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 자리한 이우중고등학교가 입학과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사교육 금지 서약을 받는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3년 100여 명의 시민이 뜻을 모아 세운 이 학교는 정식 학력 인정을 받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도심 한복판에서 공교육과 대안교육을 접목하겠다는 설립 취지를 20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김지용 교장은 사교육 금지가 단순히 학교 수업만으로 입시를 준비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교육을 금지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시간 주권과 청춘 주권을 돌려주려는 것”이라며 “다른 학교가 흉내는 낼 수 있어도 근본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3년 전부터는 예체능 사교육까지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강화했으며, 취미 활동 정도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실에서 이런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온 점은 이 학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교육과정은 중학교 1학년의 자기 탐구 발표부터 2학년 '나를 바라보는 시간', 3학년 졸업 작품 전시회로 이어지는 프로젝트 수업이 뼈대를 이룬다. 고등학교는 2011년부터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과 무학년 학점제를 운영해 왔다. 안정민 교수학습지원부 부장교사는 “학생의 개별성만 강조하다 보니 공공의 가치와 충돌하는 지점이 생겨, 최근에는 선택권을 무한정 늘리기보다 학교 철학에 맞게 필요한 과목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장 역시 “선택권이 많아지면 진로보다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고르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균형을 강조했다.
학생 자치 활동의 밀도도 눈에 띈다. 매주 월요일 두 시간을 학급·학년·전체 자치 시간으로 못박아 두었고, 축제와 체육대회, 세월호 추모 행사 등을 준비위원회 형태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교내 곳곳에 붙는 대자보는 수업 태도에 대한 반성부터 페미니즘, 장애인 인권, 정치적 현안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학교 측은 별도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자보가 검열 없이 오가는 풍경은 말뿐인 학생자치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자치 문화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
평가 방식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공교육 체제 안에 있어 내신 등급 산출은 불가피하지만, 3년 전부터 서논술형 평가 100% 전환을 목표로 시험 시간을 90~100분으로 늘리고 중간고사를 없애는 식으로 수업과 평가의 불일치를 줄여왔다. 여기에 자기이해, 비판적·창의적 사고, 세계적 시각 등 열 가지 역량을 과목별로 수치화한 별도의 성장 통지표도 운영 중이다. 사교육 금지라는 파격적 원칙 위에서 학점제와 서논술형 평가, 학생자치를 함께 굴리는 실험이 앞으로 공교육 혁신 논의에 어떤 참고점을 남길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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