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

  • 입력 2026.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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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소금 제공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부제 국가검열에 맞선 한국 현대미술의 도전)이 2026년 10월 21일 나왔다. 지은이는 홍태림 지음이다. 펴낸 곳은 빨간소금이다.

분야는 역사, 정가는 23,000원, ISBN은 9791191383744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검열과 미술의 관계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국가검열은 국가가 표현을 금지하고 예술가가 이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단선적인 구도로만 작동하지 않았다.

《검열과 월경의 미술사》는 국가의 금지 명령과 이를 해석·집행하는 권력 기구, 그리고 검열을 미리 의식하고 전략적으로 표현의 가능성을 조정한 미술인들의 선택이 빚어낸 ‘상호구성적’ 관계에 주목한다.

미술이 기존의 통치 질서(치안)를 교란하고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국가는 검열이라는 수단으로 이를 다시 통제하려 했으며, 미술인들은 그 틈새에서 순응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독자적인 생존과 발언의 전략을 모색했다.

저자는 권력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표현의 최소 공간을 모색한 ‘절충적 자체 검열’과, 은유 및 매체 전환을 통해 통제망을 교란하고 우회한 ‘전술적 자체 검열’로 이를 구분해 분석한다. 1980년 비상계엄이라는 정국 속에서 개최된 《현실과발언 창립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과 동산방 화랑으로 이어지는 전시 과정에서 주재환의 〈차렷, 경례〉나 김건희의 〈얼얼덜덜〉 같은 작품들은 당국의 탄압과 인쇄소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도판을 교체하거나 신문 기사 인쇄 부분을 검게 지우는 식의 자체 검열을 거쳤다.

책은 이러한 타협과 우회의 선택 역시 권력의 요구에 단순히 굴복한 것이 아니라, 한계 속에서도 비판적 발언을 이어 가기 위한 ‘전술’이었음을 입체적으로 증명한다.

반공적 검열에서 가부장적 도덕주의 검열로 이 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현대미술사를 관통하며, 국가검열을 작동시키는 지배적인 메커니즘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밝힌다.

이승만 정부부터 노태우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검열을 지배한 핵심 축은 분단 체제와 냉전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반공적 치안 체계’였다. 정부에 대한 직접적 비판, 통일 논의, 노동운동 및 반미 의제는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등을 통해 불온시되고 봉쇄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냉전 해체와 1990년대 이후 제도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검열의 중심축은 보수적 성 규범과 가부장적 공공성에 기반한 ‘가부장적 도덕주의 치안 체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공주의가 약해진 자리에, 남성 중심의 성 규범을 벗어나거나 기존의 가족 및 도덕 관념에 균열을 내는 여성주의 미술, 성·젠더 관련 표현들이 ‘음란’과 ‘풍기문란’이라는 굴레를 쓰고 새로운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페미니스트아티스크그룹 입김의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와 미술 교사 김인규의 〈우리부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책은 이 같은 시각 통지의 역사적 이동을 추적하며, 국가검열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옷을 갈아입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예술의 자유를 위협하는지를 드러낸다.

민중미술을 다시 읽다 이 책은 보통 1980년대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민중미술의 역사적·미학적 뿌리를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저자는 1980년대 민중미술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1960~1970년대에 전시장 바깥으로 나가 권위주의 체제와 기성 화단에 반기를 들었던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 실천에서 그 싹을 발견한다.

책에는 1967년 무동인·신전동인·오리진의 20대 청년 미술인들이 국전의 보수성과 정부의 미술 정책에 맞서 “행동하는 화가”, “좌상파 국전” 등의 손팻말을 들고 나선 《청년작가연립전》의 거리 시위부터, 1970년 기성 문화와 독재 체제의 매장을 선언하며 관을 메고 거리를 행진한 제4집단의 〈기성 문화예술과 기존 체제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의 저항사가 생생히 펼쳐진다.

