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전문 공간 일상여백이 한국과 일본 작가들이 함께하는 교류전 ‘한 여름의 풍경’을 연다.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틈에서 공예와 미디어 작업을 통해 여백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자리다.
전시는 한국어 ‘한여름’이라는 단어에 여백을 더하면 ‘한 여름’, 즉 하나의 여름이 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재료로 작업해온 작가들의 시선을 한 공간에 모아, 각자가 통과해온 여름과 여백의 감각을 나란히 펼쳐 보인다는 구성이다. 지상 전시장에는 한일 공예·회화 작가 6인의 작품이, 지하 1층 오프비트 스튜디오에는 홋카이도 샤리 지역의 유빙을 소재로 한 영상 설치 작업이 배치돼 공간별로 다른 결의 감상을 유도한다.
공예·회화 섹션에는 재료를 달리하는 여섯 작가가 참여한다. 우치다 유는 버려질 위기의 통나무와 미활용 목재를 다듬어 절제된 형태의 그릇을 만들고, 츠지 아키는 홋카이도 자생목으로 공간과 구조 사이의 균형을 조각으로 풀어낸다. 이기훈은 가느다란 유리 심을 활용한 기법으로 유리 표면에 흐르는 듯한 결을 새기며, 윤상현은 물레 작업의 정형성을 의도적으로 흩트려 푸른빛 결정유를 이끌어낸다. 박미경은 금속 골격에 옻칠을 겹겹이 입혀 쓰임과 감상의 경계를 흐리는 바스켓 작업을, 히사노 시노는 독자적인 질감의 회화를 선보인다. 나무와 유리, 도자, 금속과 옻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들이 한 전시 안에서 만나는 구성 자체가 이번 전시의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지하 오프비트 스튜디오에서는 드리프트 컬렉티브의 영상 설치작 ‘떠도는 풍경’이 상영된다. 한국과 일본,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현정, 가미무라 요이치, 니시노 소헤이, 고가네자와 다케히토, 콜린 콕 등 5인이 수년간 홋카이도 샤리 지역에서 채집한 유빙의 기록과 소리를 엮어 만든 작업이다. 수중 마이크로 담은 유빙 소리와 사진을 재구성한 영상, 부감과 선적 움직임의 화면이 사운드스케이프와 맞물리며 기후변화 시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박현정은 “가장 빽빽한 계절의 한복판에서 찾아낸 작은 바람 한 점과 여백의 순간이 관람객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며 “재료와 방식은 다르지만 자연과 여백을 바라보는 태도를 공유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여름을 추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서울시 후원으로 일상여백이 총괄하고 박현정이 기획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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