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곱개의 이름

  • 입력 2026.10.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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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제공

「일곱개의 이름」(부제 정수일 평전)이 2026년 10월 5일 나왔다. 지은이는 차병직 지음이다. 펴낸 곳은 창비이다.

분야는 역사, 정가는 23,000원, ISBN은 9788936481667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일곱개의 이름, 다섯개의 국적 하지만 책상 앞의 그는 평생 한 사람이었다 격동의 역사를 통과한 ‘20세기의 인간’ 정수일 선생의 일생 한국 실크로드 연구와 문명교류사 연구에 독보적인 자취를 남긴 고(故) 정수일(1934~2025) 선생의 생애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한 평전 『일곱개의 이름: 정수일 평전』이 출간된다.

저자 차병직 변호사는 정수일 선생의 마지막 20년을 동행하며 모은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선생의 일생을 재구성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위장간첩 깐수 사건’의 주인공이나 탁월한 실크로드 연구자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 정수일을 고정하지 않는 대신, 한 인간이 어떻게 20세기의 국경과 전쟁, 혁명과 분단, 냉전과 탈냉전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갔는지를 따라간다.

격동의 시대 속에서 이념과 현실을 넘나들며 그 경계를 지워나갔던 선생의 삶을 한편의 걸작 논픽션으로 담아냈다.

정수일은 여러개의 국적을 거쳤고 그보다 더 많은 이름을 사용했으며, 중국에서 아프리카로, 다시 북한에서 세계 각지를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렀다. 저자의 표현처럼 그의 삶은 한곳에 머무는 삶이라기보다 끊임없이 “길을 걷는 여행”에 가까웠다.

만주국과 중국혁명, 한국전쟁과 냉전, 알제리 독립전쟁, 분단 현실과 민주화 이후의 한국까지, 한 인간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20세기의 세계사와 한반도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개인의 삶을 추적하고 평가하는 일 역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하나”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된 선생의 삶은 우리가 이 시대의 큰 흐름을 되짚어가는 데 하나의 중요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일곱개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했던 학문 이 책은 1996년 11월 28일의 법정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날 대한민국 검찰은 체포된 위장간첩 ‘무함마드 깐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를 앞둔 피고인 깐수, 즉 이제는 ‘정수일’로 밝혀진 역사학자의 머릿속에는 지난 60여년의 생애가 폭풍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정수일은 자신의 목숨 대신 다른 것을 간청한다. “저는 어떤 처벌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간곡한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압수된 컴퓨터에 저장된 ‘고대 동서교류사’에 관한 저의 졸고만은 꼭 살려내주십시오. 그것만은 살려주십시오.”(18면) 사형을 눈앞에 두고도 끝내 미련을 놓지 못한 것이 다름 아닌 연구성과였다는 이 장면은 그의 복잡한 생애의 연장선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면회를 온 아내에게 이제 ‘깐수’가 아니라 ‘정수일’로 처음 서게 되는 장면에서 그는 자신을 다시 소개할 필요를 느낀다. 만주국의 화전민 마을에서 태어난 조선인 소년, 전도유망한 베이징대학 학생, 신중국 최초의 아랍 지역 국비유학생이자 외교관, 북한의 대학교수, 남파 공작원, 위장 외국인 신분으로 살았던 남한의 역사학자이자 대학교수…… 이 책은 그렇게 자기를 소개하는 정수일의 시점을 따라간다.

20세기를 온전히 품은 역사적 인물의 일생 만주국 조선인 소년에서 남한의 역사학자가 되기까지 정수일의 출발점부터가 20세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1934년 지금은 사라진 만주국의 화전민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집에서는 조선어를,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바깥 사회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며 자랐다.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국가,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자신을 규정하기 어려운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셈이다. 2차대전이 끝나고 만주국이 해산되자 중국 내전이 이어졌다. 조선인으로서 해방의 기쁨을 함께 체험했으나 얼마 안 있어 정수일과 그의 가족들은 신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 주민이 되었다.

그는 신중국 최초로 실시된 전국 단위의 대학 입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베이징대학에 진학해 아랍어를 공부한다. 이후 총리 저우언라이의 특별 지시로 마련된 국비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이집트로 건너가 아랍어와 아랍 지역을 공부했다. 장차 외교관으로 활동하기 위해서였다.

짧지만 강렬한 유학 기간을 마치고 중국의 공식 외교관이 되어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일하게 된 정수일은 그곳에서 국제 감각을 익히는 한편 인근의 알제리 독립전쟁을 목격하며 민족의식을 점차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중국에서 안정적인 외교관의 삶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결국 ‘조국’ 북한행을 선택한다.

