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독 일기」이 2026년 11월 6일 나왔다. 지은이는 심윤경 지음이다. 펴낸 곳은 문학동네이다.
분야는 에세이, 정가는 17,500원, ISBN은 9791141603786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한순간 읽기와 쓰기를 박탈당한 25년 차 소설가 그 앞에 도착한 ‘난독’이라는 최악이자 최고의 선물 상자 “내가 기어들어간 지옥은 난독이라는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2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우리 시대 독자의 곁을 지켜온 소설가 심윤경.
세대를 불문하고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작가로서의 근사한 첫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달의 제단』 『사랑이 달리다』 『설이』 『영원한 유산』 등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를 무대로 삼아 다채로운 삶의 풍경을 몰입도 높게 구현해내는 소설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폭넓은 서사적 역량을 입증해왔다.
명실상부 ‘장편소설의 마이스터’로 일컬어지는 심윤경이 이번에는 잠시 새로운 세계를 빚는 일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으로 찾아왔다. 제목은 ‘난독 일기’. 그의 작품들에 깃든 활력과 고유의 따스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번 산문집이 더욱 뜻밖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십여 년 전 어느 날, 작가는 돌연 난독 증세를 겪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말랑말랑했던 뇌가 타이어처럼 질겨진 것 같아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다고. 평생을 읽고 쓰며 살아온 그에게 이는 생의 의미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난독 일기』는 바로 그 지옥과도 같은 터널을 통과하며 써내려간 기록이다. “그 괴상하게 구불구불한 헤맴의 역사”(11쪽)를 거슬러올라가 불가해한 괴로움의 근원을 파헤치고 스스로 해명해보려는 시도다. 활자의 세계에서 한순간 이탈되어버린 소설가는 그 아득한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이자 25년 차 소설가가 상실과 고통 속에서 기어코 완성한 내밀한 초상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아주 이해하기 힘든 증세를 겪기 시작했다. 책을 펼치면 활자들이 태풍 속의 풀잎처럼 미친듯이 떨렸다. 꼬리를 한 줄에 묶어놓은 고등어들처럼 맹렬하게 몸부림치는 활자들을 따라가려 무리하게 초점을 모으다보면 격렬한 두통이 찾아왔다.
_「모든 일들의 시작」에서 읽기와 쓰기가 사라진 자리에서 마주하는 생의 깊은 주름과 오래된 상흔 심윤경은 데뷔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난독증을 앓는 인물인 ‘동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안타깝게만 여겼던 동구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훗날 자신이 맞닥뜨리는 미래가 된다.
작가는 그 소설을 쓰며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문제에 부딪힐 때면 늘 대처해왔던 방식대로 이번에도 도서관에 가 관련한 자료를 샅샅이 살펴본다. 그러나 온갖 책을 뒤져봐도 자신의 증상에 딱 들어맞는 정보를 찾지 못한다.
난독 증세는 대개 어린 시절 시작되어 성인까지 이어지는 터라 그처럼 어른이 되어 갑작스레 발병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우울증이나 성인 ADHD를 의심해보기도 하지만, 읽기와 쓰기를 제외한 다른 일상 영역에서는 완벽하게 제 기능을 유지하기에 명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평생 해온 일을 난데없이 이어갈 수 없게 되었는데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이 심각하고도 난처한 상황 속에서 그는 혼란의 뿌리를 찾아 그동안 외면해온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고통의 외피를 들추자 그 깊숙한 곳에는 오늘날 중년 여성이자 중견 소설가 심윤경이 되기 한참 전의 ‘꼬마’가 있다.
자기만의 분명한 소신과 목소리를 가지고 있고 탐구심과 호기심도 넘쳤던 “나의 어린 자아”(17쪽)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쏟아냈던 꼬마가 어느 날부터인가 더이상은 한 글자도 쓰지 않겠다며 악을 쓰고 버티고 있다.
