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필의 ‘상처’,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 함중아와 양키스의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쓴 작사가 장경수(본명 장희원)씨가 29일 별세했다. 향년 73세다. 간암으로 투병하던 고인은 이날 오전 경기 가평에서 세상을 떠났다. 1953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그는 1977년 윤수일의 ‘꿈이었나봐’로 작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40여 년 동안 대중가요 노랫말 1300여 편을 썼고,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로도 활동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1일 오전 6시30분이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함중아와 작사가의 길
장씨는 1953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났다. 대중음악계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가수 함중아를 만난 일이었다. 함중아는 자신의 친형인 작곡가 함정필을 장씨에게 소개했고, 장씨는 이 인연을 통해 작사의 길에 들어섰다. 한 보도는 장씨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전국을 떠돌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전했다.
장씨는 1977년 함정필이 작곡한 윤수일의 ‘꿈이었나봐’에 노랫말을 쓰며 작사가로 데뷔했다. 이후 가수와 작곡가의 작업에 참여하며 노랫말을 써 왔다. 함정필은 장씨가 작사에 입문하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이자 데뷔곡의 작곡가였다. 장씨가 작사하고 함정필이 작곡한 곡 가운데에는 함중아와 양키스의 ‘풍문으로 들었소’도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데뷔곡 작업에서 시작해 이 곡을 비롯한 대중가요 작업으로 이어졌다.
1300여 편에 담긴 대중가요 노랫말
장씨가 생전 쓴 노랫말은 1300여 편에 이른다. 작품으로는 조용필의 ‘상처’, 최진희의 ‘꼬마인형’,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 윤희상의 ‘카스바의 여인’, 송대관의 ‘정 때문에’, 박정식의 ‘천년바위’ 등이 꼽힌다. 산울림의 ‘안녕’도 장씨가 노랫말을 쓴 곡이다. 서로 다른 가수들이 부른 이 노래들은 1980~1990년대 대중가요의 주요 곡으로 소개돼 왔다.
장씨의 작품은 발라드와 성인가요뿐 아니라 록과 댄스 음악에도 걸쳐 있었다.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장씨에 대해 “장경수는 발라드와 성인가요는 물론, 록과 댄스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랫말을 썼다”며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고 청춘의 열정, 사랑과 이별, 서민의 애환, 삶에 대한 통찰까지 폭넓게 노랫말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중가요 작사와 함께 시집도 냈다. 2007년에는 ‘강물은 바다로 갈까?’를 펴냈다. 생전 인터뷰에서 그는 “대중시는 태어날 때부터 멜로디라는 동반자와 결혼해야 하는 운명을 지녔다”며 “대중과 울고 웃는 유행가 노랫말이야말로 진정한 시”라고 말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리메이크와 방송 출연
함중아와 양키스의 ‘풍문으로 들었소’는 장씨가 작사하고 함정필이 작곡한 곡이다. 이 노래는 2012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다시 불렀다. 리메이크 곡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삽입곡으로 사용됐고, 관련 보도는 이 곡이 다시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장씨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2018년 3월 KBS 2TV ‘불후의 명곡’은 장씨를 전설적인 작사가로 다뤘고, 지난해 9월에는 MBN ‘특종세상’에 출연했다. ‘특종세상’에서 장씨는 건강 문제를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그는 “녹음하다 쓰러졌다. 아내를 불렀더니 놀라서 119를 불러 병원에 갔는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며 “그 후에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굉장히 위험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간암으로 투병하던 장씨는 별세 당일 오전 경기 가평에서 숨을 거뒀다.
작가협회 회장 맡고 가요제 준비도
장씨는 한국가요작가협회 제9대 회장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를 지냈다. 대중가요 작사가로 활동하는 한편 작곡가·작사가 단체에서 직책을 맡아 창작자 권익과 관련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해 한국가요창작인 공로대상과 올해의 창작인상이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수여됐다. 2018년에는 KBS 2TV ‘불후의 명곡’ 장경수 편을 통해 그가 쓴 노래와 작사가로서의 활동이 방송에서 소개됐다.
고향 속초에서는 장씨의 이름을 딴 ‘장경수 스타발굴 가요제’가 열릴 예정이었다. 행사는 이달 25일 개최 계획이었으나, 고인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취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방송에서 녹음 중 쓰러져 병원에 간 경험을 전한 바 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와 두 아들이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장례식장 특8호실에 마련됐다.
장례 일정은 발인 31일 오전 6시30분이며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장씨가 작사한 곡과 그가 맡았던 협회 활동, 방송 출연 기록은 가요계와 대중문화계의 추모 보도를 통해 함께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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