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진 지음, 창비 펴냄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가 2026년 8월 20일 출간됐다. 부제는 '소통 불가능성의 인문학'이며, 정가는 2만원이다. 『페미니즘의 도전』으로 알려진 저자의 3년 만의 신작으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룬다.
소통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대화로 풀어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은 흔히 듣는 조언이다. 그러나 대화가 어긋날 때마다 사람들은 표현이 부족했는지, 설명이 서툴렀는지를 자문하며 스스로를 탓하곤 한다. 책은 이런 소통의 어려움이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몸을 가진 사람들이 만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짚는다. 소통 실패에서 비롯된 자책을 그만두고, 나를 돌보는 소통에 힘쓰자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다.
말할 필요 없는 사람과 말할 수밖에 없는 사람
책은 이해받기 위해 간절히 애써야 하는 쪽이 대개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짚는다. 기득권은 자신의 삶과 주류 언어가 일치하지만, 여성을 비롯한 약자는 그 사이에서 불일치를 겪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소설가 정찬의 '인간은 언어 속에 존재한다', 제임스 볼드윈의 '흑인은 백인을 보고 있지만 백인은 흑인을 보지 않는다', 오드리 로드의 '아버지의 도구로는 아버지의 집을 부술 수 없다'는 문장을 소환한다. 이를 통해 강자는 약자의 말을 듣지 않으며 지배의 언어로는 지배를 넘어설 수 없다는 통찰 위에서, 저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되 이를 새로운 대화법을 모색하는 제안으로 이어간다.
나를 지키는 다섯 가지 소통 전략
책은 '더 잘 소통하는 법' 대신 누구와 어디까지 말할지 스스로 정하는 최소한의 소통법을 제안한다. 첫째는 과감한 침묵과 무응답이다. 침묵은 공백이 아니라 하나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둘째는 통념을 뒤집는 솔직한 말하기로, 저자는 성희롱 예방 강의 중 한 공무원의 부적절한 질문에 재치 있게 답해 상황을 정리한 일화를 소개한다. 이 밖에 완벽한 합의 대신 중간 지점을 찾는 협상적 말하기, 타인을 끝까지 설득하지 않기, 대화 종료의 권리를 기억하기가 나머지 전략으로 제시된다.
표현의 자유와 극우 공존을 묻다
책은 일상 대화를 넘어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극우화 문제도 다룬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가 본래 거대 권력 앞에서 취약한 개인의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개념이며, 강자가 약자에게 내뱉는 말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에필로그에서는 '극우와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톰과 제리의 관계에 빗대 공존이 어느 한쪽의 배려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극도의 인내와 긴장을 동반한다는 점, 그리고 그 인내의 몫이 공평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이 책의 차례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네 개 장으로 구성된다. 1장 '대화는 격렬한 평화'에서는 폭력으로서의 대화의 속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혐오 문제를 다룬다. 2장 '말의 세계에 중립은 없다'에서는 몸의 개별성, 사회적 위치, 권력관계, 말의 미끄러짐, 듣기의 정치라는 다섯 가지 이유로 소통이 불가능한 까닭을 짚는다. 3장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소통법'에서는 침묵과 무응답, 솔직하게 말하기, 협상적 말하기, 대화 종료의 권리 등 구체적 전략을 다룬다. 4장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에서는 우연한 조우로서의 만남과 재귀적 소통, 합의 대신 새로운 언어의 생성이라는 대화의 목적을 논한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정희진은 여성학·평화학 연구자이자 인문학·융합 글쓰기 강사로,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년 전부터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나와 타자의 소통 불가능성을 삶의 문제로 다뤄왔다고 알려졌다. 저서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낯선 시선』 『혼자서 본 영화』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5권) 등이 있으며, 『한국여성인권운동사』 『성폭력을 다시 쓴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을 엮었다. 『‘위안부’, 더 많은 논쟁을 할 책임』 『당신이 나의 숲입니다–신영복을 읽는 시간』 『우리, 나이 드는 존재』 『5·18 민중항쟁에 대한 새로운 성찰적 시선』 등의 공저에도 참여했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정희진 지음 |
| 출판사 | 창비 |
| 출간일 | 2026년 8월 20일 |
| 분야 | 인문학 |
| 정가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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