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루몽」(부제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이 2026년 11월 11일 나왔다. 지은이는 신숙옥 외 지음, 임소라 엮음이다. 펴낸 곳은 라우더북스이다.
분야는 사회과학, 정가는 21,800원, ISBN은 9791199244375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백란에서 가네우미 게이코를 거쳐 신숙옥까지…
나답게 살기 위한 긴 투쟁의 기록 영화 《호루몽》, 스크린 너머의 100년 1999년 9월 열린 일본 방송국의 TV 토론 프로그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중년 남성 논객들 사이에 빨간 투피스를 입은 여성이 앉아 있다. “결국은 돈 얘기잖아?”
하는 조롱과 ‘일본 총리가 도게자라도 해야 사과로 받아들이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여성이 조목조목 받아친다. “사과하고 싶지도 않은데 사과하고 있으니 거짓말 같아 보인다는 거죠.” 자이니치 3세 신숙옥.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던 그는 방송이 끝난 뒤에야 복도에서 흐느꼈다. 상대의 주장을 충분히 반박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훗날 일본 사회의 혐오에 맞서는 대표적인 활동가가 되고, 대기업 DHC를 법정에 세워 끝내 승소하기까지. 도대체 무엇이 신숙옥을 이토록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호루몽 -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열네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타국에서 죽더라도 고향에 소식이 닿기를 바라며 팔에 문신을 새긴 할머니 이백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받으며 가난과 남편의 폭력 속에서 살아낸 어머니 김계선(가네우미 게이코), 그리고 ‘조센징’이라는 말에 담긴 멸시조차 모르던 소녀에서 사업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성장한 딸 신숙옥.
『호루몽 -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는 밀려나고 또 밀려나면서도 끝내 자기 자리를 만들어온 여성 3대의 생애를 통해 ‘자이니치 100년사’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민지형 작가와의 대담에서는 오늘의 신숙옥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의 태도를 생생하게 전하고, 대기업 DHC와 벌인 6년간의 소송 또한 사건 연표와 실제 판결문으로 낱낱이 기록한다. 평생 싸워온 신숙옥이 꿈꾸는 것은 다음 세대만큼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산다는 것은 이기는 것입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찬가입니다.”
이 책의 출발점에는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이 있다. 일본 유학 시절,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처음 신숙옥을 본 이 감독은 우익 논객들의 말을 거침없이 받아치는 그에게 강렬하게 매료되었다.
훗날 다시 만난 신숙옥에게 그는 “신숙옥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습니다”라고 제안했고, 그 만남은 영화 《호루몽》으로 이어졌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호루몽》은 제2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과 시청자·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이어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까지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확인했다. 영화의 제목인 호루몽(ホルモン)은 일본에서 소나 돼지의 내장 요리를 지칭하는 말이다.
‘버리는 것(放る物)’을 의미하는 간사이 방언에서 유래했으며, 조선인들이 이 버려진 내장을 구워 먹으며 삶을 이어가던 것이 대중화되었다고 전해진다. 버려지고 배척당한 자이니치의 시간이 새겨진 음식인 셈이다.
본명을 감추고 일본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이들의 고통, 일자리를 얻지 못해 음지로 내몰린 이들의 분노, 가족과 생이별해야 했던 이들의 회한이 이 한 단어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 싸웠고, 결국 살아남았다. 신숙옥과 그의 가족이 걸어온 길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제목이 있을까.
영화가 신숙옥과 여성 3대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면, 책은 그들의 생애를 자이니치 100년의 역사 속에서 더욱 깊이 들여다본다. 간토대지진을 겪은 할머니의 악몽, 북한으로 떠난 가족에게서 날아온 편지, 조선학교에서의 폭력, 일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해야 했던 이름과 직업….
국가와 민족, 이념과 차별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한 가족의 일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모든 경험이 신숙옥이라는 사람에게 남긴 흔적이다.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자랑하던 아이는 차별의 의미를 깨닫고, 가난과 가족의 폭력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젊은 여성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가로 성장한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이 그의 싸움을 끝내주지는 못했다. 자신이 겪은 차별이 결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신숙옥은 자기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자이니치의 문제를 넘어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문제와 여성, 장애인, 이주민의 싸움에까지 뛰어든다.
