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 장덕준씨 사건을 조사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고인의 업무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쿠팡 관계자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물 마시기와 화장실 이용 등으로 나눠 정리한 정황, 근로복지공단 조사 과정에서 고인이 나오지 않는 영상을 제출한 사실도 수사 결과에 포함됐다. 다만 노동부는 산재 은폐죄의 공소시효가 끝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수사 결과에 반발했고, 노동부는 쿠팡 계열사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곳을 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 지시와 CCTV 분류
노동부는 22일 쿠팡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결과와 장씨 산재 은폐 의혹 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의장은 장씨가 사망한 뒤 핵심 관계자들에게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 시간당 돈을 받지 성과로 돈을 받는 데 아니다”라는 내용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당시 쿠팡 대표였던 김 의장의 지시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들은 장씨가 사망하기 전 근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분석해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으로 나눠 초 단위로 정리했다. 노동부는 장씨가 휴식을 취한 장면을 별도로 분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장씨의 과로사 보도가 나온 뒤 업무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고, 보도 내용을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한 사실도 수사에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조사 과정에서는 고인의 모습이 담기지 않은 CCTV가 제출됐고, 회사 관계자가 고인의 근무환경에 대해 영상 내용과 다르게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언론 보도와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내용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노동부는 김 의장의 지시와 CCTV 분류 등 부적절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법률상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는지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했다.
장씨의 야간근무와 공소시효 만료
장씨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1년 4개월 동안 일했다. 2020년 10월 12일 오전 4시쯤 밤샘근무를 마치고 귀가했고, 오전 7시쯤 집 욕조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전 12주 동안 평균 주 58시간을 일했고, 마지막 일주일의 근무시간은 62시간이었다. 쿠팡은 당시 장씨가 과로사했다는 보도를 사실 왜곡이라고 부인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해 산재로 승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발생 사실 은폐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장씨 사망일을 기준으로 한 시효는 2025년 10월 12일 끝났다. 노동부는 고발장이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 접수됐을 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의장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고발이 접수된 뒤에도 소환조사와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동부 설명에 따르면 은폐죄를 적용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행위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인 은폐 행위가 확인돼야 한다. 장씨 사망은 중대재해로 보고됐고,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과정에서 방해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과 노동단체는 노동부 결론을 “면죄부 수사”라고 비판했다.
추가 산재은폐 의심 2건은 수사 계속
노동부는 장씨 사건과 별도로 감독 과정에서 확인한 산재 은폐 의심 사례 2건을 범죄인지하고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합의금을 주겠다며 노동자의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하거나, 관리자 면담을 통해 취하하도록 한 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다. 노동부는 이들 사례를 장씨 사건과 구분해 추가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낸 사례도 감독 과정에서 적발됐다.
노동부는 지난 1월부터 노동 분야 감독을, 3월부터 산업안전 분야 기획감독을 진행했다. 감독 대상은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곳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모두 205건이다.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하고, 144건에는 과태료 19억6000만원을 부과할 예정이다. 사법처리 대상에는 산재요양 신청 취하와 관련한 의심 사례 2건, 컨베이어 안전조치 등 위반 사례가 포함됐다.
| 감독·조치 항목 | 결과 |
|---|---|
| 감독 대상 | 105곳 |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 205건 |
| 사법처리 | 61건 |
| 과태료 부과 대상 | 144건 |
| 과태료 | 19억6000만원 |
노동부는 산업안전 감독에서 컨베이어 방호조치 미실시 등 안전 관련 위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한 사례와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 문제는 별도로 수사한다. 노동부는 산재 은폐 의심 사례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기획감독에서 확인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PIP·퇴사자 명단·불법파견은 법 위반 판단 못 해
노동부는 국회 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PIP) 운영 의혹도 조사했다. 쿠팡이 PIP 대상자를 선정해 운영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PIP의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시정을 지시하고 과태료 처분을 하기로 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해당 과태료는 70만원이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일부 퇴사자 명단을 만들어 쿠팡의 재채용 때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노동부는 자사 채용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만으로는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송노동자 불법파견 의혹도 위법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의 결과 발표에 쿠팡은 근로감독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필요한 사안은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데 유감을 표했다. 쿠팡은 해당 주장이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부는 장씨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송치할 방침이며, 산재요양 신청 취하와 관련한 별도 의심 사례 2건은 수사를 계속한다. 쿠팡 계열사에 대해서는 이번 감독에서 확인한 위반 사항의 사법처리와 과태료 부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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