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구름」이 2026년 10월 16일 나왔다. 지은이는 쇼노 준조 지음, 오하나 옮김이다. 펴낸 곳은 문학과지성사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6,000원, ISBN은 9788932045795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고 목소리만 들려오는 이 시간을 나중에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될까”
전후 일본, 도시 개발의 한복판에서 일상을 재발견한 쇼노 준조 저녁 구름처럼 같고도 다른 모양의 매일을 살아가는 가족의 일기 전후 일본의 일상을 ‘발견’했다고 평가받는 작가 쇼노 준조庄野潤三(1921~2009)의 『저녁 구름夕べの雲』(오하나 옮김)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20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되는 저자 쇼노 준조는 엔도 슈사쿠, 시마오 도시오, 야스오카 쇼타로 등과 함께 이른바 ‘제3의 신인’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로, 2009년 타계 전까지 60여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해 요미우리문학상, 신초샤문학상, 노마문예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하는 전후 작가’ 6인 중 하나로 쇼노를 꼽기도 했는데, 일본 내에서 쇼노의 문학적 위상이 어떠한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쇼노의 작품은]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소설가)
1950년대 일본에는 1, 2차 전후파 작가들과 구별되는 새로운 작가들이 속속 등장해 새로운 파장을 몰고 왔으며, 쇼노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1, 2차 전후파 작가들이 전쟁에 대한 비판을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거대한 이념과 역사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면, ‘제3의 신인’으로 명명된 새로운 작가들은 자신의 체험에 기반을 두고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작품 활동 초기에 부부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위기를 주로 그린 쇼노는, 중기 이후부터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가족 소설’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저녁 구름』은 이 같은 쇼노의 문학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개발의 붐이 일던 1960년대 도쿄 외곽의 다마 구릉으로 이사 온 오우라 가족의 소소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세 편의 글이 각기 완결성을 지니면서도 느슨하게 연결되어, 마치 가족 시트콤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우라네 가족이 우연히 이사 와 살게 된 이 언덕에서 새로 만나 정든 것들에 대해 다 쓰려면 아직 멀었다”
오우라 가족은 아무도 살지 않는 언덕으로 이사 온다. 전에 살던 집 주변으로 다니는 차가 늘어나자 한적한 곳을 찾아왔지만, 새집을 짓고 나서야 오우라는 왜 이곳에 집이 한 채도 없는지 깨닫는다. 전철역과 멀리 떨어진 데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천장에서는 지네가 떨어지곤 했다.
그곳에서 오우라 부부와 세 아이들은 단란한 생활을 꾸려나간다. 바람을 막아줄 나무로 마당에 무엇을 심을지 궁리하고, 역 앞 좌판에서 제철 과일을 사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숲길에 이름을 붙인다.
동짓날에는 유자 목욕을 하고, 감기 걸린 아이에게 뜨끈한 녹차에 통매실장아찌와 무즙을 넣고 간장으로 간해 먹이면 다른 아이들도 먹고 싶어 꾀병을 부린다. 다섯 식구가 계절과 풍경을 만끽하며 지내는 사이, 오우라의 집 주변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선다.
소설은 급격히 도시화하는 주변 환경과 이를 마주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저녁 구름』은 1964년 9월부터 1965년 1월까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되었다. 1964년은 일본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는데, 당시 도쿄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경제 부흥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국가적 이벤트였다.
‘더는 전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표방하듯 일본은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맞이하고 있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다마 구릉 또한 실제로 당시 도쿄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쿄 외곽에 조성된 일본 최대 규모의 신도시 ‘다마 뉴타운’이 자리한 곳이다.