나아가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한복판에서 신체를 매개로 권위주의적 명령을 희화화한 이건용의 이벤트(〈건빵먹기〉, 〈이리 오너라〉), 민전(동아미술제)에 문명 비판의 외피를 씌워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주의라는 금기를 출품했던 변종곤의 〈1978년 1월 28일〉 등은 1980년대 민중미술이 보여 준 집단적·대중적 개입의 직전 단계이자 한국 현대미술이 획득한 자산이었음을 일깨운다.

풍부한 사료와 생생한 인터뷰로 되살려낸 한국 현대미술사 이 책에는 기존의 한국 현대미술사 책들에서 보기 어려운 미술인과 관계자,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이 여럿 등장한다. 저자는 일간지 기사, 잡지, 팸플릿, 판화집, 경찰의 수사 기록 및 공소장, 재판 판결문 등 수많은 일차 사료를 추적해 검열이 이뤄진 구체적인 정황을 복원한다.

무엇보다 당시 검열에 직면했던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 묻힐 뻔한 순간들을 입체적인 현실로 끌어올린다.

책에는 1980년 7월 광주항쟁의 국가 폭력을 증언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의해 강제 철거된 조각 〈시민-I〉의 최민화, 1985년 전두환 정권의 금기를 전면화하며 폭압적인 압수와 검열을 겪었던 《한국 미술, 20대의 힘》의 기획자 박불똥, 노동 만화 〈깡순이〉와 〈사장과 진실〉을 그리다 보안사에 체포되어 국가보안법으로 법정에 섰던 이은홍 등의 증언이 실려 있다.

또한 국경을 넘어 퍼진 홍성담의 〈대동세상〉 판화와 오월 판화집 《새벽》의 유통 과정, 전국 200여 명의 미술인과 학생이 집단 제작해 평양축전에 슬라이드 필름으로 전달되었던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를 둘러싼 안기부의 고문과 사법 파동 등에 대한 증언이 생생함을 더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책을 펴내며 들어가며 1부 반공주의 검열의 전개

1. 미술, 전시장 밖으로 나가다 - 《청년작가연립전》의 거리 시위

2. 기성 문화에 반기를 들다 - 제4집단의 〈기성 문화예술과 기존 체제의 장례식〉

3. 유신 체제를 비웃다 - 이건용의 권력 풍자 이벤트

4. 민전에서 시도된 우회 전술 - 변종곤의 〈1978년 1월 28일〉 2부 전시장 안에서 펼쳐진 금기

5. 광주항쟁을 증언한 조각 - 최민화의 〈시민-Ⅰ〉

6. 비상계엄 아래서의 발언 - 주재환의 〈차렷, 경례〉와 《현실과발언 창립전》

7. 전두환 시대의 금기를 전면화하다 - 《한국 미술, 20대의 힘》 3부 삶의 현장과 국경을 넘나든 미술

8. 국경을 넘어 퍼진 판화의 연대 - 홍성담의 〈대동세상〉

9. 민주화운동을 뒷받침한 전략물자 - 민중미술 달력 〈민족미술 열두마당〉

10. 농민운동을 고취하다 - 김봉준의 《농사꾼 타령》

11. 만화, 법정에 서다 - 서노련의 〈깡순이〉와 〈사장과 진실〉

12. 지워진 통일 벽화 - 〈통일과 일하는 사람들〉과 〈상생도〉

13. 감각의 재분배에 앞장서다 -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4부 가부장적 도덕주의 검열의 등장

14. 가부장적 공공성에 던진 균열 - 입김의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15. 도덕의 이름으로 씌운 굴레 - 김인규의 〈우리부부〉 나오며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홍태림 (지은이)

예술과 정치가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미술사 연구자다. 미술 및 문화·예술정책 현장에서 그 고민을 연구와 실천으로 풀어 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 현대미술과 국가검열의 상호구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기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문화연대 집행위원,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게임산업협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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