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상장 ETF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3개는 한국 운용사가 내놓은 미국 지수 추종 상품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이나 자국 시장에서 직접 투자하는 대신 국내 상장 ETF를 사들였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액은 TIGER 미국나스닥100이 1조1647억원으로 2위,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이 5751억원으로 5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 5607억원으로 6위였다.
미국 증시 상승을 예상한 장기 투자나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을 노린 거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용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상품별 외국인 보유 비중과 ETF의 거래 구조를 함께 살펴보면, 일부 순매수에는 시장가격과 적정가치의 일시적인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장중 매수한 ETF를 거래소에서 되파는 대신 운용사에 환매하면 외국인 순매수 통계에 매수만 남을 수도 있다.
순매수 상위 10개 중 미국 지수 ETF 3개
코스콤 ETF체크 집계에서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16일까지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외국인 순매수 1조1647억원으로 국내 상장 ETF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운용사의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5751억원으로 5위,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5607억원으로 6위에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상품 중 3개가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였다.
| ETF | 외국인 순매수 | 외국인 보유 비중 |
|---|---|---|
| TIGER 미국나스닥100 | 1조1647억원 | 0.11% |
|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 | 5751억원 | 20.42% |
|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 5607억원 | 0.43% |

지난 16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은 상품별로 차이가 컸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0.11%,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은 0.43%였다. 반면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20.42%였다. 나스닥100과 필라델피아반도체 ETF는 연초 이후 순매수 규모가 컸지만 보유 비중은 1%에 미치지 못했다. 커버드콜 ETF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를 넘었다.
운용업계 관계자 A씨는 “나스닥100과 필라델피아반도체 ETF는 외국인이 대규모로 순매수했는데도 보유 비중이 1% 이하에 그친다”며 “미국 주식을 사서 보유하려는 투자보다는 한국 장중에 발생하는 가격 차이를 노린 거래가 대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세 상품 중 커버드콜 ETF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 안팎으로 유지돼 실제로 쌓아두는 수요가 있다”며 “소수 해외 기관의 전략적 보유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보유보다 가격 차익에 무게…환율 효과는 상쇄
외국인의 매수를 미국 증시 상승을 기대한 장기 투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은 두 상품은 순매수 금액과 실제 보유 비중 사이에 차이가 있다. 반면 커버드콜 ETF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실제 물량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봤다. 다만 관계자 A씨는 커버드콜 ETF의 보유 주체를 소수 해외 기관의 전략적 보유로 추정했다.
환율 변동을 이용한 투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세 상품은 모두 환율 변동을 헤지하지 않는 환노출형 ETF다. 미국 기초자산 수익률에 원·달러 환율 변동이 더해져 원화 기준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달러를 원화로 바꿔 ETF를 산 뒤 다시 달러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환전 비용이 발생하고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 B씨는 “달러 기반 투자자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ETF를 매수한 뒤 다시 달러로 회수할 경우 환율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며 “이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에 따라 나스닥100과 반도체 ETF의 외국인 거래를 장기 보유나 환차익보다 ETF 가격과 적정가치 사이의 차이를 이용한 거래로 설명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장중 가격과 적정가치 사이의 틈 활용
국내 ETF의 거래시간에는 미국 주식 현물시장이 닫혀 있지만 미국 지수선물과 환율은 계속 움직인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도 ETF 시장가격에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요인이 겹치면 ETF의 거래소 시장가격과 추정 적정가치 사이에 일시적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계 전문 트레이딩 업체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ETF를 매수해 차익을 추구할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 C씨는 “개인들이 지나치게 매도할 때 ETF 가격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싸게 사서 비싸게 팔거나 적정가치보다 싸게 산 물량을 환매해 차익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고빈도매매와 결합할 수 있다. C씨는 이를 ‘동전 줍기’라고 표현하며 “한 건당 남는 금액은 적지만 수만 번, 수억 번 거래를 반복해 수익을 쌓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전문 트레이딩 업체들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홍콩·유럽 등 여러 시장에서 이런 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차익거래 참여 주체로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전문 트레이딩 업체 등이 거론된다. B씨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트레이딩 데스크, 헤지펀드, 알고리즘·고빈도매매를 활용하는 자기자본매매(프랍트레이딩) 업체 등이 주요 참여 주체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은 미국 현물·선물시장과 국내 ETF 시장을 연계해 차익거래나 헤지 전략을 수행할 수 있고, 거래 규모와 회전율이 높은 ETF를 선호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ETF 거래 규모와 회전율이 높을수록 이런 매매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외 환매는 거래소 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아
차익거래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방식인데도 외국인 순매수가 크게 쌓인 이유에는 ETF의 환매 구조가 있다. ETF는 거래소에서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지만, 법인투자자는 지정참가회사(AP·주로 증권사)를 통해 운용사에 장외 환매를 청구할 수도 있다. 환매가 이뤄지면 ETF를 운용사에 돌려주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받는다. 이 과정은 거래소에서 ETF를 매도한 거래가 아니므로 거래소 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C씨는 “ETF는 한국거래소에서 ETF를 매수한 뒤 직접 혹은 AP를 통해 운용사에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는 거래소 매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1만좌나 그 배수 단위로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 지난 16일 종가인 17만6775원을 기준으로 1만좌는 17억6775만원 규모다. 외국계 법인투자자가 거래소에서 1만좌를 매수한 뒤 지정참가회사를 통해 운용사에 장외 환매하면, 거래소 통계에는 매수액이 잡히지만 그에 대응하는 매도액은 기록되지 않는다.
이 경우 투자자가 ETF를 계속 보유하지 않더라도 외국인 순매수 통계에는 매수만 남을 수 있다. 거래소에서의 순매수 규모와 실제 보유 현황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다. 한편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집계에서는 외국인이 연초부터 12일까지 국내 상장 ETF를 9조6595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난 16일까지는 개별 상품별 순매수 규모가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와 자금 유입이 활발한 대형 ETF에서 해외 기관의 알고리즘 매매와 상대가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거래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ETF에는 미국 지수 추종 상품 3개가 포함됐다. 상품별 보유 비중은 0.11%에서 20.42%까지 달랐고, 거래소 매수 뒤 장외 환매가 이뤄지면 매도 통계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 순매수 수치에는 실제 보유 수요와 가격 차이를 노린 거래가 함께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운용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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