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일원 명승 지정…산악신앙·불교문화 품은 복합경관

  • 입력 2026.10.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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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영암과 강진에 걸친 월출산 일원이 국가지정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화강암 산악경관과 국가 제의, 불교문화, 시문과 옛 기록이 오랜 기간 축적된 복합 산악 문화경관으로서 가치를 인정해 지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월출산은 평야에서 급격히 솟아오른 독립 화강암 산괴로 기암절벽과 암봉이 경관을 이루며, 천황봉을 중심으로 통일신라 시기부터 국가 제례가 이어진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고려와 조선 시대 서남부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사찰과 문화유산, 산을 기록한 고지도와 문인들의 시문도 지정 근거에 포함됐다. 국가유산청은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월출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국민이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제례 이어진 영산, 기록에 남은 월내악

월출산은 『삼국사기』에 월나군 소재 ‘월내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월출산 천황봉은 통일신라 시기부터 나라의 제사를 지낸 곳이다. 산악신앙과 국가 의례의 전통이 이어진 영산으로,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서남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산의 자연 지형뿐 아니라 제례와 신앙, 불교문화가 같은 공간에서 이어진 점이 이번 지정에서 평가된 복합 문화경관의 한 축이다.

월출산은 시대에 따라 월내악, 소금강, 천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이름과 함께 산을 바라보는 인식과 산행 경험이 달라진 흔적은 정약용과 김창협 등의 유산기와 시문에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기록을 통해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명산으로 인식된 월출산의 변화와 산악 경험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지도와 시문, 『백운동도』 등 고려·조선 시대 자료에는 계곡을 따라 수림과 암반, 문화유산이 이어지는 모습도 기록돼 있다. 문헌에 나타난 산의 경관은 현재 확인되는 자연환경과 맞닿아 있다.

무위사와 도갑사에 남은 불교문화의 흔적

월출산 일원에는 사찰과 불교문화유산도 자리한다. 무위사는 선종사찰의 전통을 간직한 곳으로, 조선 전기 왕실의 후원 아래 조성된 극락보전과 벽화가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유산이 당시 불교 신앙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무위사의 입지도 산과 사찰이 어우러지는 경관을 형성한다. 남측의 산세는 완만하고 평야를 향해 열려 있으며, 낮고 절제된 극락보전 건축이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도갑사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도선국사 관련 기록과 왕실의 후원, 사찰에 남은 여러 문화유산은 왕실 불교와 지역 사찰의 관계를 보여준다. 월출산 중턱에는 국보 ‘영암 월출산 마애여래좌상’도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불상은 구정봉의 거대한 바위에 새겨졌으며 높이는 8.6m다. 구정봉에는 아홉 개의 우물과 관련한 설화도 전해진다. 사찰과 불상, 신앙 설화가 산의 자연 지형과 함께 자리 잡아 월출산의 역사·문화적 층위를 이룬다.

평야 위 독립 화강암 산괴와 다층 경관

월출산은 주변 산줄기와 떨어져 평야에서 급격히 솟아오른 독립 화강암 산괴다. 국가유산청은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백악기까지 다양한 화강암류가 분포하고, 돔형 암봉과 성곽형 암릉 등 화강암 풍화 지형이 발달한 점을 지질·생태적 가치로 제시했다. 천황봉과 구정봉을 중심으로 기암절벽과 풍화 지형이 펼쳐지고, 평야와 바위 봉우리의 대비가 뚜렷하다.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하늘선도 월출산 경관의 특징으로 꼽힌다.

월출산의 경관은 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멀리서는 산의 스카이라인이 드러나고, 가까워지면 암벽과 계곡, 수림이 차례로 보이며, 가까운 거리에서는 암석의 세부 형태를 살필 수 있다. 정상에서는 평야와 마을이 산과 함께 조망된다. 산지의 높이에 따라 식생이 달라지고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등 특이 식생도 분포해 생태학적 가치를 더한다. 국가유산청은 기암절벽과 풍화 지형, 식생, 조망 경관을 포함해 월출산의 자연환경 전반을 명승 지정의 근거로 들었다.

고지도·시문과 함께 축적된 지역의 산악문화

월출산의 가치는 자연경관이나 개별 문화유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수림과 암반, 사찰 등 문화유산이 순차적으로 드러나는 경관은 옛 자료에 담긴 기록과도 연결된다. 고지도와 시문, 『백운동도』 등에는 월출산 일대의 경관과 문화공간이 기록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자료들이 오랜 시간 지역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명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산을 둘러싼 자연과 사람들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도 지정 대상의 특징이다.

구정봉의 아홉 우물처럼 지형에 얽힌 신앙 설화는 월출산의 인문지리·민속학적 가치를 보여주는 자료다. 천황봉의 국가 제례 전통, 무위사와 도갑사의 불교문화, 마애여래좌상과 문인들의 유산기까지 여러 시대의 흔적이 한 산에 축적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문화적 기록과 화강암 산악경관, 생태적 가치를 함께 살펴 월출산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국가유산청과 관계 시군이 보존·관리 체계를 다지고 주변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한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명승 월출산 일원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국민이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용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역시 관계 기관·시군과 함께 보존과 주변 문화유산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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