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부제 AI 시대,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 2026년 10월 30일 나왔다. 지은이는 메리 미즐리 지음, 여인옥 옮김이다. 펴낸 곳은 헤이북스이다.
분야는 인문학, 정가는 23,000원, ISBN은 9791188366453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무엇이든 AI가 답해 주는 시대, 철학자 메리 미즐리가 말하는 ‘판단’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정보는 넘치고, 상황은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자주 판단을 미룬다. ‘내가 뭐라고, 그건 각자의 문제니까, 옳고 그름을 누가 정하나’ 하는 생각에 익숙해졌다. 여기에 AI가 가세했다.
무엇을 살지, 무엇을 볼지, 어떤 길로 갈지뿐 아니라 이제는 무엇이 옳은지까지 깔끔한 답으로 정리해 준다. 스스로 답을 찾으려는 수고는 점점 무용해진다. 때로는 사람보다 AI의 판단이 더 확실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판단할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 무엇이 중요하고 옳은지 생각을 정리하려 시도하기보다는 AI와의 대화창을 여는 일이 잦아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이 영국의 철학자 메리 미즐리가 쓴 책『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판단하기’는 미리 만들어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동전 던지기도 아니다.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이고, 개인의 인격 전체가 참여하는 종합적인 활동이다. 폭넓은 가능성의 숲에서 스스로 움직여 길을 찾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메리 미즐리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도덕철학자로 과학, 도덕, 동물 권리, 윤리 등에 대해 고찰하고 누구나 읽기 쉬운 문장으로 자신만의 철학적 사고를 풀어내 책에 담았다. 이 책에서 그는 도덕적 판단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다고 말한다.
도덕은 언어처럼 우리보다 먼저 존재하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러므로 판단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자유가 아니라 극단적인 고립이며 ‘판단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자 판단이다.
우리는 왜 판단을 주저하게 되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나 메리 미즐리는 이 책에서 판단 자체만을 다루지 않는다. 판단을 가로막는 우리 안의 혼란을 살펴보며 왜 사람들이 판단을 주저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판단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풀어 낸다.
먼저 미즐리는 ‘판단질judgemental’이라는 말로 판단을 싸잡아 비난하는 태도를 해부한다. 우리가 정작 반대해야 할 것은 가혹하고 편협한 ‘잘못된 판단’인데 언제부터인지 ‘판단한다’는 행위 자체를 죄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비난과 판단은 다르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일을 모두 주제넘은 간섭으로 치부하는 순간, 우리는 불의에 분노할 언어마저 잃는다.
“도덕적 기준과 이상의 공동체는 훨씬 넓고, 훨씬 깊숙이 스며들어 있으며, 우리를 더 단단히 둘러싸고 있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매우 비슷하다. 도덕은 우리가 사용하던 언어 하나를 버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된다. 물론 어떤 언어를 더 이상 말하지 않는 일도 매우 힘든 경험이 될 수 있다. 반면 도덕은 어떤 언어로든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본 환경과 비슷하다.”
- 본문 중에서 책에서 메리 미즐리는 우리가 판단을 포기하도록 떠미는 두 가지 사고방식을 차례로 분해한다. 하나는 ‘각 문화는 저마다 옳으니 외부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상대주의, 다른 하나는 ‘도덕은 개인마다 다르니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는 주관주의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이 두 관점이 ‘현대적이고 계몽된 삶’이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판단을 무력화하는 데 함께 동원된다. 미즐리는 이를 ‘거짓 보편성’이라 부른다. 작은 통찰 하나를 모든 경우에 들이밀어 결국 아무 판단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함정이다.
판단하는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펼쳐보는 오래된 철학 지도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은 도덕철학을 훑는 개론서가 아니다. 저자 스스로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지도에 가깝다.
상대주의와 주관주의, 냉소적 회의주의가 뒤엉켜 핵심에 닿기도 전에 길을 잃기 쉬운 지대를 안내하고, 황무지를 건너는 지름길을 짚어 주는 지도다. 철학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P. D. 제임스의 추리소설, 성경, 니체와 사르트르, 아인 랜드의 문장 같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과 극단의 상황 등을 통해 우리 사고의 밑바닥을 하나씩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메리 미즐리는 평소 철학은 배관이나 전기선처럼 삶 곳곳에 보이지 않게 깔려 있다고 강조해 왔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바닥을 뜯어 배관을 살펴야 하듯 사회에 문제에는 평범한 사고방식 이면에 숨겨진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은 메리 미즐리의 이런 생각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그동안 AI와 사고력을 다룬 책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술이 무엇을 앗아가는지 고발하는 데 머문다. 30여 년 전에 나온 이 책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 보게 만든다. 기술을 말하기 전에 ‘판단한다는 것’이 애초에 무엇이며 왜 포기할 수 없는 능력인지를 철학의 자리에서 밝힌다.