이 책은 그 답을 한 개인의 특별한 성격이나 타고난 용기에서 찾는 대신 그가 지나온 시간과 그를 둘러싼 역사를 통해 이해하게 한다.
‘한 많은 이 세상’에 던져진 여성들 그 위태로우면서도 강인한 연대에 대하여 『호루몽 -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가 특히 매력적인 것은 한 인물의 생애와 가족사, 역사 해설, 생생한 대담, 실제 법정 기록이 한 권 안에서 서로 맞물린다는 점이다.
1부 ‘호루몽’은 1901년생 외할머니 이백란, 1934년생 어머니 김계선, 1959년생 신숙옥으로 이어지는 여성 3대의 삶을 연대기 형식으로 따라간다.
특히 199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TV 토론과 2017년 《뉴스여자》의 혐오 방송 등 신숙옥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들을 통해, 차별받던 소녀가 사업가를 거쳐 사회운동가로 성장하고 거대 기업과의 싸움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재일조선인 북송사업,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 통명과 본명, 삼국인, 인류관 사건, 오키나와 평화 운동처럼 한국 독자에게 낯선 사건과 개념을 별도 항목으로 정리했다. 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지는 순간, 마치 백과사전을 펼쳐보듯 필요한 정보를 바로 찾아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2부 ‘여자, 자이니치, 그리고 싸움 - 신숙옥, 민지형 대담’에서는 지금의 신숙옥을 ‘필터 없이’ 만난다. 라우더북스 대표이자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의 작가 민지형과 마주 앉아 가족과 여성, 차별과 연대, 사랑과 돌봄에 관한 생각을 때로는 통렬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신숙옥은 민지형의 소설을 일본어판으로 읽었다면서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눈치 못 채냐, 이 바보 남자야!’ 하고 말해주는 책이랄까”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들이 치열하게 싸운 만큼 다음 세대에는 더 많은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가 생겨나기를 바란다는 신숙옥.
그 거침없는 한마디 한마디에 오랜 세월 싸워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철학이 담겨 있다. 3부 ‘어느 싸움의 기록’에서는 신숙옥이 맞서 싸운 혐오의 실체를 법정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뉴스여자》의 허위 방송으로 시작된 대기업 DHC와의 6년간의 싸움을 사건 연표와 실제 판결문을 통해 따라가며,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은 혐오와 거짓에 어떻게 법적 책임을 물었는지 낱낱이 보여준다.
평전이자 역사 입문서이고, 인터뷰집이면서 법정 기록이기도 한 『호루몽 ?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는 한 여성이 무엇을 겪었는지뿐 아니라, 그 모든 일에 어떻게 맞섰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혐오와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한발 내디딜 것인지 독자에게 묻는다. 신숙옥은 머리말 ‘한국 독자 여러분께’에서 차별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맞선 한국 여성들을 호명한다.
“페미사이드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한국은 멀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당신과 이어진 것이 정말로 기쁩니다.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여는 글 한국 독자 여러분께 신숙옥, 나의 주인공 제1부 호루몽 0 자이니치와 호루몽 1901 할머니의 꿈
-간토대지진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 1934 조선인의 딸
-모스크바 3상회의 1953 마작과 결혼한 남자 1959 멋진 조선인 1965 낙원으로 떠난 사람들
-재일조선인 북송사업 1967 경계인의 학교 1977 여기 남아
-통명과 본명, 본명선언 1980 나를 사달라고 1985 사람이 자라는 회사
-여성차별철폐협약 1990 어머니가 고른 국적 1999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2000 이시하라는 물러나라
-삼국인 2002 극우의 표적 2013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2017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인류관 사건
-오키나와 평화 운동 2018 반격 2021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2023 함께 살아가요
-DHC와 NO 재팬 제2부 여자, 자이니치, 그리고 싸움 -신숙옥, 민지형 대담- 여자는 평생 싸울 수밖에 없다 죽을 거냐, 지옥에 갈 거냐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와 한국 남자 살아남는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만 도울 순 없으니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반경 5미터의 활동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마흔에 시작된 싸움 가족 참 어렵다 미디어 속 한국 군대와 서바이벌 차별의 본질 더 많은 프리라이더를 만들자 제3부 어느 싸움의 기록 2017 - 2023 《뉴스여자》 방송부터 재판까지 판결문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신숙옥 (辛淑玉) (지은이)
1959년 도쿄 시부야에서 태어난 자이니치 3세로, 일본 이름은 니이야마 세쓰코이다. 일본 학교와 조선 학교를 오가며 성장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통명이 아닌 본명 ‘신숙옥’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1985년 인재 육성 회사 고가샤香科舎를 설립, 인재 육성 컨설턴트이자 작가, 평론가, 강연가로 활동하는 한편 인종차별과 헤이트 스피치,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1999년 다하라 소이치로가 진행한 TV 아사히의 토론 프로그램 《이의 있음!》에 출연해 고바야시 요시노리와 일 1959년 도쿄 시부야에서 태어난 자이니치 3세로, 일본 이름은 니이야마 세쓰코이다.
