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름 별장, 그 후

  • 입력 2026.10.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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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카스 제공

「여름 별장, 그 후」이 2026년 9월 30일 나왔다. 지은이는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이다. 펴낸 곳은 마라카스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7,500원, ISBN은 9791198165046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21세기의 루이제 린저’

유디트 헤르만의 빛나는 데뷔작 “독일 현대 문학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책.”―《르 몽드》 휴고 발 상, 브레멘 문학상, 클라이스트 문학상 수상작 아홉 편의 이야기에는 저마다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누군가의 손녀, 연인, 예술가, 옛 친구의 딸, 때로는 그 관계에 이름을 붙이는 것조차 어려운 사람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의 삶에 들어와 잔잔한, 때로는 거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흔적을 남긴 채 사라진다. 이들에게는 변치 않음이나 지속, 영원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고, 때로는 제멋대로인 듯 보이며, 어느 순간 유령처럼 사라져 버린다.

헤르만은 인물의 삶을 설명하거나 해석하지 않는다. 잠시 카메라를 비추듯 인물의 한순간을 포착한 뒤 조용히 화면을 거둔다. 그래서 이야기에는 늘 빈자리가 남는다. 인물의 진심도, 인과관계도, 그 후의 삶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잘 모르겠다. 정말로 잘 모르겠다.” -11쪽, 「붉은 산호」

‘잘 모르겠다.’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모호함과 알 듯 말 듯한 진심.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직시하지 못한다. 손을 내밀고 싶으면서도 망설이고, 알고 있으면서도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나 망설임과 후회, 외면과 회피는 오히려 말해진 마음보다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작가는 말해지는 것과 보여지는 것 너머, 끝내 말할 수 없고 보여지지 않는 것들에 삶의 진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밤들에 내가 아마 행복했을 거라고, 오늘날 나는 생각한다. 과거가 늘 미화된다는 것, 기억이 완화 작용을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어쩌면 그 밤들은 그냥 춥고 냉소적으로 즐거웠을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 내게 그 밤들은 마음이 아플 만큼 중요하고 상실된 것으로 생각된다.” -90쪽, 「소냐」

지나간 시간은 기억 속에서 미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실된 것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여름 별장, 그 후』의 인물들이 간직한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결말이 아니다.

“이유는 없어. 거기에는 아무 이야기도 없어. (…) 우리가 해결하지 않은 사소한 다툼들, 어떤 불화들. 내 생각에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았던 것 같다. 그게 전부야. 극적인 일도, 결정적인 사건도 없어.” -252쪽, 「오데르강의 이쪽」

『여름 별장, 그 후』를 읽다 보면 독자는 1990년대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결국 이어지지 못한 관계와 어긋난 마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의 우리는 분명 무언가를 잃었고, 그것은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소설의 인물들처럼.

헤르만은 사랑과 고독, 상실의 어떠함을 거창하게 말하는 대신 지나간 시간의 한 장면, 스쳐간 사람의 표정, 끝내 이어지지 못한 관계의 흔적을 담백하고 투명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의 지나간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극적인 일도, 결정적인 사건’도 없지만 ‘마음이 아플 만큼 중요하고 상실된’ 무언가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소설집은 오래 묻어두었던 삶의 소중한 조각들을 떠오르게 한다.

뜨겁고 강렬한 여름이 지나고 난 뒤 찾아오는 가을처럼, 이 소설집의 쓸쓸함에는 이상할 만큼 맑은 빛이 있다. 짧은 아홉 편의 이야기이지만, 쓸쓸하고 아름다운 문장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붉은 산호 -9 허리케인 -35 소냐 -69 무언가의 끝 ?111 발리 여인 ?129 헌터 톰슨 음악 ?153 여름 별장, 그 후 ?185 카메라 옵스큐라 ?213 오데르강의 이쪽 ?227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유디트 헤르만 (Judith Hermann) (지은이)

1970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베를린 자유 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 『여름 별장, 그 후』를 발표하며 “독일 문학이 고대했던 문학적 신동”이라는 독일 문단의 전례 없는 찬사와 함께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소설집 『단지 유령일 뿐』(2003), 『알리스』(2009), 『레티파크』(2016), 장편소설 『모든 사랑의 시작』(2014), 『집으로의 긴 여행』(2021)과 에세이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2023), 『나는 시간을 되돌아가고 싶다』(2026)를 발표했다.

신동화 (옮긴이)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유디트 헤르만의 『레티파크』와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를 번역했고 그 밖에 옮긴 책으로 『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 『무용수와 몸』, 『괴테와 톨스토이』, 『9시에서 9시 사이』, 『심판의 날의 거장』, 『밤에 돌다리 밑에서』, 『모래 사나이』, 『슈니츨러 작품선』, 『나르시시즘의 고통』, 『자정 너머 한 시간』 등이 있다.

역자후기 나는 ‘무언가’가 헤르만이 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시적으로 압축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명확히 정의하거나 규정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감지되는 것. 가령 “거리에서 누가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 듯한 느낌”.

『여름 별장, 그 후』의 등장인물들은 무언가를 느끼고,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떠올린다. 어쩌면 또 다른, 새로운 삶의 가능성. 때로는 삶 자체를 지시하는 것도 같다. 불가해하고 이상하고 우스꽝스럽고 슬프기도 한 삶. 「무언가의 끝」에서 스케치하고 회고하는 할머니의 지난 인생과 말년의 나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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