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부제 계란 흰자처럼 서울을 둘러싼 1400만의 기쁨과 슬픔)이 2026년 10월 30일 나왔다. 지은이는 이준희 지음이다. 펴낸 곳은 한겨레출판이다.
분야는 사회과학, 정가는 18,000원, ISBN은 9791172134969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사회학자 조형근, 양승훈 추천★ 경기도라는 렌즈로 ‘이상한 한국’을 해부하다!
퇴근길 서울 지하철 4호선. 지친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빈자리에 앉았는데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이번 역은 우리 열차 종착역, 사당역입니다.” 경기도민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허탈한 순간. 대체 왜 열차가 중간에 멈춰야 하는 걸까. ‘웃픈’ 에피소드는 무한하다.
같은 경기도 내 친구들끼리 만날 때도 약속 장소는 서울일 수밖에 없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떠나야 하며, 때로는 정류장에서 승차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춤까지 춰야 한다.
결국 ‘경기도에선 차가 있어야 한다’는 국가적 가스라이팅(!)에 넘어가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주변부’인 1400만 경기도 사람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꾸준히 공유하며 공감해온 이른바 경기도민 밈으로부터 유쾌하게 출발한다.
경기도에서 나고 자란 저자 이준희의 질문은 차츰 확장된다. 경기도민의 고단한 일상은 서울과의 격차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 주거 불평등과 노동 문제, 지역 개발과 정치의 모순을 파헤치는 렌즈가 된다.
서울을 기준으로는 ‘계란 흰자’로서의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수도권 과밀화 시대에 언급조차 거의 되지 않는 지방의 입장에서는 ‘중심’이기도 한 경기도의 이중적 위치는 한국 사회가 불평등을 인식하고 말하는 방식 자체를 되묻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불평등은 더 이상 빈곤과 배제의 고통이 아니라, ‘내가 더 올라가지 못한다’는 중산층적 불만의 언어가 되었고 경기도는 이 새로운 불평등 감각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경기도민은 긴 출퇴근 시간으로 고통받는다. (…) 이런 현실 속에서 건강을 챙기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단순히 경기도민이 서울시민이 되거나 서울시가 누리는 각종 혜택을 확대해나간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_여는 글 중에서 사당행 열차에서 내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경기도민의 고충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교통이다. 서울 접근을 빠르게 하는 광역버스와 지하철, GTX가 확충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 안에서 이웃 도시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정책과 언론은 경기도민을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으로 상정하지만 통근하는 경기도민 570만 명 가운데 74.6퍼센트는 경기도 안에서 출퇴근한다.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은 그런 인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포착해 서울로 향하는 ‘교통 혁명’이 누구를 위한 혁명인지 묻는다.
GTX 개통으로 대곡역에서 서울역까지는 17분이 단축됐지만, 바로 옆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의 마을버스 배차 간격은 25분에서 50분으로 늘었다. 학교에 가야 하는 학생과 병원을 찾아야 하는 노인들은 더 오래 기다리고 더 멀리 걷게 됐다. 누군가의 교통 혁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동권의 후퇴였다.
교통 정책이 ‘서울’ 접근성과 부동산 가치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놓치고 있는데도 이는 잘 지적되지 않는다.
책은 교통에서 건강으로, 주거에서 노동으로 시선을 넓힌다. 건강을 위해 잡곡과 채소를 먹고 운동하라는 조언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긴 출퇴근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직장인에게 건강한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경기도민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 31분으로 전국에서 가장 길다.
사회 구조가 건강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데 ‘저속노화’를 개인의 자기관리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버스의 고질적인 ‘무정차’ 문제, 탑승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춤을 춰야’ 하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승객은 기사의 불친절을 탓하기 쉽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기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민이 누리는 공공서비스가 누군가의 과로와 희생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다면 그 서비스를 과연 정상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을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불편함을 만들어낸 제도와 정책,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두루 살피기 위해서다.
“한국 사회는 사람 접근성이 아닌 장소 접근성을 중심으로 교통 정책을 짜고 있다. 장소 접근성 중심 교통 정책은 대장동을 다니던 마을버스 절반을 대단지 아파트로 보냈다. 교통 정책이 사람이 아닌 부동산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_30쪽 누가 경기도민을 대표하는가 저자는 이어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경기도민은 ‘누구’인가. 경기도 하면 곧장 떠오르는 풍경은 대개 신도시와 대단지 아파트다. 언론에서 경기도민은 서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난 사람들, 서울 출퇴근에 지친 중산층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모습이 경기도민을 대표할 수 있을까? ‘국평’ 아파트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쇠퇴하는 산업도시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에서 생활하는 아동, 폭염과 혹한 속에서 비닐하우스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주 노동자가 보인다.
