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9일 피의자 이모씨(77)를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넘겼다. 경찰은 이씨가 사무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유일한 출입구 앞에 인화성 물질을 뿌려 불을 붙인 뒤에도 화재를 알리지 않고 도주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겁을 주려고 했을 뿐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도 당초 알려진 19명에서 26명으로 늘었다.
출입구 막고 불 붙인 정황…살인미수 혐의 추가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3분쯤 역삼동 한양빌딩 4층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약 6분 뒤에는 인근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불을 냈다. 두 사무실은 이씨가 과거 특허 출원 문제로 불만을 품었다고 주장한 특허법인들이 입주한 곳이다. 경찰은 각 사무실에서 발생한 화재와 피해 상황, 이씨의 범행 전후 행동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한양빌딩에서 이씨가 범행 전 특정 직원의 근무 여부를 물었고, 사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불을 질렀다고 파악했다. 신명빌딩에서도 범행 직전 사무실에서 나오던 여러 사람과 마주친 것으로 조사됐다. 두 건물 모두 사무실 출입문이 유일한 탈출구였으며, 이씨는 문 앞에 상당량의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경찰은 밝혔다. 불길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정황도 확인됐다.
당초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다. 살해 의도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씨도 조사에서 겁을 주려는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탈출구를 막고 불을 붙인 정황 등을 종합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할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송치 단계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적용된 혐의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과 살인미수다.
한 달 전부터 물품 구매…휴대전화 해지하고 짐 처분
경찰은 이씨가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정황도 확인했다. 이씨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식초 1통 15ℓ와 까나리액젓 1통 9㎏, 라이터 2개를 구입했다. 범행 전날인 19일에는 주거지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17ℓ를 산 뒤, 미리 준비한 식초와 액젓 통에 나눠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매 시기와 물품, 사용 방식 등을 확인해 범행 준비 과정을 파악했다.
이씨는 범행 닷새 전인 15일 휴대전화를 해지했다. 임대차계약이 끝나기까지 약 9개월이 남은 주거지도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집주인에게 알렸다. 범행 전날에는 집에 있던 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며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혼잣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물품 구입과 휴대전화 해지, 주거지 계약 종료 통보, 짐 처분 등의 정황을 함께 조사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에 사용한 인화성 물질과 라이터의 구입 경위, 주거지에서의 준비 과정, 사건 당일 이동 경로 등을 살폈다. 경찰은 지난 20일 신고를 접수한 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씨의 동선을 추적했고, 같은 날 오후 4시16분쯤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이씨를 발견해 긴급체포했다. 이후 주거지 수색과 피해자 조사, 진료기록 분석 등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내용과 범행 당시 사무실 내부 상황을 종합해 이씨를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특허 사기 주장…2022년에도 같은 법인 찾아가
이씨는 체포된 뒤 자신이 특허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는 데 불만이 있어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 밖의 범행 동기나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29일 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에게 “경찰에 특허 사기를 얘기했는데 수사를 안 했다”고 말했고, 왜 불을 질렀느냐는 질문에는 “그 얘기 그만하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셧업”이라고 소리쳤다.
이씨는 2022년에도 이번 사건과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휘발유를 직원 몸에 뿌리고 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해 직원들을 위협한 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는 방화예비 혐의가 아닌 특수협박 혐의가 적용됐고, 이씨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이씨는 불을 지르려던 것이 아니라 겁을 주려는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과거 사건과 같은 특허법인들이 범행 대상이 된 점도 확인했다.
이번 화재로 다친 사람은 한양빌딩 15명, 신명빌딩 11명 등 모두 26명이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이어가며 당초 집계한 19명보다 7명 늘어난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 중 변리사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위와 각 피해자의 피해 내용을 조사했으며, 피해자 진료기록도 분석했다.
| 구분 | 피해 인원 |
|---|---|
| 최초 확인 | 19명 |
| 한양빌딩 | 15명 |
| 신명빌딩 | 11명 |
| 최종 확인 | 26명 |

구속영장 발부 뒤 송치…신상정보 11월 3일 공개
경찰은 지난 22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경찰청은 28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의결했다. 경찰은 피해의 중대성과 범행 수단의 잔인성, 범행 증거가 충분하다는 점 등을 공개 결정 이유로 밝혔다. 이씨가 신상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가 없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관련 절차에 따라 공개 시점은 11월 3일 오전 9시로 정해졌다.
신상정보는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30일간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도구의 구입 경위와 주거지 정리, 사건 당일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피해자 조사와 진료기록 분석을 진행했다. 이씨는 29일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됐다. 송치 당시 경찰은 범행 전 준비와 사무실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 화재 뒤 대피를 돕지 않고 도주한 경위 등을 살인미수 혐의 적용 근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당초 19명으로 파악했던 피해 규모가 조사 과정에서 2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신상정보는 11월 3일 오전 9시부터 공개되며, 경찰이 결정한 공개 기간은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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