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섬

  • 입력 2026.11.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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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제공

「섬」(부제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이 2026년 10월 26일 나왔다. 지은이는 정현종 지음이다. 펴낸 곳은 문학과지성사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8,000원, ISBN은 9788932045900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생의 기미(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시인 정현종의 그림들과 만년필로 쓴 시편들 고통의 축제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을 향한 환대 “그의 시는 우리를 가볍게 하고 우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단 두 줄로 이루어진 시 「섬」에서부터 삶을 향한 굳센 의지를 노래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생의 찬란한 순간들을 일깨우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한국인이 사랑하는 인생 시 「방문객」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독자의 마음에 가닿으며 한국 현대 시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온 정현종의 시들이 한 권에 담겼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롭게 펴낸 시선집 『섬』이다. 2009년 열림원에서 처음 출간되고 2015년 문학판에서 다시 펴낸 시선집에 여덟 편의 시를 새롭게 더하고, 시인이 직접 만년필로 쓴 시편들과 그림을 함께 수록한 개정·증보판이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이래 정현종은 한국 현대 시에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일구어왔다. 초기 시에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 고통에 대한 실존적 사유를 펼쳐 보였던 그는 점차 자유와 생명, 사랑과 환대의 세계로 시적 지평을 넓혀왔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도 한결같이 이어지는 것은 삶의 무게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려는 의지, 그리고 세상의 모든 존재와 교감하려는 열린 마음이다.

해마다 수많은 시집이 출간되는 가운데 정현종의 시가 오랜 세월 변함없이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시선집의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그의 시가 “개인적인 고통과 시련을 대지의 탄력으로 딛고” 일어서 “아프고 외로운 사람의 영혼 속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위안의 시”를 지향해왔다고 말한다. 삶이라는 “고통의 축제” 속에서 길어 올리는 삶을 향한 환대.

정현종의 시가 오래도록 독자들의 곁을 지켜온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무와 바람과 꽃, 일상의 순간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기쁨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생의 기미(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입니까.

―「고통의 축제 1―편지」 부분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삶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일. 시인에게 그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고, 그 안에 깃든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정현종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삶의 무수한 결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시인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새롭게 태어난다. 「날아라 버스야」에서 무거운 버스가 승객이 든 꽃다발의 힘으로 비행기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고 믿는 시인의 상상력은 신선하고도 유쾌하다.

「환합니다」에서는 가을날 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들이 환한 불꽃으로 피어나고, 「갈대꽃」에서는 가을 햇빛을 머금은 갈대꽃이 눈부신 빛을 발한다. 시인에게 나무와 바람, 꽃과 햇빛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가볍게 하고, 위로 들어 올리는 생명의 힘이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부분 2018년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 소개되며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역시 이러한 시인의 감수성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면서도 삶의 모든 순간이 저마다 피어날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구석구석에도 삶의 아름다움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시는 앉은자리가 꽃자리다.” 정현종의 시론을 압축한 이 말처럼,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의 자리로 바꾸어놓는다. 익숙한 풍경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소한 순간에서 생명의 기쁨을 길어 올리는 것. 정현종의 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 살아봐야지”

고통의 무게를 딛고 솟아오르는 자유와 비상의 의지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부분 정현종의 시에서 삶의 기쁨은 고통을 알지 못하는 낙관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시에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고독, 시간의 흐름과 상실에 대한 깊은 사유가 자리하고 있다. 「견딜 수 없네」에서 시인은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것들이 남기는 아픔을 노래한다. 그러나 그 슬픔은 개인적인 비탄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근원적인 고통으로 확장된다.

그런 시인에게 자유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다시 솟아오를 수 있는 정신의 힘이다. “나는 아래로 아래로 날아오른다”(「고통의 축제 2」)라는 역설적인 시구처럼, 고통은 우리를 끌어내리는 동시에 다시 솟아오르게 하는 힘이기도 한 것이다.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정현종을 ‘바람의 시인’이자 ‘나무의 시인’이라고 말한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람이 느껴지는 그의 시에서 바람은 수평으로 흐르기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다. 나무 역시 땅에 뿌리를 내린 채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그에게 바람과 나무는 현실의 무게를 딛고 상승하는 생명의 탄력, 자유를 향한 의지의 표상이다. 이러한 자유의 정신은 소유와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헤게모니」에서 시인은 세속적인 권력 대신 꽃과 바람, 햇빛과 흐르는 물의 가치를 노래하고, 「어디 우산 놓고 오듯」에서는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열리는 사랑과 자유의 세계를 꿈꾼다.

“그래 살아봐야지.” 시인은 넘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공처럼, 고통을 겪으면서도 삶을 향한 의지를 잃지 말자고 말한다. 그 의지는 마침내 자신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다른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여는 환대의 정신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오랜 세월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섬」과 「방문객」을 비롯한 그의 시편들에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시인은 이번 시선집의 「시인의 말」에서 “문학의 변함없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러한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한다.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롭게 펴낸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은 반세기가 넘는 시적 여정에서 길어 올린 정현종의 대표 시편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총 42편의 시와 시인이 직접 만년필로 쓴 시편들과 그림들을 함께 수록해, 시와 그림을 넘나드는 그의 예술 세계를 한층 풍성하게 담아냈다.

정현종의 오랜 시적 여정의 결실을 독자들은 이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시인의 말 섬 어떤 적막 방문객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고통의 축제 1―편지 고통의 축제 2 벌레들의 눈동자와도 같은 샘을 기리는 노래 이슬 갈대꽃 안부 환합니다 얼마나 좋은가 세상의 나무들 아침 헤게모니 꽃 시간 1 이게 무슨 시간입니까 행복 날아라 버스야 사물의 꿈 1―나무의 꿈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견딜 수 없네 놀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나는 별아저씨 그대는 별인가―시인을 위하여 어디 우산 놓고 오듯 갈증이며 샘물인―J에게 좋은 풍경 교감 잎 하나로 꽃피는 애인들을 위한 노래 여자 타이밍 한 꽃송이 그림자에 불타다 모든 말은요 공터―시 이야기 광휘의 속삭임 예술의 힘 2―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에서, 변주 발문 | 날자, 행복한 영혼들이여·오생근 출전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정현종 (지은이)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경기도 화전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는데, 이때의 자연과의 친숙함이 그의 시의 모태를 이룬다.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동서춘추·서울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였다. 1974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돌아와서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나와 지금까지 쉼 없는 창작열과 자신의 시 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살아 있는 언어, 새로운 문학의 가능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까지 경기도 화전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는데, 이때의 자연과의 친숙함이 그의 시의 모태를 이룬다.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동서춘추·서울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재직하였다. 1974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돌아와서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나와 지금까지 쉼 없는 창작열과 자신의 시 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살아 있는 언어,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왔다.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래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광휘의 속삭임』 『그림자에 불타다』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펴냈다.

또한 시론과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두터운 삶을 향하여』 『빛-언어 깃-언어』 등을 출간했으며,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 다섯 권과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집 한 권을 번역했다.

한국문학작가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경암학술상(예술 부문), 파블로 네루다 메달 등을 수상했다.

수상 : 2015년 김달진문학상, 2004년 공초문학상, 2001년 미당문학상, 1998년 현대불교문학상, 1996년 대산문학상, 1995년 현대문학상, 1992년 이산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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