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선의 그림이 내게 말하길

  • 입력 2026.10.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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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문화 제공

「조선의 그림이 내게 말하길」(부제 그림에 남겨진 글로 보는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2026년 10월 28일 나왔다. 지은이는 임희숙 지음이다. 펴낸 곳은 미술문화이다.

분야는 예술/대중문화, 정가는 26,000원, ISBN은 9791192768502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그림은 말이 없지만, 글이 전해준다 관지·제시·발문을 따라 읽는 화가의 삶 옛 그림에는 간혹 글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눈에 뜻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어떤 화가는 그림 한쪽에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이 작품을 그렸는지를 적었고, 화가의 친구가 그림을 감상한 후 시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그림을 소장한 사람이 감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림 속 글을 이해하면 그림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이 책은 작품의 부수적인 요소로 지나치기 쉬웠던 이 글에 주목한다. 관지와 제시, 발문을 읽으면 그림만 보았을 때는 알기 어려웠던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을 피해 피난을 떠난 이흥효는 병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고, 역적의 후손이라는 굴레를 짊어졌던 심사정은 하늘이 내린 붓 솜씨로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다. 평생 대나무를 그렸던 이정은 전쟁에서 팔이 거의 잘릴 뻔한 뒤 더 아름다운 대나무 그림을 남겼다.

따라서 이 책의 중심은 화가의 삶이다. 무엇을 그렸는가와 함께 왜 그 그림을 그렸는지, 그때 그는 어디에 있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그림에 남긴 몇 줄의 문장은 그의 삶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소개한다. 옛 그림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담하고, 그리워하고, 함께 웃었던 사람들 옛 그림 속 글에서 만나는 조선 화가들의 인간적인 일상 옛 그림에 남은 글이라 해서 모두 근엄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교과서 속 이름으로만 기억했던 화가도 친구와 술을 마시고, 농담을 나누고, 그리운 이를 떠올리며 살아간 사람이었다. 때로는 그림을 앞에 두고 장난스러운 말을 주고받았고, 함께한 날의 풍경과 감정을 오래 기억해두기도 했다.

1763년 봄의 모임을 그린 〈균와아집도〉에는 당대 화가와 문인들이 어울려 보내던 한때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강세황은 거문고를 타고, 최북은 바둑을 두며, 젊은 김홍도는 퉁소를 불었다. 심사정은 담뱃대를 문 채 앉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그림의 주인공인 동시에 그림을 함께 그렸다는 점이다.

김홍도는 인물을 그리고 심사정이 소나무와 바위를, 강세황은 전체 구도를 맡았으며 최북이 색을 칠했다. 그날 누가 무엇을 했고 어느 부분을 그렸는지까지 그림에 남아 있어 그날의 모임이 한층 생생하게 다가온다.

심사정의 〈와룡암소집도〉에는 여름날의 우정이 남아 있다. 1744년 여름, 김광수의 와룡암에 사람들이 모여 서화를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잠시 뒤 비가 그치고 정원의 풍경을 함께 바라보았는데, 심사정이 급하게 종이를 찾아 그림을 그렸다.

함께 있던 김광국은 수십 년 뒤 그 그림을 우연히 다시 만나고,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사람과 젊었던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며 글을 남겼다. 한 점의 그림 안에 여름날의 빗소리와 세 사람의 우정,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마음까지 남게 된 것이다.

이렇듯 그림 한쪽에 남은 몇 줄의 글에는 작품에 대한 감상뿐 아니라 그날의 분위기와 사람들 사이의 정, 사소한 취향과 일상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따라서 옛 그림 속 글을 따라가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조선의 화가들이 한층 친근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의 시선과 시인의 마음으로 오래된 그림 속 사람의 목소리를 듣다 저자에게 옛 그림은 연구 대상이자 오래 귀 기울여야 할 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림을 면밀히 해설하는 미술사 연구자의 시선과 그림 속 작은 장면에도 오래 머무는 시인의 마음이 스며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과 그림 속 글의 해석뿐만 아니라 실록과 문집 같은 당대의 문헌을 토대로 화가의 생애를 꼼꼼히 짚으면서도 그림 속 인물의 뒷모습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에서 화가의 마음을 읽어낸다.

무엇보다 저자는 과거의 화가를 역사적 인물로만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상처받고 실패하며 친구와 정을 나누고 자기답게 살아가기 위해 애쓰던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수백 년 전 그림에 남겨진 말은 어느 순간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그때 그 사람에 대한 기억 1부 소외와 상처는 마음 깊은 곳에

1. 자든지 먹든지 나를 놔두게: 양송당 김지

2. 다리를 건너는 화가: 이흥효

3. 낭창거리다가 붓을 적시다가: 현재 심사정 2부 누가 뭐래도 나의 색깔대로

4. 왕족의 품격: 학림정 이경윤

5. 끊어진 팔로 잡은 붓: 석양정 이정

6. 붓이 움직이는 대로: 창강 조속

7. 북쪽 창가의 선비: 호생관 최북 3부 좋은 친구가 나를 살리네

8. 그들만의 숲: 공재 윤두서

9. 송별하는 친구들: 관아재 조영석

10. 헐렁하게 놀다가 매섭게 날아오르는: 오원 장승업 4부 지금 여기에 있다

11. 먹빛이 쌓인 시간: 겸재 정선 부록: 정선의 시선으로 본 금강산

12. 우리는 만났다: 단원 김홍도 5부 본능적으로 통하는 이야기

13. 흩어진 넋을 위하여: 연담 김명국

14. 젓대 소리 바람 소리: 혜원 신윤복

15. 너도 그러냐 나도 그렇다: 화재 변상벽

16. 물에 사는 목숨들: 옥산 장한종 부록: 장한종의 시선으로 본 바닷속 생물 참고문헌 도판목록 색인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임희숙 (지은이)

1991년 『시대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간이 최립의 화론 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 중기 문인들의 회화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림과 시의 만남이라는 명제로 시작한 공부였기에 문인과 화가, 문학과 회화의 관계성에 관심을 둔 「조선시대 도원 담론 연구」 「교산 허균의 도피와 치유로서의 회화 인식」 「상촌 신흠의 『장자』 수용의 회화관」 등의 연구논문을 썼다. 문예지 『문학청춘』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정신과표현』과 『현대시학』에 옛 그림과 현대시의 소통과 공감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명지대 1991년 『시대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간이 최립의 화론 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 중기 문인들의 회화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림과 시의 만남이라는 명제로 시작한 공부였기에 문인과 화가, 문학과 회화의 관계성에 관심을 둔 「조선시대 도원 담론 연구」 「교산 허균의 도피와 치유로서의 회화 인식」 「상촌 신흠의 『장자』 수용의 회화관」 등의 연구논문을 썼다. 문예지 『문학청춘』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정신과표현』과 『현대시학』에 옛 그림과 현대시의 소통과 공감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명지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를 강의했고 미술사 관련 저술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살다 사라지다: 삶과 죽음으로 보는 우리 미술』(2022) 『그림, 시를 만나다』(2018) 『황홀: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2010)를, 시집으로는 『수박씨의 시간』(2022) 『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2011) 『격포에 비 내리다』(1999)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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