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가 1969년부터 2016년까지 써 온 가계부를 따라가며 가족의 삶과 시대의 변화를 비추는 다큐멘터리 ‘어머니의 가계부’가 28일 극장에 걸렸다. 감독 성승택이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자개장롱 서랍에서 수십 권의 가계부를 발견한 것이 출발점이다.
영화에는 1970년대 여성잡지 부록 가계부부터 2000년대 은행 가계부까지 다양한 기록이 담겼다. 쌀값과 연탄값, 병원비와 학비, 경조사비와 대출 상환이 빼곡히 적힌 장부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뿐 아니라 산업화 시기를 지나온 한국 사회의 단면도 함께 보여준다. 감독이 태어난 1972년 3월 1일의 미역과 돼지고기 값, 아픈 아들을 업고 걸어간 날의 ‘병원비 120원’도 기록돼 있다.
이 작품은 또렷하게 남은 과거의 숫자와 치매 초기로 기억이 흐려지는 어머니의 현재를 나란히 놓는다. 아들은 가계부에 적힌 옛집과 도시를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으며 숫자 뒤에 가려졌던 삶을 마주한다. 기록이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 세대의 노동과 돌봄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힘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성승택 감독은 “가계부를 펼치는 순간 처음으로 어머니의 ‘시작’을 보게 됐다”며 “영화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통해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어머니’라는 역할 너머의 한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가계부’는 2024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초청됐고,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랩 참여와 EBS국제다큐영화제(EIDF) 상영,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초청 이력도 갖고 있다.
개봉을 기념해 11월 7일(토) 경기인디시네마(롯데시네마 광교)와 11월 8일(일) 부산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관에서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다. 영화의전당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관람객 대상 포스터 증정 이벤트도 진행된다. 전체 관람가 등급인 만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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