실제를 반영하듯 소설 속에서도 언덕 일대에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면서, 오우라 가족은 멀리서 땅을 파헤치는 불도저의 굉음을 듣거나 벌목된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다. 이 같은 도시 개발의 한복판에서도 소설은 쉽사리 놓치기 쉬운,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일상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살펴본다.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힘 그리움이라는 정교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 쓰지하라 노보루(소설가)
‘지금’은 방금 전까지 거기에 있었지만 금세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이대로 영원할 것만 같지만 다음 순간에는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에 대해 쓰고 싶다. (246~247쪽)
늘 똑같아 보여도 매순간 달라지는 저녁 구름처럼,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모양을 띤다. 그것이 개발 때문만은 아니다.
다섯 식구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는 이 소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때로는 중요한 일을 깜박하고 자신의 말실수를 후회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커가는 가족의 시간을 그리움의 정서와 함께 그려낸다. “언제까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 언젠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은 채 집에서 놀 수 있었던 날을 그리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13쪽)
이처럼 일상을 향한 작가의 깊은 관심에는, 평온한 일상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작가의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작가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다.
소설에서 오우라는 해군 예비학생대에 입대했을 때 자신이 쓴 편지를 베껴 적어놓고, 아내는 얼마 전 내리친 벼락 이야기를 하며 “공습으로 집 마당에 소이탄이 떨어”졌을 때보다 훨씬 무서웠다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한 이들에게 일상이란 당연하게 주어진 무엇이 아니라, 상실에 대한 예감과 불안 속에서 힘껏 움켜쥐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고요한 표면 이면에는 동시대 일본인의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라는 현대 일본문학 연구자 밴 C.
게셀의 지적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안보투쟁이 격렬했던 1960년대에 가족과 일상을 이야기했던 쇼노의 문학적 태도를 급진적으로 볼 것인가, 보수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둘 다이면서 어느 쪽도 아니”라고 보았다. 쇼노가 말하는 일상에는 다섯 식구의 식사 시간과 하굣길, 생일상과 마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 개발로 인해 사라진 집 주변의 산과 숲, 필연적인 변화와 상실 속에서도 끝내 지금을 지켜내려는 데서 겪는 불안까지 아우른다. 이처럼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저녁 구름』에는,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세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싸리나무 끝과 시작 피아노 위 코요테의 노래 금목서 커다란 항아리 지네 애기동백 소나무 혹 마 벼락 기말고사 춘란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 『저녁 구름』의 추억 옮긴이 해설 ·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힘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쇼노 준조 (莊野 潤三) (지은이)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규슈 제국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했으며, 1943년 동인지 『마호로바』에 소설 「눈·반딧불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부터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1949년 시마오 도시오의 추천으로 『신문학』에 단편소설 「애무」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전후파 문학의 거대한 이념과 역사적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제3의 신인’으로 엔도 슈사쿠, 야스오카 쇼타로, 요시유키 준노스케 등과 함께 거명되었다.
1951년 아사히 방송국에 입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규슈 제국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했으며, 1943년 동인지 『마호로바』에 소설 「눈·반딧불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45년부터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1949년 시마오 도시오의 추천으로 『신문학』에 단편소설 「애무」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전후파 문학의 거대한 이념과 역사적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제3의 신인’으로 엔도 슈사쿠, 야스오카 쇼타로, 요시유키 준노스케 등과 함께 거명되었다.
1951년 아사히 방송국에 입사해 교육 프로그램 제작 담당으로 일했으나 4년 뒤 전업 작가로 전향해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1955년 단편소설 「풀 사이드 소경」으로 제3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고, 이후 가족의 일상을 담담하고 세밀하게 그리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만년에는 노부부의 소박한 나날을 담은 이른바 ‘부부 만년 시리즈’를 통해 평범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작가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저녁 구름』은 1964년부터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되어 이듬해 출간되었다. 이 작품으로 1966년 제17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소설집 『정물』로 1960년 제7회 신초샤문학상을, 소설집 『그림 맞추기』로 1971년 제24회 노마문예상을 수상했으며, 1978년 일본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2009년 향년 88세로 타계했다.
오하나 (옮긴이)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에서 문학 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빗방울화석 시인 동인이자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동 시집 『혼자 걸어도 홀로 갈 수 없는』 『야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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