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미만 재난보험 공백…정부, 단체보험 예외 추진

  • 입력 2026.10.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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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된 지하 주차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15세 미만 미성년자가 재난으로 숨져도 시민안전보험 등 단체보험의 사망 보장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풀기 위해 국무총리실이 보험업계와 상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현행 규정은 보험범죄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 15세 미만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한다. 이 조항이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민을 위해 가입하는 재난 단체보험에도 적용되면서,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 아파트 침수 사고와 12·29 여객기 참사에서 미성년 희생자가 사망 보장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미성년자 보호라는 법 취지를 유지하면서 보험사고와 보험수익자 범위가 제한된 단체보험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범죄 방지 규정이 재난 단체보험에도 적용

현행 상법은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범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그러나 조항이 개인이 가입하는 보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민을 위해 가입하는 시민안전보험 같은 단체보험에도 적용돼 왔다. 그 결과 재난으로 숨진 15세 미만 미성년자는 단체보험의 사망 보장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총리실은 이번 간담회에서 현행 규정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재난 단체보험의 보장 공백을 해소하는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보험사고와 보험수익자의 범위가 제한된 단체보험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보험업계가 제시한 의견에는 보험사고뿐 아니라 보험계약자와 수익자의 범위를 제한해 도덕적 위험 발생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인 보험 전반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범위를 한정한 단체보험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총리실은 지난달 21일 법무부·금융위원회와 상법 개정 방향을 논의한 데 이어 8일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정부는 미성년자 보호 규정의 기본 취지를 유지하면서 재난 피해를 입은 미성년자가 단체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손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힌남노 때 어머니 구하려다 숨진 중학생 제외

보험 사각지대가 드러난 사례로 총리실은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를 들었다. 당시 어머니를 구하려다 숨진 만 14세 중학생은 시민안전보험 사망 보장에서 제외됐다. 재난으로 인한 사망이었지만, 15세 미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계약을 무효로 하는 규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이 사례를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재난보험 보장 공백 사례로 제시했다.

2024년 12·29 여객기 참사에서도 15세 미만 희생자 8명이 시민안전보험의 사망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보험 규정에 따라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고, 별도의 특별법을 통한 사후 지원이 이뤄졌다. 태풍 피해와 여객기 참사는 각각 다른 재난이지만, 두 사례에서 15세 미만 희생자가 시민안전보험 사망 보장을 받지 못한 점은 같았다. 총리실은 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이런 사례가 반복된 배경인 현행 규정과 개정 방향을 함께 다뤘다.

사례시기사망 보장에서 제외된 미성년자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2022년 9월1명
12·29 여객기 참사2024년 12월8명

포항 사고에 관한 자료에는 어머니를 구하려다 숨진 중학생이 시민안전보험 사망 보장에서 빠졌다고 돼 있다. 여객기 참사의 경우 총리실은 15세 미만 희생자 8명이 보장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례 모두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둔 규정이 재난 단체보험에도 적용되면서 발생한 보장 공백으로 논의됐다.

보험업계, 범위 제한 전제로 개정 방향 동의

국무총리실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나승철 민정실장 주재로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현행 상법상 원칙적으로 보험 보상 범위에서 제외되는 15세 미만 미성년자 사망사고에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양 협회 관계자들은 상법 개정이 실제 보험상품과 보험금 지급 실무에 미칠 영향, 제도 운영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총리실은 “보험업계는 재난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사고, 계약관련자의 범위 한정 등 도덕적 위험 발생 가능성을 제한하는 선에서 예외를 허용하는 개정 방향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재난 단체보험에 예외를 허용하되 보험사고와 보험계약자·보험수익자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총리실은 협회들이 보험상품 운영과 보험금 지급 실무에 미칠 영향 등 현장의 검토 사항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나 실장은 보험업계에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미성년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지키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단체보험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험업계에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미성년자 보호라는 법 취지를 유지하는 것과 재난 단체보험의 보장 공백을 줄이는 것을 함께 고려해 개정 방향을 구체화해 달라는 당부다.

관계부처 공유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 현장 의견 반영

총리실은 8일 간담회에서 나온 논의 결과를 법무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공유할 계획이다. 이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험업계의 현장 의견과 검토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후속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논의는 상법 개정 방향을 확정하거나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 아니라, 관계부처와 논의해 온 방안을 보험업계와 검토하고 운영상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정 방향은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보험범죄로부터 보호한다는 현행 상법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재난 단체보험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보험사고와 보험수익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보험업계는 실제 상품 운영과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고려할 사항을 전달했다. 총리실은 보험업계에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향후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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