심윤경은 자신의 “일생이 그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단단히 맺힌 원한을 풀어주며 일상과 글쓰기의 보이지 않는 이인삼각을 잡음 없이 완수하는 과정이라는 사실”(18쪽)을 깨닫는다.
글 막힘과 난독이 모두 이 꼬마에게서 발원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린 심윤경은 그와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오랜 시간 ‘M’으로 표상되는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제압당하며 자신의 욕망을 묵살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꼬마는 쉽게 화해할 마음이 없다.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그 목소리는 여전히 심윤경의 마음과 머릿속에 들러붙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하고 자기 비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외롭고 아파하는 꼬마, 절망하고 분노하는 꼬마를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 심윤경은 더이상 M에게 복무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노트북 앞에 앉는다.
부서져 훨훨 날아가는 철자들을 앞에 두고, 눈을 감고서라도 써나가기 시작한다. 캄캄한 하늘을 비행하는 눈먼 조종사의 마음으로.
M인가 꼬마인가. 나는 그 갈림길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M의 영광도 꼬마의 파멸도 아닌, 나의 자유를 찾아가는 길. 이것은 이전까지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길이었다. 내 앞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었다.
_「M」에서 읽기의 다른 이름들; 아득한 절망, 거대한 혼란 그리고 상처를 끌어안는 화해와 치유에 관하여 탄탄한 기승전결의 구조와 질서를 구축하는 데 누구보다 능숙한 베테랑 소설가조차 자신의 인생이라는 작품에서만큼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그는 ‘난독증을 앓는 소설가’라는 믿기 힘든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채로 까마득한 “기승전전전”(236쪽)의 시간을 보낸다.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거대한 괴물처럼 여겨져 서점에 들르는 것조차 꺼리게 될 거라고 과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도무지 사양할 방법이 없어 얼결에 시작하게 된 학부모 독서클럽이 그에게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힘겹게만 여겨지던 책 읽기를 타인과 더불어 하는 경험은 더딜지언정 마음에 조금씩 용기를 불어넣는다.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혼자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책들을 우연히 만나 위로를 얻으면서 그는 잃어버린 읽기의 세계와 다시금 마법처럼 연결된다.
난독은 그에게 읽고 쓰는 삶을 앗아간 생애 최악의 사건이었으나 동시에 평생 외면해온 상처를 똑바로 마주하고 고통의 쇠사슬을 끊어낼 기회를 안겨준 귀중한 선물이기도 했다. 아득한 절망이자 거대한 혼란이었고, 끝내 화해와 치유, 해방과 자유의 다른 이름이 된 읽기. 『난독 일기』는 가장 어두운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한 소설가의 증언에 가까운 고백이자 읽고 씀으로써 자유를 되찾는 삶의 해방 일지다.
작가라는 나의 정체성은 글을 쓰는 것으로만 유지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정말로 더 못 쓰겠는데 작가로 살아가려면 글을 써야 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작가로 살아야만 했다. 글을 써야 했다. _「글이 내는 길」에서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모든 일들의 시작 …7 꼬마는 춤추지 않는다 …14 내 머릿속의 타이어 …24 난기류 …37 M …47 동체착륙 …62 글이 내는 길 …74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84 빗자루를 든 꼬마 …96 나의 아름다운 상담사 …106 이해의 이해 …117 꼬마에게 보내는 편지 …128 예술가의 길 …138 독서클럽 …152 독서클럽 2 …163 늑대를 떠나보내기 …174 꿈 …185 용서란 무엇인가 …196 터닝포인트 …210 1일 1 단편 읽기 …223 에필로그|나의 두 할머니들 …235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심윤경 (지은이)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이현의 연애』 『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 『설이』 『영원한 유산』 『위대한 그의 빛』, 연작소설 『서라벌 사람들』, 산문집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난독 일기』 등을 펴냈다. 2005년 『달의 제단』으로 무영문학상을, 2021년 『영원한 유산』으로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05년 무영문학상, 2002년 한겨레문학상 인터뷰 : 소통의 창구를 만드는 소설가 - 200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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