일본 학교와 조선 학교를 오가며 성장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통명이 아닌 본명 ‘신숙옥’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1985년 인재 육성 회사 고가샤香科舎를 설립, 인재 육성 컨설턴트이자 작가, 평론가, 강연가로 활동하는 한편 인종차별과 헤이트 스피치, 여성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1999년 다하라 소이치로가 진행한 TV 아사히의 토론 프로그램 《이의 있음!》에 출연해 고바야시 요시노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맞섰다.
피해자들을 ‘결국 돈을 원하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발언에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인간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한 장면은 한국어 자막 영상으로 다시 확산되어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2000년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삼국인’ 발언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차별 운동에 뛰어들었고, 2013년 헤이트 스피치와 인종차별에 맞서는 국제 네트워크 ‘노리코에넷’을 창립해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17년 《뉴스여자》의 허위 방송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뒤 DHC 텔레비전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였고, 2023년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승소했다.
2025년에는 그의 삶과 투쟁을 담은 이일하 감독의 영화 《호루몽》이 공개됐다. 《호루몽》은 제22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인 다큐멘터리고양상과 시청자·관객상을,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장편 관객상을 받았다.
202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평화운동가였던 김복동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정된 ‘김복동상’을 초대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식민주의와 가부장제, 전쟁과 소수자 차별에 굴하지 않고 약자의 편에서 연대해온 그의 삶이 김복동의 삶과 닮아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숙옥은 “나는 내가 좋을 뿐”이라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기 위해 싸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재일조선인의 가슴속』, 『화 내는 법』, 『자이니치,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대하여』, 『악인예찬』, 『여자의 인생은 마흔부터가 진짜다』 등의 책을 냈다.
이일하 (지은이)
한국에서 태어나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다마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니혼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오사카예술대학 대학원에서 하라 가즈오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를 배우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권과 사회문제, 소수자의 삶을 꾸준히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한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룬 《당신을 위한 행진곡》(2003)을 시작으로 《라떼지수》(2006), 《로드멘터리》(2008) 등을 만들었다.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학생들의 성장기를 담은 《울보 권투부》(2014)는 제6회 DMZ국 한국에서 태어나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다마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니혼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오사카예술대학 대학원에서 하라 가즈오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를 배우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권과 사회문제, 소수자의 삶을 꾸준히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한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룬 《당신을 위한 행진곡》(2003)을 시작으로 《라떼지수》(2006), 《로드멘터리》(2008) 등을 만들었다.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학생들의 성장기를 담은 《울보 권투부》(2014)는 제6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일본의 혐한 시위에 맞선 시민들의 활동을 기록한 《카운터스》(2017)는 DMZ국제다큐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과 서울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대상과 관객심사단상을 받았으며, 뉴욕아시안영화제와 원월드 국제인권다큐멘터리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후 드랙 아티스트 모어의 삶과 무대를 따라간 《모어》(2021),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을 지닌 두 청년의 제도권 정치 도전기를 기록한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2023)를 만들었다.
최신작 《호루몽》(2025)은 자이니치 3세 인권활동가 신숙옥의 삶과 혐오 방송에 맞선 법정 투쟁을 기록한 작품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공개되었으며, 제2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인 다큐멘터리 고양상과 시청자·관객상을 수상했다.
임소라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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