알고리즘이 답을 대신 골라 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은 사라져도 되는 구식 기술이 아니라 더 희소해지는 핵심 역량이 된다. AI가 찾아주는 정보와 답을 평가하고 되물을 수 있는 힘은 결국 스스로 판단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의 꾸준한 도덕적 창의성 덕분에 이전에는 해결 불가능해 보였던 딜레마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도덕적 문제들, 심지어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까지도 절망적 문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다뤄야 할 의무가 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책 곳곳에서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한다. AI 시대의 편리함에 밀려 판단마저 반납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을 느껴 본 독자라면, 이 책에서 미즐리의 또렷한 목소리 속에서 그 불안의 정체와 이름, 그리고 다시 판단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오늘,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는 일까지 AI에게 물었다면 지금이야말로 대화창을 닫고 책을 펼칠 때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며 제1장 무지 위에 자유의 성을 쌓을 수 있을까?
제2장 지금 있는 자리에서 시작하기 제3장 지식은 왜 문제인가?
제4장 회의주의와 자유 제5장 왜 끼어들면 안 되나?
제6장 사회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 제7장 도덕의 공적 측면 제8장 현대라는 용광로 속 개인들 제9장 개인주의, 고독, 사생활 제10장 도덕과 피해 제11장 상대주의 되짚기 제12장 어디까지가 문화의 영역인가?
제13장 주관주의의 여러 모습 제14장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남도 그럴까?
제15장 사회진화론 속 이기주의 제16장 오늘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제17장 합리적 의심, 비합리적 의심 제18장 가치란 무엇인가?
제19장 다시, 첫 질문 제20장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나?
맺음말 주석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메리 미즐리 (Mary Midgley) (지은이)
2018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메리 미즐리는 윤리학, 생물학,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실천적 행동으로 주목받은 영국의 중요한 철학자이다. 그는 환원주의와 과학주의, 그리고 과학을 인문학의 대체물로 삼으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는데, 『가디언』은 그를 맹렬히 투쟁하는 철학자이자 영국의 “과학적 허식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1919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난 미즐리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뉴캐슬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자신의 철학적 관점을 발전시켰는데, 과학과 윤리, 동물 권리에 2018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메리 미즐리는 윤리학, 생물학, 인간 본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실천적 행동으로 주목받은 영국의 중요한 철학자이다.
그는 환원주의와 과학주의, 그리고 과학을 인문학의 대체물로 삼으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는데, 『가디언』은 그를 맹렬히 투쟁하는 철학자이자 영국의 “과학적 허식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1919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난 미즐리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뉴캐슬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자신의 철학적 관점을 발전시켰는데, 과학과 윤리, 동물 권리에 관한 연구로 유명했으며 이후 더럼대학교와 뉴캐슬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십대에 첫 저서인 『짐승과 인간』(1978)을 출간했고, 이후 『마음과 정신Heart and Mind』(1981), 『동물과 동물이 중요한 이유Animals and Why They Matter』(1983), 『사악Wickedness』(1984), 『생물학적 및 문화적 진화Biological and Cultural Evolution』(1984), 『윤리적 영장류The Ethical Primate』(1994), 『고독한 자아: 다윈과 이기적 유전자The Solitary Self: Darwin and the Selfish Gene』(2010), 『당신은 환상인가?Are You an Illusion?』(2014) 등 많은 책을 저술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즐리는 당시 유행하던 과학주의에 기반한 원자론적 및 환원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이 인간의 자기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79년 『필로소피』를 통해 『이기적 유전자』(1976)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와 주고받은 신랄한 논쟁은 특히 유명하다. ‘유전자 저글링(gene-juggling)’으로 알려진 이 논쟁에서 두 사람은 진화론, 인간 본성, 인간 행동에 대한 유전자 중심적 관점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충돌했다.
도킨스는 행동을 형성하는 데 있어 유전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 미즐리는 인간 행동의 동기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공유하는 능력’과 ‘반응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좀 더 주의 깊게 성찰하면 인간의 생물학적 재능에는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그의 후기 저작에서 전면에 등장한 또 다른 주제는 과학과 기술이 우리의 모든 질문에 답하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예측이다. 여기서 그는 과학의 한계, 시적이고 종교적인 전망의 중요성, 그리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원천을 인간 조건에 통합할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이와 관련된 생각들은 『종교로서의 진화Evolution as a Religion』(1985), 『지혜, 정보, 경이Wisdom, Information and Wonder』(1989), 『구원으로서의 과학Science as Salvation』(1992), 『유토피아, 돌고래, 컴퓨터Utopias, Dolphins and Computers』(1996), 『과학과 시Science and Poetry』(2000), 『우리가 기대어 사는 신화The Myths We Live By』(2003)에서 탐구된다.
은퇴할 무렵 그의 저술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미즐리는 동물복지 운동, 환경 운동, 무기 거래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미즐리는 또한 텔레비전과 라디오에 자주 출연하여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과학적 자만심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말과 글은 철학이 평범한 삶을 다룬다는 신념에 따라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하고 활기찼으며, 무엇보다 인간적이었다.
여인옥 (옮긴이)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CBS 보도국과 뉴스1 국제부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일했다.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며 바른번역 소속으로 철학, 역사, 과학 등에 관심을 갖고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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