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이천의 도로에서 심야에 승용차를 가로막고 운전자를 위협한 사건의 용의자 1명이 사건 발생 약 3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남성 A씨를 특수협박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 식별되지 않던 용의 차량 번호판 일부를 정밀 분석으로 복원하고, 차량 거래 게시글과 연락처를 추적해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피해 신고 뒤 두 달 가까이 용의자를 찾지 못해 사건을 관리 미제로 분류했던 경찰은 9월 21일 수사를 재개했다. 함께 범행한 것으로 지목된 공범은 불법 체류 혐의로 적발돼 이달 초 이미 강제 추방된 상태다.
7월 29일 밤 도로에서 차량을 가로막아
경찰과 참고 기사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40분께 이천시 마장면 해월리 지산포레스트리조트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승용차를 타고 가던 30대 운전자와 동승자 앞에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탄 차량이 나타나 이들을 쫓아왔다. 용의 차량은 피해 차량의 앞을 가로막았고, 남성들은 차량 전면부를 발로 차는 등 위협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 상황은 피해 차량의 블랙박스에 담겼다. 사건 장소는 해월로로, 야산 사이를 지나는 왕복 2차로 구간이다.
피해자는 사건 이틀 뒤인 7월 31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두 달 가까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9월 중순 이 사건을 관리 미제로 분류했다. 관리 미제는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통상적인 수사 단계를 멈추고, 추가 단서가 나올 때까지 별도로 등록해 관리하는 사건을 뜻한다. 당시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용의 차량의 번호판은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았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에서도 번호를 확인하지 못했다.
사건 영상은 9월 18일 도로교통 관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고, 이후 초기 수사와 미제 분류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현장 주변의 주정차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됐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용의 차량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의 폐쇄회로(CC)TV 추적도 일부 구간에서 멈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9월 21일 이천경찰서장 지시로 수사가 재개됐다. 지역구 의원도 9월 26일 이천경찰서를 찾아 신속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CCTV 추적과 현장 확인을 둘러싼 초동 수사 논란
이천경찰서는 사건 발생 시각 전후 용의 차량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양방향 CCTV 13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산리조트 방향 CCTV는 5대였고, 반대 방향은 8대였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지산리조트 방향 CCTV 5대 중 2대는 기기 결함으로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 나머지 CCTV에서도 용의 차량으로 추정할 만한 이동 흔적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지산리조트 방향의 첫 삼거리까지 차량이 포착되지 않자 그 이후 각 방면의 CCTV는 추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현장을 확인한 보도에서는 삼거리에서 갈라지는 각 방향의 200m 이내에 추가 CCTV가 설치돼 있었고, 청강문화산업대학 방향에는 상점과 다세대주택이 이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주변에는 주차된 차량도 다수 있었다. 사건 현장 인근 도로는 양쪽 방향으로 1.5㎞ 이상 이동해야 도로를 비추는 방범용 CCTV가 나오는 구간이었지만, 용의 차량이 처음 나타난 리조트 방향으로 2~3㎞가량 이동하면 보드복 대여점 등이 있는 구간과 방범용 CCTV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방향으로 마을에 들어서도 방범용 CCTV와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초기 수사 과정에 대한 감찰도 시작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월 7일 사건을 처음 배당받아 수사한 이천경찰서 형사과 담당 수사관 1명을 대상으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수사자료를 토대로 CCTV 확인 범위 등 초기 수사가 적절했는지 살펴보는 절차였다. 감찰 대상은 담당 수사관 1명이며, 지휘·감독 책임자에 대한 감찰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당시 밝혔다. 경기남부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기존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번호판 일부 복원 뒤 SNS 차량 판매 글 추적
수사 재개 뒤 경찰은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의 정밀 분석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번호판 숫자 일부를 복원했다. 경찰은 복원한 번호 일부와 차량 차종을 조합해 후보 차량을 추린 뒤 탐문 수사를 벌였고, 용의 차량 번호를 최종 특정했다. 이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차량을 거래할 때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용의 차량의 판매 게시글과 연락처를 확보했다.
경찰은 연락처의 실제 사용자와 생활 반경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 CCTV 등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참고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사흘간 A씨의 동선을 추적한 뒤 10월 16일 오후 8시 25분께 안성시 인근 다세대주택에서 그를 검거했다. 당시 A씨는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도 압수했다. 앞서 경찰은 안성시의 한 주택에서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으며, 검거 장소와 차량 압수 사실은 재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으로 보도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다른 외국인에게 차량을 팔려고 했으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 차량을 거래 상대방의 차량으로 오인해 뒤쫓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한 진술로,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혐의 내용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범은 강제 추방…경찰, 국제 공조 검토
B씨는 이 사건과 별개인 출입국관리법 위반, 불법 체류 혐의로 적발돼 이달 초 강제 추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미 출국한 B씨에 대해 적색수배를 포함한 국제사법공조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추가 범행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의 수사 경과를 둘러싼 감찰과 형사 수사는 각각 진행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앞서 초기 수사에서 CCTV 확인 범위 등이 적절했는지 조사한다고 밝혔고, 수사팀은 번호판 일부 복원과 차량 거래 게시물 추적을 거쳐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출국한 공범에 대한 국제 공조 방안을 검토하고, 사건 경위와 여죄를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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