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남긴 “너라도 꼭 오빠 유해를 찾아서 국립묘지에 안장하라”는 유언이 76년 만에 이뤄졌다. 6·25전쟁 당시 스무 살의 나이로 전사한 고(故) 조차상 일병의 신원이 확인돼 2026년 10월 15일 경남 김해시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가 열렸다. 2010년 군위군 매봉산에서 유해 일부가 발굴된 뒤 2012년 여동생 조옥란 씨가 유전자 시료를 제공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가족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올해 3월 유해와 유가족의 남은 시료를 추가 분석해 두 사람이 남매임을 확인했다. 조 일병은 올해 국유단이 신원을 확인한 열네 번째 호국영웅이며,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282번째 국군 전사자다.
입대 한 달 만에 참전한 밀양 출신 장남
국방부와 국유단에 따르면 조 일병은 1930년 8월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9남매, 7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0년 7월 17일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뒤 국군 제6사단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입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8월 14일 ‘군위-의흥 부근 전투’에서 전사했다. 당시 나이는 20세였다. 전쟁에 나선 뒤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한 조 일병의 신원은 유해가 발굴된 지 16년이 지나서야 확인됐다.
군위-의흥 부근 전투는 국군 제6사단 7연대가 1950년 8월 13일부터 28일까지 대구 군위군 효령면 미사리 일대에서 북한군 제1·8사단의 공격을 방어한 전투다. 전투가 벌어진 군위군 효령면 일대와 유해가 발견된 매봉산은 모두 조 일병의 전사와 유해 발굴 과정에 관계된 장소다. 국유단은 조 일병의 유해를 수습한 뒤 가족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유해 시료와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분석해 왔다.
매봉산에서 발견된 유해, 두 차례 분석
조 일병의 유해는 2010년 6월 대구광역시 군위군 효령면 중구리 매봉산 490고지에서 발굴 작업을 하던 중 처음 식별됐다. 국유단 전문 발굴팀은 현장에서 조 일병의 좌우 넓적다리뼈를 수습했다. 유해는 발굴됐지만 조 일병의 가족을 확인하는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 단계 | 시점 | 내용 |
|---|---|---|
| 유해 식별·수습 | 2010년 6월 | 매봉산 490고지에서 좌우 넓적다리뼈 수습 |
| 유가족 시료 채취 | 2012년 6월 | 여동생 조옥란 씨가 김해시보건소에서 시료 제공 |
| 추가 유전자 검사 | 2026년 3월 | 남은 유해·유가족 시료 분석으로 남매 관계 확인 |
조 일병의 여동생 조옥란 씨는 2012년 6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관한 정보를 접한 뒤 큰오빠를 찾기 위해 김해시보건소를 방문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국유단은 조 일병의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조씨의 시료를 분석했으나, 당시 유전자 분석 기술로는 두 사람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국유단은 올해 3월 유해 시료와 유가족 유전자 잔여 시료를 추가 검사했고, 그 결과 조 일병과 조씨가 남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해가 발굴된 뒤 16년, 조씨가 시료를 제공한 뒤 14년 만의 확인이었다.
김해 자택에서 열린 귀환 행사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조씨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조씨는 1946년생으로 행사 당시 80세였다. 조씨는 오빠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뒤의 일을 전하며 “오빠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심장이 덜덜 떨려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언급하며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나한테 ‘너라도 꼭 오빠 유해를 찾아서 국립묘지에 안장하라’고 유언을 남기셨는데 이렇게 찾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전병희 국유단장은 조씨에게 호국영웅 귀환 패와 신원확인 통지서, 발굴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이어 조 일병의 참전 경로와 유해 발굴 경과, 유전자 분석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전 단장은 “젊은 나이에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고인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도 호국영웅의 유해를 끝까지 수습하고,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등 역량을 집중해 남겨진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유단은 조 일병의 신원 확인을 통해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뒤 가족에게 돌아간 국군 전사자가 282명이 됐다고 밝혔다.
유가족 시료 채취 신청과 방문 채취
국방부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전쟁 전사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해 달라고 안내했다. 시료 채취는 전사자의 친가와 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되면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신청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정부24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해 시료 채취 장소에 방문하기 어려운 유가족은 국유단 대표번호 1577-5625로 연락하면 된다. 국유단은 연락을 받은 뒤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쟁 발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고령화하면서 유가족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가 수습된 뒤에도 가족관계 확인을 위해 유가족의 시료가 필요하고, 조 일병 사례처럼 과거 분석에서 확인되지 않은 경우 잔여 시료를 추가 검사하기도 한다.
조 일병의 유해는 매봉산에서 발견된 뒤 여동생의 시료와 추가 분석을 거쳐 가족관계가 확인됐고, 10월 15일 김해 자택에서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발굴 유품이 전달됐다. 국유단은 전국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시료 채취를 안내하고 있으며, 이동이 어려운 경우 직접 방문해 채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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