기가 초래되거나 금융시장 안정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적기 시정조치 등 금산법에 따른 다른 처분으로는 위기를 방지할 수 없는 긴급한 필요가 있고,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만 신속정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 여부는 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한다. 의결에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은행이 참여하며,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발동 요건을 엄격히 두고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의결 절차를 마련해 지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속정리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과 기존 처분수단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지도록 했다.
제도가 발동되면 금융당국은 인수자 존재 여부와 자산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리 방식을 정할 수 있다. 정리 수단으로는 영업정지, 임원 직무정지, 관리인 선임, 계약이전, 제3자 인수, 감자와 인허가 취소 등이 포함된다. 감자는 주식 소각이나 병합 방식으로 할 수 있다. 금융위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금융회사별 상황에 맞는 정리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금산법상 처분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입찰·주주총회 등 절차 생략해 정리 기간 단축
현행 금융회사 정리에는 자산·부채 실사와 계약이전 또는 인수 절차 등이 필요해 통상 약 150일이 걸린다. 새 제도에서는 신속한 이행을 위해 관련 법률에 따른 각종 절차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을 거치는 대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자산과 부채는 우선 예금보험공사가 1~2일 안에 잠정 평가하고, 사후에 확정 실사를 진행한다.
행정절차법상 처분 전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견제출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 사전통지는 청문 10일 전에 해야 하고, 의견청취·의견제출에는 10일 이상이 필요한 절차다. 상법과 금산법에 따른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청구,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도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 역시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결합심사는 최대 90일이 걸릴 수 있는 절차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금융위는 정리 기간을 주말 포함 3~4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절차 | 현행·절차상 기간 | 신속정리제도 기간 |
|---|---|---|
| 금융회사 정리 | 약 150일 | 주말 포함 3~4일 |
| 자산·부채 잠정 평가 | 1~2일 | |
| 기업결합심사 | 최대 90일 | 생략 가능 |
신속정리 과정에서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가 이뤄지면 경쟁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할 수 있고,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 등도 거치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는 절차별 소요 시간을 줄이고 자산·부채 평가를 잠정 방식으로 먼저 진행해 전체 정리 기간을 단축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리 이후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사후 확정 실사를 진행한다.
손실 보전과 국회 사후 보고 절차 마련
신속정리 과정에서 주주와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개정안에 담겼다. 신속정리로 주주·채권자가 입은 손실이 해당 금융회사가 청산이나 파산 절차를 거쳤을 때 부담했을 손실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른바 NCWOL 원칙에 따라 정리 종료 뒤 금융위가 선정한 외부 전문기관이 정산 실사를 하고, 청산 기준 손실을 산정한다. 신속정리로 인한 손실이 청산·파산 때의 손실보다 큰 것으로 확인되면 그 차액을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한다.
금융위는 정리 처분 후 6개월 이내에 정리와 관련한 내용·이유·결과 등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사후 보고해야 한다. 빠른 처분을 위해 일부 사전 절차를 생략하되, 처분이 이뤄진 뒤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와 예금보험기금 보전 절차, 국회 보고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는 부실 확산에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이해관계자의 권리 제한을 보완하는 것을 제도 설계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금산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2026년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입법예고된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금융위 및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제도와 개정안이 법제화되면 금융회사 부실의 시스템리스크 전이를 차단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해당 기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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