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호킹 지음, 김연화 옮김, 동녘사이언스가 펴낸 《호킹 주식회사》가 2026년 8월 28일 출간된다. 부제는 '앎, 불구, 흩어져 존재하기의 인류학'으로, 프랑스 출신 과학기술철학자이자 인류학자 엘렌 미알레가 스티븐 호킹의 연구실을 오랜 기간 관찰하며 쓴 문화기술지다.
육체 없는 천재라는 신화에 던지는 질문
스물한 살에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고 1985년 기관 절개 수술 이후 목소리마저 잃은 호킹은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가 됐다. 언론과 대중매체는 그를 '물질을 뛰어넘은 정신'이라 묘사하며 갈릴레오와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에 놓아왔다.
실제로 호킹의 몸은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손으로 방정식을 쓰거나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론을 만들고 논문과 책을 출판하고 강연을 하고 학생들을 지도했다. 책은 이 지점에서 '그가 진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학 지식이 고립된 개인의 정신이 아니라 사회적·물질적 과정에서 나온다는 과학기술학의 오랜 문제의식과 연결한다.
100회 넘는 인터뷰로 추적한 호킹이라는 연결망
저자 엘렌 미알레는 호킹을 과학기술학적 질문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연구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힌다. 순수한 정신의 산물이라는 과학의 신화를 구현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그 누구보다 인간과 기술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의존적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호킹 본인을 비롯해 비서, 간호사, 조교, 대학원생, 동료 물리학자, 언론인, 영화제작자, 기록 보관자, 예술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자 등과 100회가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브뤼노 라투르의 제자인 저자는 이 작업을 라투르의 《실험실 생활》과 《프랑스의 파스퇴르화》를 잇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 연구로 자리매김한다.
일곱 장에 걸쳐 그려낸 호킹이라는 집합체
책은 모두 일곱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보조자들과 기계들'은 컴퓨터, 음성 합성기, 비서, 대학원생 조교, 간호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다룬다. 이들은 눈썹의 미세한 떨림을 읽어 '예'와 '아니오'로 의사소통하게 하고, 여행과 강연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사전에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호킹의 '확장된 신체' 역할을 한다.
2장 '학생들'은 호킹의 논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사고와 증명, 계산 같은 지적 활동조차 학생과 동료, 컴퓨터, 학과와 대학이라는 시스템이 함께 만들어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3장 '다이어그램'은 손으로 수식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호킹이 어떻게 기하학적 이미지로 사유하는지를 다루며, 그 사유에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수정하는 학생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짚는다.
4장 '미디어'는 호킹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을 중심으로, 미디어와 기자들을 통해 '천재 과학자 호킹'이라는 이미지가 반복 재현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5장 '호킹의 현존 읽기'에서는 저자가 마침내 호킹을 직접 만나지만, 판독하기 어려운 신체와 컴퓨터로 매개되는 상호작용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며 그가 생각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6장 '영원의 시작점에서'는 케임브리지대학교 고든무어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호킹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다룬다. 기록 보관자들이 그의 글과 책, 사물과 디지털 기록을 분류하고 재조직하고 보존하는 과정을 통해 호킹의 정체성이 아카이빙으로 불멸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7장 '생각하는 사람'은 호킹이 자신의 조각상과 마주하는 장면을 다룬다. 이 조각상은 호킹의 학과 건물 앞, 그의 연구실 아래에 전시될 예정이며, 실제 호킹과 조각상이 거울처럼 서로를 되비추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원본이 복제품을 통해 육화되고 구성되는 과정을 짚는다.
지은이 엘렌 미알레와 옮긴이 김연화
지은이 엘렌 미알레는 프랑스 파리국립광업학교에서 브뤼노 라투르에게 사사받은 과학기술철학자이자 인류학자다. 현재 토론토요크대학교 과학기술사회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코넬대학교, 버클리대학교, 하버드대학교, 데이비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 베를린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행위자-네트워크 이론, 인간-기계 상호작용, 장애학, 의료인류학 등을 연구해왔으며, 지은 책으로 《창조하는 기업》이 있다.
옮긴이 김연화는 과학기술학 연구자로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기업에서 분석화학자로, 정부기관에서 정책연구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대학 실험실을 현장으로 삼아 과학 실천의 시간성과 돌봄에 관한 민족지를 쓰고 있다. 함께 지은 책으로 《STS 개념어 사전》, 《겸손한 목격자들》, 《돌봄과 작업 2》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다른 과학은 가능하다, '느린 과학' 선언》이 있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엘렌 미알레 지음, 김연화 옮김 |
| 출판사 | 동녘사이언스 |
| 출간일 | 2026년 8월 28일 |
| 분야 | 인문학 |
| 정가 | 29,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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