가족과 함께 평양에 도착한 정수일은 아랍어 전공 경력을 인정받아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며 정착한다. 보람있고 안락한 생활이었다. 또한 학문적 관심을 아랍 지역에서 동서 문명교류로 확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시대는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1974년 어느날, 정부 관계자가 찾아와 통일 사업의 일익이 될 공작원 활동을 제안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그렇게 20년 넘게 이어질 공작원 생활이 시작됐다.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친 정수일은 가족을 뒤로 하고 공작활동을 위해 출국했다. 여러 국가를 떠돌며 위장 신분을 만들었고, 현지에서 자리를 잡아 남한으로 들어가기 위한 기회를 엿보았다. 레바논, 튀니지,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을 거쳤다.

그 수년의 시간 동안 석사학위를 따냈고 연구원 및 대학강사 경력을 쌓았다. 레바논과 필리핀 국적도 연달아 취득했다. 그리고 1984년 레바논계 필리핀인 신분 ‘무함마드 깐수’로 남한에 입국했다.

한국어학당을 거쳐 단국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한국 학계에 아랍어 원전을 활용하는 연구자로 등장해 주목받으며, 학위를 마친 뒤 단국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방송 출연과 언론 기고도 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반려가 되어준 남쪽의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무엇보다 맹렬하게 연구하고 가르쳤다. 실크로드가 한반도까지 이어져 있었고 동서 문명교류에 있어서 신라가 분명한 존재감이 있었음을 알렸다. 그 기간에도 첩보 활동은 이어졌다. 10년 넘게 이어진 이중생활이었다.

깐수이자 정수일, 공작원이자 학자 닫힌 감옥에서 세계를 읽다 1996년 그가 국가안전기획부에 체포되면서 ‘깐수’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정수일의 과거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아내와 동료, 제자뿐 아니라 그를 변호하러 온 이들마저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물어야 했다.

“너는 깐수가 아니지?”라는 수사관의 질문 앞에서 그 자신조차 단순하게 답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정수일인 동시에 깐수였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고 국경을 건넌 것은 때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분명히 이념적 신념의 결과였다. 한 인간의 삶 안에서 그 선택들은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기록한다.

감옥은 그의 연구를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감옥을 하나의 연구실로 바꾼다. 『이븐 바투타 여행기』를 아랍어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겼고, 『실크로드학』을 완성했으며, 『고대문명교류사』를 비롯해 출소 이후 책이 될 방대한 원고를 써나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분량의 책을 읽으며 연구했다.

아내의 헌신적인 옥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당일에도 소란이 있었다. 교정 당국이 기록 반출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원고와 함께 나가지 않는다면 자신도 출소하지 않겠다며 교정 당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정수일의 모습은 사형 구형 법정의 최후진술 장면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정수일은 자기 학문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번득이는 통찰력이나 날카로운 지성보다는 집념과 끈기로 쟁기질하듯 읽고 쓰고 걷기를 멈추지 않았다. 일상 속에서 몇시간 집중하여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 자고 많이 확보한 시간에 파묻혀 성과를 냈다.(458면)

그 원고들은 차례로 세상에 나왔다. 출소 바로 이듬해 옥중에서 작업한 3종의 책이 출간되었다. 특히 『실크로드학』은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명교류를 하나의 학문적 체계 안에서 파악하려 한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정수일은 실크로드를 단순한 동서교역의 통로가 아니라 인간과 사상, 종교와 기술, 물질과 문화가 이동하고 뒤섞이는 문명교류의 길로 바라보았다. 그에게 실크로드는 어느 한곳에서 시작해 한곳으로 끝나는 길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공동체들이 만나 인류의 세계를 형성하는, “혈관처럼 시작도 끝도 없이 순환하는 통로”였다. 그가 걸어온 파란만장했던 삶의 행로도 그와 닮아 있었다. 정수일의 삶과 실크로드는 이렇게 대위법적으로 어울렸다고 저자는

목차는 다음과 같다.

추천의 말 책을 펴내며: 길 위에 새긴 이름 제1장 운명의 서막 제2장 실개천을 넘어 제3장 새로운 고통 제4장 중국의 대학생 제5장 남은 절차 제6장 아프리카의 꿈 제7장 이집트에서 제8장 알제리전쟁 제9장 새장 속의 연구실 제10장 먼저 찾은 반쪽의 조국 제11장 그림자의 삶 제12장 이국의 방랑자 제13장 낯선 조국 서툰 이국인 제14장 열린 연구실 제15장 대답 없는 질문 제16장 아버지의 편지 제17장 꿈, 여행, 휴식 에필로그 주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차병직 (지은이)

사회 한가운데서 법의 역할을 질문하는 변호사. 변론 활동과 시민운동, 대학 강의와 저술을 병행하며 법률가의 소임을 확장하고 실천해왔다. 현재 『법률신문』 편집인과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의 고문 변호사로 있다. 20년 동안 정수일의 곁에서 법적 조언과 개인적 교류를 이어가며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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