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실을 잇는 여자의 손

  • 입력 2026.10.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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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제공

「실을 잇는 여자의 손」(부제 뜨개질하는 심리학자, 바느질에 깃든 힘과 이야기를 풀어내다)이 2026년 10월 30일 나왔다. 지은이는 니콜 네리그 지음, 이영아 옮김이다. 펴낸 곳은 돌고래이다.

분야는 인문학, 정가는 22,000원, ISBN은 9791124755099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날실과 씨실 사이에 무한대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뜨개질하는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바느질에 깃든 지성, 치유, 애도, 연대, 창조의 힘 인류는 문자를 쓰기 훨씬 전부터 실을 만들고 섬유를 엮어 천과 생활도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직물은 여성의 삶과 노동에 깊이 결부되었다.

성별 간 위계와 분업이 자리 잡으며 남성의 손에 들린 펜이 지식·역사를 기록하는 도구가 되었다면, 여성의 손에 들린 실은 가사 노동과 ‘여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과 바늘은 집 안에서 반복하는 단순한 노동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여성들은 직물을 만들며 자신의 생각과 견해를 표현하고, 지적인 도전을 즐기고, 정체성을 형성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의미는 오늘날에도 뜨개와 자수, 퀼트 등을 통해 치유의 감각을 느끼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에게 이어지고 있다.

임상·연구 심리학자이자 열렬한 뜨개 애호가인 저자 역시 삶의 불안정한 시기를 뜨개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실존적 위협 앞에서 뜨개질은 그에게 “통제감과 탈출구”를 제공했고, “감정을 해소하고 창의적이고 지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통로”가 되어주었다.

사람을 돌보는 심리치료사로서, 두 아이를 키우며 매일 뜨개질을 하는 어머니로서 저자는 오랜 세월 여성들이 직물을 만들며 삶의 난제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실과 바늘은 어떤 역할을 했을지 질문을 품게 되었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거나 화상 수업을 듣는 동안 뜨갯감이 내 두 손을 차지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임상 노트나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문장이 통 이어지지 않을 때에도 뜨개질 코만큼은 하나하나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 바늘을 손에 든 채 잠들기 일쑤였다. [……] 뜨개질은 실체가 있다.

진척 상황이 눈에 보이고, 시간을 돌리듯 코를 풀어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으며,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신뢰할 수 있다. 손에 잡히지 않고 복잡다단한 심리치료 업무에서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나를 붙잡아 준 것이 뜨개질이었다. (11쪽~12쪽)

『실을 잇는 여자의 손』은 고대 지중해 세계부터 안데스, 유럽과 아시아, 아랍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직물 이야기를 탐험한다.

인류학·역사학·문학·미술사·정신분석학·심리학의 자료를 총망라하고 전통 직조 장인부터 현대의 퀼트·뜨개·자수 예술가까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여성의 바느질에 깃든 힘과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오랫동안 역사 바깥에 머물렀던 여성의 노동을 사회적·정치적으로 조명하는 역사서이자, 여러 제약 속에서도 직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수많은 여성 창작자의 삶을 담은 문화사이다.

직물은 정치적으로 저항하고,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문화적 이념을 전승하고, 트라우마를 다루고, 돈을 벌고, 무언가를 기념하고 애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어쩌면 그래서 여성들이 수천 년 동안 생존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실을 염색하고, 복잡한 문양을 만들고, 감정이 담긴 아름답고 개인적인 직물을 만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직물 노동이 강제적이고 따분할 때조차, 그 반복성 덕분에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든 자유로이 내버려둘 수 있었다.

여성들은 함께 모여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 공상에 잠기고, 감정을 다루어내고, 친숙함 속에서 위안을 찾고, 손에 잡히는 것을 통해 현실과 맞닿았다. (14~15쪽)

“여성들은 직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여성의 창조성과 지성을 다시 발견하다 바느질은 오랫동안 온순함과 과묵함 같은 전통적인 ‘여성성’의 이미지와 연관되었다. 하지만 니콜 네리그는 바느질이 여성의 힘의 원천이자 주체성을 발휘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와 북유럽 전승에서 실을 잣고 천을 짜는 여신들은 생과 사를 관장하는 존재로 그려졌고, 여러 문화권에서 직물을 만드는 능력은 여성의 지위와 정체성과 긴밀히 연결되었다. 우리 전통에서도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삼승할망이 명주실과 바늘을 지니고 다닌다.

여성들은 일상에서 직물로 창작하며 창조성을 발휘했다. 저자가 만난 직조 장인들은 윗세대 여성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기술을 익혔다고 말한다.

체계화된 지식의 형태가 아니라 “손에 밴 감각”이자 “체화된 지식”으로서 직조 기술을 계승한 여성들은 여기에 즉흥성과 개성을 더해 자기만의 패턴을 만들고, 자신의 내적 세계를 담아 주제를 만들어냈다.

