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공장 조성과 가동, 장비 반입, 수출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손질해 반도체 투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연구개발과 실증에 필요한 시간도 확보하고, 기업별 투자 일정에 맞춰 여러 부처의 지원을 조정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된다. 산업통상부는 10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을 위한 규제 합리화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경쟁에서 인재와 기술 확보뿐 아니라 공장을 얼마나 빨리 짓고 새 기술을 얼마나 빨리 개발하는지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팹은 건설 외에도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이 함께 준비돼야 가동할 수 있다. 입지 조성, 인허가, 건설, 실증 절차가 차례로 진행되거나 부처별 지원이 따로 이뤄지면 기업의 투자 일정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대책은 투자 단계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시간의 단축’, 연구·실증 시간을 확보하는 ‘시간의 창출’, 부처 간 지원을 투자 일정에 맞추는 ‘시간의 효율화’로 구성됐다.
산단 조성·인허가를 병행해 투자 대기 줄인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인허가와 보상,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 현재는 산업단지 계획을 세운 뒤 각종 인허가를 받고, 보상과 설계, 시공을 차례로 진행하는 절차가 일반적이다. 정부는 이 과정을 병행 처리해 산업단지 기획부터 생산시설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산업입지법 개정안을 7월 30일 발의했다.
산업단지에 필요한 기반시설 인허가도 한 번에 처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로 지정되면 반도체특별법에 따른 인허가 의제에 더해 추가 인허가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초광역특구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전력과 용수 등 팹 가동에 필요한 기반시설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포함한 대규모 지방투자에는 메뉴판식 규제특례와 수요응답형 규제유예 등 특례를 부여하고, 부처별 맞춤형 지원을 묶는 초광역특구법 제정도 추진한다.
참고 기사에서 소개된 정부 계획은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내로 줄이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제기한 규제 병목은 화학물질과 고압가스 관련 절차를 포함해 여러 법령에 걸쳐 있다. 산업부는 현장 절차를 개별적으로 손보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일정 전반을 함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기간과 보세공장 갱신 주기 등 관련 수치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수치 |
|---|---|
| 산업단지 조성 기간(현행) | 10년 이상 |
| 산업단지 조성 기간(정부 계획) | 5년 이내 |
| 보세공장 특허 갱신 주기 | 5~10년 |
| 반도체 수출 중 보세공장 제조·가공 비중 | 95% |
팹 건설부터 수출까지 통관 절차 손질
정부는 반도체 팹 건설 단계부터 장비 유지·보수와 제품 수출까지 보세 통관 절차를 개선한다. 현재 반도체 팹은 공장별로 보세공장 특허를 받아야 하고, 특허를 5~10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같은 산업단지 안에서 물품을 옮길 때도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관세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모인 산업단지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대해 외국산 장비와 원재료의 반입·가공·이동에 드는 절차를 줄이기로 했다. 반도체 수출의 95%가 보세공장에서 제조·가공돼 이뤄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건설 현장의 외국산 공사용 장비에 대한 세금 납부 시점도 바뀐다. 현행 제도에서는 보세건설장에서 설치하는 외국산 기계·설비는 세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지만, 공사에 쓰는 분석용 장비와 측정기기는 세금을 낸 뒤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공사용 외국 장비에도 납부 유예를 적용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리 부품은 국내 보세공장에 미리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장비 고장 때 신속히 수리하고 생산 차질을 줄이는 방안도 내놨다.
수출 절차에서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먼 지방 기업의 운송 대기를 줄인다. 현재 보세공장에서 생산한 수출품은 수출신고가 수리된 뒤에야 공장에서 반출할 수 있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지방 소재 우수 보세공장이 사전에 승인받은 품목을 먼저 운송하고, 이동 중 수출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할 예정이다. 산업부와 관세청은 이 조치가 지방 반도체 기업의 적기 선적과 납품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세공장 안에서 만든 연구개발 시제품을 외부에서 검사·시험할 때 매 건 사전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우수 보세공장 등을 대상으로 간소화한다.
안전 기준 유지하며 현장 행정 부담 완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에서 중복되는 신고 절차도 정비한다. 현재는 같은 작업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도급승인을 받고 기후에너지환경부에도 화학물질관리법상 도급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도급승인을 받은 경우 화학물질관리법상 도급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관계부처별로 나뉜 행정절차를 조정해 사업장이 같은 작업을 두고 각각 승인과 신고를 받는 부담을 덜겠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고압가스 안전기준도 현장 특성을 반영해 손본다. 산업부는 고압가스를 저장하는 실린더 캐비닛을 여러 개 설치할 때 기술검토와 변경허가를 묶어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로 반응하지 않는 가스는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을 지키면서 시설 변경이 잦은 생산현장에 맞게 기준과 절차를 합리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특례고시 제정을 내년 1월 목표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참고 기사에서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산업 현장의 규제 애로가 제도 개선안으로 다뤄졌다.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변화에 따라 시설을 자주 바꾸지만, 가스 저장시설 설치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상호 반응성이 없는 가스도 종류가 다르면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제기했다. 산업부는 실린더 캐비닛 설치 허가를 여러 건 묶어 처리하고, 반응성이 없는 가스의 혼합 보관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안전과 근로자의 권리를 유지하면서 현장과 맞지 않는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실증 시간 확보하고 범정부 지원 조정
투자 절차를 줄이는 것과 함께 핵심 연구개발 인력이 연구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초광역특구 안에서 반도체 핵심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검토하되, 적절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 조치를 전제로 노동계·경영계와 협의할 계획이다. 특례가 확정돼 시행된다는 발표는 아니며,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산업부는 첨단 반도체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개발 기술을 시험·검증해 실제 제품 생산으로 이어가는 시간을 확보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실증 기회를 확대하는 세제 특례도 추진한다. 공공성을 갖춘 비영리 반도체 테스트베드 운영법인이 기업으로부터 시설이나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도입해 기업의 장비 출연을 유도한다. 우수 보세공장 등에는 연구개발 시제품의 반출입 절차를 간소화해 개발부터 시험·검증, 신제품 출시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범정부 지원체계는 기업별 투자 일정에 맞춰 운영한다. 대통령 주재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범정부 조정창구로 활용하고, 10월 20일 출범한 산업부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이 기업 애로와 투자 이행을 상시 지원한다. 정부는 반도체 팹 건설 계획부터 착공과 가동까지 기업별 일정을 살피고, 여러 부처와 지방정부에 걸친 현안을 조정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안전과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입지법 개정안과 초광역특구법 제정을 추진하고, 보세공장과 고압가스 관련 절차 개선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산업부와 관계부처는 기업별 투자 일정을 점검하고 현장 애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례고시 제정 등 세부 제도 개선은 관계기관의 후속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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