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

  • 입력 2026.10.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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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피스트 제공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이 2026년 10월 26일 나왔다. 지은이는 차한비 지음이다. 펴낸 곳은 타이피스트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5,000원, ISBN은 9791199940765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북의 리더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귀여워 ㅋㅋ 통일할래요?”

시에서 시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농담과 밈, 기발한 상상력으로 발명하는 시의 세계 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차한비 시인의 첫 시집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이 타이피스트 시인선 016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당시 “언어를 부리는 힘과 시적인 장악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김언)는 평가와 함께, 다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시인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모은 차한비가 첫 시집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4부에 걸쳐 수록된 41편의 시에는 인터넷 밈과 유행어,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과 힙합, 광고와 인터넷 방송까지 다양한 대중문화의 언어가 등장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들이 한자리에 모여 엉뚱한 사건을 일으키고, 하나의 농담은 또 다른 이야기를 낳으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차한비의 시를 읽는 일은 잘 짜인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기꺼이 휘말리는 경험에 가깝다. 말 한마디가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잘못 알아들은 단어 하나가 사건의 발단이 된다. 농담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농담이 등장하고, 진지하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뜻밖의 한 문장으로 뒤집힌다. 독자는 웃다가 의아해하고, 의아해하다가 다시 웃으며 이 이상한 세계를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저건 그냥 흔하디흔한 피싱 문자였고 그것이 단지 문학인들을 겨냥했다는 것뿐이었지만 문학인도 아닌 나는 저것이 나를 문학 인도해 줄 거라 생각해 링크를 눌러 버렸다 핸드폰은 순식간에 잠식당했고 그날 이후 전 자책을 하다 전자책이 되었습니다 ―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 중에서 표제작은 도서전 초대 문자를 받은 화자가 피싱 링크를 눌렀다가 전자책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 자책’이 ‘전자책’으로 변하는 순간, 언어의 우연한 유사성은 실제 사건이 된다. 사람이 책이 되고, 팔리지 않는 두 권의 책이 도서전에서 서로를 만난다. 아무리 홍보해도 화제가 되지 않고, 창고와 웹의 공간만 차지하던 책들은 서로의 등 뒤에 붙은 종이를 떼어 주며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차한비는 천진난만한 상상력을 단순한 웃음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인물의 운명과 관계까지 만들어 낸다.

“시에 시 없음” — 시를 없애겠다는 이상한 프로젝트 「제로시 프로젝트」에서는 영상전문매체 주식회사 인피니티가 새로운 구독 상품을 출시한다. 제로콜라와 제로소주에 이어 등장한 ‘제로시’는 이름 그대로 시가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시다.

제로시 제로투 아니고 구독의 형태로 구매 가능 시에 시 없음 넣을 수 없는 주머니 정확히 말하자면 0.000000001% poem 함유 우린 그걸 제로라고 부르기로 ― 「제로시 프로젝트」 중에서 시에서 시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차한비는 이 엉뚱한 질문을 하나의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 버린다.

구독자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를 기다리고, 그 사이 온갖 논쟁과 소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정작 모두가 기다리는 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무엇이든 콘텐츠가 되고, 끊임없이 관심과 소비를 요구하는 시대에 시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차한비는 이러한 질문조차 진지하게 설명하는 대신 농담으로 밀어붙인다.

나는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손에는 이북 리더기 대신 이북의 리더 손이 쥐어져 있다 나는 보이는 것을 믿지 않지만 그의 보이는 모습은 내 마음에 들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에게 기댄다 이북의 리더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귀여워 ㅋㅋ 통일할래요?

― 「이북과 e-book의 독서론적 만남」 중에서 「이북과 e-book의 독서론적 만남」에서는 이북 리더기를 들고 이북의 리더와 소개팅을 한다. 백숙집에서 시작된 만남은 엉뚱한 로맨스로 발전하고, 느닷없는 사랑 고백은 통일을 제안하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독서 기기와 정치 지도자, 연애와 분단이라는 서로 무관한 세계가 단어 하나를 매개로 뒤섞이는 것이다. 그리고 「수습 닌자 김민철」에서는 물류를 나르는 직장인이 자신을 닌자로 소개한다. 4대 보험 대신 4대 호카게를 희망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면 분실술을 썼다고 말한다.

「식용돌과 황홀경」에서는 반려돌과 식용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다가 급기야 사람이 돌이 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차한비의 시에서는 말이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익숙한 단어를 엉뚱하게 해석하는 순간 세계의 규칙이 바뀌고, 사소한 농담은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자라난다.

