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 입력 2026.10.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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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제공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이 2026년 11월 10일 나왔다. 지은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이민희 옮김이다. 펴낸 곳은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8,000원, ISBN은 9788955868784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어릴 적에 간혹 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했다. 그러고 나서 눈을 감았다 뜨면,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반투명한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점차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 재미있어서, 다시 해를 쳐다보고는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고는 했다.

어느 순간에는 눈을 감아도 눈꺼풀 안에서 반짝이며 사라질 줄 모르는 그 반투명한 잔상이 꼭 해의 그림자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해를 너무 오래 쳐다본 나머지, 그 잔상이 유독 크고 오래 남았던 적이 있었다.

한참 시야에 머무르는 그 잔상을 보며, 장난을 치다 눈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어느새 사라진 잔상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 잔상이 사라지지 않은 채 계속 남았더라면, 또는 해를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생겨나 한참을 머무르다가 이내 사라지기를 반복했더라면, 그 불안함과 두려움은 마음속에 그림자를 드리웠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잔상에 시달렸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갑작스레 시야에 나타나 한참을 머물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반투명한 톱니바퀴를 마주해야 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점차 수를 늘려 가며 시야의 절반가량을 가리다가 끝내 사라진 뒤에는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오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소설 「톱니바퀴」의 화자가 한 체험이지만, 아마 거기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자신의 체험이 짙게 배어 있었을 것이다.

「톱니바퀴」의 이야기가 ‘어느 바보의 일생’과 흡사하다는 것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시달리던 편두통의 전조 증상 중 하나가 섬광암점이라는 사실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잔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평범하게 살기란 분명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를 괴롭힌 것이 그 잔상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여러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음을 택했다. 그것이 마치 당대를 대표하는 문학가에게 주어진 비극적인 운명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는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의 미학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구조적 미관’보다는 시적 정신을 부르짖었던 그는, 그러나 자신이 지은 소설에도 거의 다 ‘이야기’가 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적 정신을 담고자 한 그의 시도가 실패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에는 분명 시적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문제는 아마 뛰어난 재주 탓에, 시적 정신을 표현하면서도 구조적 미관까지 담아내고 마는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 비록 그는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는 소설만 쓸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말이다. 「톱니바퀴」라는 소설은 그 점에서 특징적이다.

언뜻 ‘이야기’가 없는 소설인 듯하다가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를 이뤄 버리는 것이 그를 괴롭히던 톱니바퀴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가 시달리던 톱니바퀴는 시적 정신을 좇으면서도 ‘이야기’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던, 또는 냉혹한 사회구조 속에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야 했던, 그 자신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커트 보니것은 1969년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 글에서 예술의 역할을 ‘탄광 속 카나리아’ 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탄광에 일산화탄소가 누출되면 그것을 광부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데, 예술가란 무릇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해, 예술가들은 시적 정신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곤 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는 우리에게 ‘다이쇼 로망’이라는 말로 유명한 다이쇼 시대였다.

그러나 ‘로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 시대의 이면에서는 새로운 억압과 불안이 싹트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쇼 시대가 저물고 쇼와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 억압과 불안의 그림자는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본 반투명 톱니바퀴는 다이쇼라는 이름의 일산화탄소였을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그 애석한 카나리아의 마지막 지저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_차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_7 톱니바퀴_131 어느 바보의 일생_193 오랜 벗에게 띄우는 편지_235 해설_24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川龍之介) (지은이)

일본의 소설가로 189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13년 도쿄제국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여 재학 당시 「노년」, 「라쇼몬」, 「코」를 발표하면서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이중 「코」가 일본의 ‘국민 작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으며, 오사카마이니치신문사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10년 남짓한 짧은 창작 기간에도 「라쇼몬」, 「덤불숲」, 「지옥변」, 「신들의 미소」, 「서방의 사람」, 「톱니바퀴」, 「갓파」 등에서 끊임없이 인간과 예술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만년에 이르러 신경쇠약, 불면증 일본의 소설가로 189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13년 도쿄제국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여 재학 당시 「노년」, 「라쇼몬」, 「코」를 발표하면서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이중 「코」가 일본의 ‘국민 작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을 받아 문단에 등단했으며, 오사카마이니치신문사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10년 남짓한 짧은 창작 기간에도 「라쇼몬」, 「덤불숲」, 「지옥변」, 「신들의 미소」, 「서방의 사람」, 「톱니바퀴」, 「갓파」 등에서 끊임없이 인간과 예술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만년에 이르러 신경쇠약, 불면증, 환각 증상을 보이다 1927년 7월 도쿄 자택에서 35세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민희 (옮긴이)

고려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와 한림대에서 연구원과 강사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일본 대중문학 형성기와 아쿠타가와문학: 야스키치시리즈·사소설·메타픽션』이 있으며, 연구논문으로는 「21세기 재난과 소환되는 ‘Ryunosuke’」, 「연대 속에 또 다른 경계 짓기: X라 부르는 환자 류노스케 환상」, 「로마자운동으로 보는 아쿠타가와문학」 등이 있다.

현재는 『라쇼몬』, 『일본인, 경성을 보고 듣고 느끼다』, 『새로운 문학을 위하여』와 같은 일본 문학과 문화 이론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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