이 책은 전통 기법을 보존하고 있는 안데스 장인들부터 현대 자수·공예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직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해 온 사례를 폭넓게 소개한다.

직물을 만드는 여성들은 비록 집에 얽매여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가정 너머로 내보내 세상과 역사 속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자기표현의 도구인 바늘과 펜을 나란히 놓는 비유법은 여성들의 글에 빈번히 등장해 왔다.

스위스 작가 고트프리트 켈러는 19세기 중반에 발표한 소설 『녹색의 하인리히』에서 이렇게 썼다. “하얀 리넨은 주부들의 종이이다. 층층이 넉넉하게 쌓여 있어 언제든 꺼내어 그 위에 인생철학과 비애와 기쁨을 적어넣는다.” (124쪽)

네리그는 이러한 창작 활동이 지적인 활동이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원하는 무늬와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계산, 공간 감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실을 잇는 여자의 손』은 직조와 뜨개에 담긴 수학적 구조부터 자카르 직기의 천공카드가 초기 계산기와 컴퓨터의 발달에 끼친 영향까지 살피며, 직물이 추상적 지식과 사고를 구현하는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집안일’과 ‘취미’로 평가절하되어 온 직물 노동에서 여성의 창조성과 지성을 복원하고, 바느질이 예술과 노동, 나아가 지성의 역사에서 지닌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피어슨콕스의 설명이 보여주듯 직물을 만드는 일에는 수학이 필요하다. 인류학자 캐리 브리진은 「알고리즘과 자동화」에서 “직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물질세계에서 수학이 작동한다는 증거다.”라고 썼다. 손으로 직물을 짜는 수학자 엘렌 하를리치우스-클뤼크에 따르면 이제는 직조를 지성사의 중요한 일부로, 구체적으로는 과학적·수학적 개념을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된 시작점으로 인정해야 할 때다. (89쪽)

우리는 왜 힘들 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가?

상실을 애도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삶을 다시 잇다 뜨개질과 자수, 퀼팅 등 수공예 작업의 심리적 효능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심리학과 미술을 공부한 저자는 심리학·신경과학 연구와 예술과 역사 자료를 두루 살피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불안과 상실, 트라우마를 견디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전문성 있게 풀어낸다.

부드러운 천의 촉감은 안정감을 주고, 반복적으로 손을 놀리면서 형체가 있는 작업물을 만드는 경험은 현재에 몰입하게 하며 명확한 보상을 안겨준다. 특히 저자는 아직 말이 되지 못한 경험도 천 위에서는 하나의 색과 무늬,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손을 움직이는 동안 고통은 조금씩 다루고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오랜 옛날부터 직물은 매장 의식의 일부이자 사별의 슬픔을 다스리는 수단이었다. 애도를 통해 우리는 누군가가 물리적으로 사라졌음을, 그들의 죽음 때문에 삶이 바뀌었음을 체감한다. 그 사람 없이 사는 법을 알아내야 한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려면 과거를 풀어헤치거나 허물어야 한다. (158쪽)

직물은 오래전부터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고인의 옷과 이불은 남겨진 이들에게 귀한 유품이 되었고, 여러 문화권에서 직물은 애도 의식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실을 잇는 여자의 손』은 직물을 만들며 죽음을 애도하고 상실을 견뎌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오빠의 뜨개옷을 풀어 수의를 만든 여성과 집단 학살로 희생된 부모에 대한 기억을 수놓아 100점의 직물을 완성한 가족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애도의 장면이 펼쳐진다.

직물에는 사람의 흔적과 기억이 깃들어 있으며, 그것을 풀고 해체해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상실을 애도하고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천에다 이야기를 수놓는 작업의 목적은 단순히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통합하는 데 있다. 끔찍한

목차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며 1장 생과 사를 직조하다 2장 지식을 엮다 3장 자아를 바느질하다 4장 감정의 실타래를 풀다 5장 사람과 사람을 잇다 6장 집에서 기회를 잣다 7장 두 손으로 세상을 바꾸다 나가며: 목적을 빚다 감사의 말 도판 출처 주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니콜 네리그 (Nicole Nehrig) (지은이)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심리학자이자 열성적인 뜨개인, 직물 공예가. 워싱턴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롱아일랜드 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대학교 및 매클레인 병원 등에서 교수진과 임상 감독자로 근무하며 연구와 치료에 매진해 왔다.

심리학자로서의 통찰과 공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역사 속 여성들이 실과 바늘을 통해 어떻게 삶의 난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내려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영아 (옮긴이)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시리즈, 『괴물의 탄생』, 『쌤통의 심리학』, 『별 이야기』, 『걸 온 더 트레인』, 조지 오웰의 『신부의 딸』, 『엽란을 날려라』, 『숨 쉴 곳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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