웃기려고 한 말인데, 왜 마음이 남을까 그러나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의 매력은 기발한 상상력과 능청스러운 유머에만 있지 않다. 소란스러운 문장들 사이로 외로움과 불안, 관계의 어려움과 죽음에 관한 생각들이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따듯한 말」에서는 위로의 말이 음식과 사랑, 죽음에 관한 농담으로 이어지고, 「공상언어처리장」에서는 언어와 포옹의 관계가 기묘하게 뒤집힌다.

공상의 말로 언어는 안아의 반대말이래 언어는 서로를 등지고 허공을 껴안는 행위 사람의 몸과 몸이 부대끼면 공상언어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애정 행각인 거지 ― 「공상언어처리장」 중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하지만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가까워지기 위해 건넨 말이 오히려 거리를 만들고, 진심을 전하려는 순간 그 진심이 농담으로 바뀌기도 한다. 차한비의 인물들은 왜 이렇게 많은 농담을 하는 것일까. 어쩌면 어떤 감정은 진지하게 말하는 순간 더 어색해지고, 어떤 슬픔은 농담의 형식을 빌려야 겨우 입 밖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다영은 수록 해설 「키치 키친(Kitsch-Kitchen)」에서 차한비의 시를 ‘밈 리터러시(詩)’와 ‘제로시학’의 관점으로 읽는다. 밈을 단순히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복제되고 변형되고 퍼져 나가는 방식 자체를 시의 원리로 삼는다는 것이다. 또한 농담과 허구, 진술의 번복을 통해 쉽게 규정되거나 소비될 수 없는 감정을 지켜 내려는 시인의 태도에 주목한다.

“이상하다.” — 이상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첫 시집 추천사를 쓴 오은 시인은 차한비의 시에서 이상(異常)함과 이상(理想)이 만나는 순간을 발견한다. 말놀이는 다음 이야기를 열어 주는 징검돌이 되고, 사소한 연상은 끝없이 확장되는 서사의 출발점이 된다. 시인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표현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정해진 의미 바깥에 숨어 있던 가능성을 발견한다.

시인의 말 또한 이 시집답다.

나의 동경 친구 이동경은 나의 시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 시네 ― 「시인의 말」 전문 무엇이 시이고 무엇이 시가 아닌지 따지는 동안에도 차한비의 시는 이미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익숙한 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뒤집히고, 사소한 농담은 하나의 사건이 되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인터넷 밈과 대중문화, 일상의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시집에서 말장난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되고, 웃음은 쉽게 드러내지 못한 감정을 전하는 방식이 된다. 농담이 농담을 낳고,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들이는 동안 독자는 시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된다.

차한비는 시의 익숙한 문법과 권위를 유쾌하게 뒤집으면서 그 안에 자신만의 서사와 정서를 구축한다. 터무니없는 설정과 능청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문득 그 속에 숨어 있던 외로움과 불안, 관계를 향한 서툰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진지한 고백 대신 농담을 선택하고, 하나의 의미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다른 가능성을 찾아 나가는 시인.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은 언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온갖 우연과 오해, 웃음과 슬픔을 한데 모아 시의 새로운 즐거움을 펼쳐 보인다.

무엇이든 시가 될 수 있고, 어떤 말에서든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차한비는 이 첫 시집으로 유쾌하게 증명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일 부 산책과 사후세계에 대한 도서전/ 제로시 프로젝트/ 이북과 e-book의 독서론적 만남/ 윤니학/ 따듯한 말/ 정보석사우나/ 식용돌과 황홀경/ 반찬 리필을 해줄 땐 처음 준 만큼 혹은 그것보다 적게/ 탑골공원에서 세운상가/ 동요 이 부 공상언어처리장/ 로버트와 로보트가 움직이는 소리 음~치킨/ 서광장례식장/ Made in Accept(수락산)/ 전선을 간다(POEM MIX)/ 수습 닌자 김민철/ 돼지국밥 곽두철/ 암살자는 이상해/ 초미세민지/ 소금빵리스트 삼 부 폰희주/ 예비와 미수/ 김혜순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겠다/ 감시키메라/ 양치기 소명/ 하이에나는 하하하하하고 운다/ (주의)나폴리탄 대담/ 스트리밍 서비스/ 김사라와 사라짐/ 실랑이와 가랑이 사 부 Hurt ≠ Youth/ 롤로노아 한남준/ 전부에서 유명한 전부비빔밥/ 무인도선언/ 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최선의 방어/ 이 편지는 북유럽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이건 편지의 내용이 아니다가 아니다/ 나도 언젠간 서정시를 쓸 수 있을까/ 디엔드 해설_최다영 키치 키친(Kitsch-Kitchen)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차한비 (지은이)

200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차한비(지은이)의 말 나의 동경 친구 이동경은 나의 시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 시네 2026년 10월 차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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