서울 접근성과 아파트 가격 중심의 경기도 담론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경기도민’들이다. 누군가 서울 아파트를 사지 못해 안타까워할 때, 누군가는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두 사람 모두 주거 문제를 겪고 있지만 사회가 주목하는 불평등은 같지 않다.
교육 여건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단지 개발로 학생이 밀집된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는 77개 학급에 1899명이 다니는데, 수원 원도심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 66명으로 폐교 수순을 밟는다. 경기도 학교 중에는 이주 배경 학생이 무려 90퍼센트가 넘는 곳도 있어 ‘이주민의 땅’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도 있다.
‘평누도(평화누리특별자치도)’ 해프닝 또한 경기도가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접경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경기 북부를 분리하는 것이 주민의 오랜 염원이라는 주장과 달리 ‘평누도’라는 이름 공개 후 비판 청원이 쇄도했다. 경기 북부는 전과 달라졌다.
파주 운정, 양주 옥정 등 신도시로 흘러들어온 30·40대는 기존 경기 북부를 지배하던 보수적 정서와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이들은 경기 남부 주민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개발보다는 복지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크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렇게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되지 않았던 경기도의 다양한 삶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하나의 이름으로 묶을 수 없는 정체성이 공존함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 경기도 화성시에서 23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아리셀 참사’ 관련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 누군가는 성과급 상한선을 논할 때, 다른 누군가는 목숨값 하한선을 경험했다.”
_152~153쪽 ‘누칼협’과 억울함을 넘어 《이상한 나라의 경기도민》은 그래서 서울을 비판하거나 경기도의 발전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경기도민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다. 서울의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고 남들보다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불만에는 물론 현실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런 불만은 그동안 ‘경기도도 서울처럼 되어야 한다’는 개발 논리로 이어지거나 ‘누가 경기도 살라고 협박했냐(누칼협)’는 개인 책임론에 그쳐왔다. 우리가 조금 시각을 바꾸어 ‘이상한 나라’에 방점을 찍어본다면 출발은 억울함일지라도 종국에는 ‘경기도’를 넘어서게 된다.
기준만 옮겨갈 뿐 노른자와 흰자를 끊임없이 가르며 누가 더 많은 몫을 가져야 하는지 다투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에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쓰면서 나는 자꾸 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을 바라보고, 강남을 바라보고, 새 아파트를 바라보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이 피해자라며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 그러나 그 안에서 타인의 피해를 보고, 그들이 우리와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묻는 질문은 찾기 어려웠다.”
_맺는 글 중에서 너무 쉽게 사용되는 ‘불평등’과 ‘공정’, ‘피해자’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때 우리는 어디에 살든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조금 더 가까이
목차는 다음과 같다.
여는 글_ 새로운 불평등 시대, 경기도민에 대해 쓰는 일 1부 이번 열차는 사당행입니다 경기도민끼리 서울에서 만나는 이유 경기도에선 차가 있어야 한다는 국가적 가스라이팅 그러니까 승차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했어야지 치맥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에요 청년들의 소외감, 청년들의 꿈 고양 아니고 일산, 성남 아니고 분당 2부 ‘누칼협’ 시대에 살아남기 우리 동네가 ‘하급지’라고요?
발명된 경기도 어떤 역사 지우기 84제곱미터 바깥의 삶 너무 많거나 적은 아이들 늙어가는 나라의 거울 없던 도서관, 없어지는 도서관 3부 경로당 식중독 사건을 왜 홍보했나 서울에서 파는 경기도인 티셔츠 할머니 댁과 FC안양 누군가 성과급 상한선을 논할 때 이주민의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 공단의 아이들 ‘베트남 수석’이 선택한 경기도 다낭시의 앞날 귀여움이 경기도를 구할 수 있을까 4부 ‘평누도’ 해프닝이 보여준 것들 언론사가 400개인데 뉴스는 없다 먼 곳의 이야기보다 우리들의 드라마를 위해 지역 일꾼은 누구를 위해 일하나 특산물을 바라보는 시선 노른자의 위치보다 중요한 것 맺는 글_ 경기도민이라는 억울함을 넘어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이준희 (지은이)
〈한겨레〉 기자. 1991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2018년 기자가 된 뒤 사회부, 매거진랩부, 스포츠팀, 탐사팀, 전국부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제394회·400회·414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한국체육기자연맹 체육기자상, 한국야구기자회 야구기자상 등도 수상했다. 불평등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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