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듀오 리틀 보이즈, 한국 8개 도시를 돈 이유

  • 입력 2026.10.23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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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어를 마친 이탈리아 듀오 리틀 보이즈 (사진= DHIRA 제공)

일본행 비행기에서 만난 두 사람이 이탈리아 록 듀오 리틀 보이즈(Little Boys)를 결성해 올해 첫 한국 투어를 마쳤다. 기타와 보컬을 맡은 엘르(Elle), 드럼을 연주하는 에세(Esse)는 서울과 부산만 찾는 대신 서울·대구·부산·거제·전주·안양·인천·제주 등 8개 도시에서 모두 16회 공연했다. 지난달 7일에는 지난 3년간 발표한 곡 가운데 18곡을 담은 앨범 ‘더 비스트 오브 리틀 보이즈’(THE BEAST OF LITTLE BOYS)를 발매했다. 펑크와 개러지 록, 델타 블루스를 넘나드는 이들은 현지 공연장과 관객을 만나기 위해 여러 도시를 돌았다고 밝혔다. 투어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한국에서 한 달 동안 겪은 공연과 만남을 이야기하며, 2027년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비행기에서 시작된 만남, 악기를 바꿔 만든 듀오

리틀 보이즈의 시작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처음 만나 “각자의 포부와 과거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 도착한 뒤에는 “각자의 길”로 흩어졌지만, 떨어져 지내는 동안 둘이 함께 밴드를 해보자는 생각이 무르익었다. 엘르가 에세에게 연락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밴드 결성 전 두 사람의 음악적 배경은 달랐다. 에세는 형제와 함께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했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야망 없이 록 음악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엘르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고, 피아노나 하프시코드가 어우러진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을 좋아했다. 시를 쓰고 몇 권의 책도 썼지만, 아직 출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팀을 꾸리며 기존에 다루던 악기 대신 새 역할을 맡았다.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던 엘르는 기타와 보컬을, 베이스를 치던 에세는 드럼을 맡았다. 이들은 “악기를 바꿔 새롭게 시작”하기로 한 이유를 “엄청난 도전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가진 창의성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택한 모험이 어디로 이어질지 확인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밴드 이름에는 마음속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다는 뜻을 담았다. 호기심을 유지하고 세상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을 다시 질문하는 태도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자신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타인의 평가를 흘려보내는 장난기 어린 자유로움도 이름에 담겼다고 했다.

엘르와 에세는 서로를 밴드의 구성원인 동시에 각자의 삶에서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에세는 엘르를 두고 “그녀는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 가장 변덕스럽고 당돌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의 생각을 계속 알고 싶고,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엘르는 에세를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순간에도 기댈 수 있는 단단한 토대”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자신이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이며, “그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리틀 보이즈로 태어났기에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18곡에 담은 지난 3년, 라이브의 질감을 살린 앨범

지난달 7일 발매된 ‘더 비스트 오브 리틀 보이즈’에는 총 18곡이 실렸다. 두 사람은 지난 3년간 발표한 곡 중 의미 있는 곡을 골라 앨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을 보여주는 음반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는 순수하고 직관적이며 진정성 있는 음악이다. 라이브 녹음의 에너지와 아날로그 녹음 특유의 질감을 유지하려 했고, 연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불완전함도 그대로 담았다고 했다. 기타와 드럼이 주고받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연장에서처럼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음악은 설명에 앞서 듣는 이의 내면을 건드리고 무언가를 일깨워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구분규모
앨범 수록곡18곡
선곡 기간3년
한국 투어 도시8개 도시
한국 투어 공연16회

앞으로는 음악을 더 정교하고 직관적으로 다듬는 한편,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색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운드를 단순하게 정리하고 음악을 더 덜어내려 한다. 무대에서는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계획도 내놨다. 두 사람은 그 방향을 “그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 더 대담하고 거침없는 라이브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세계를 여행하며 얻는 경험이 음악 활동의 자산이 된다고도 했다. 한국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일본으로 돌아온 시점에는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강화할지 전보다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사운드를 계속 다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현지 공연장과 관객을 찾아

리틀 보이즈는 첫 한국 투어에서 서울·대구·부산·거제·전주·안양·인천·제주를 돌았다. 두 사람은 더 힘들더라도 뻔하지 않은 길을 가고 싶어 여러 도시의 공연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부산에서만 공연하고 떠나는 대신 현지 록 신과 직접 만나 공연장과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같은 도시를 여러 차례 찾았을 때도 방문 때마다 다른 곳처럼 느꼈다고 했다. 기분과 만나는 사람, 공연장과 그날 겪은 일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투어에서 만난 관객과 공연장에 관한 경험은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보는 계기도 됐다.

서울 블록 파티에서는 관객이 이미 모인 상황에서 악기 케이스를 열었다. 사운드 체크를 할 시간이 없어 첫 음을 연주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맞춰갔고, 관객은 춤을 추고 환호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부산 클럽 리얼라이즈에서는 하드-온스(Hard-Ons)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은 관객으로 가득 찼고, 두 사람은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며 더 강렬하게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주에서는 남부 시장을 거쳐 모이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거대한 스크린에 자신들의 얼굴과 영상이 나오는 것을 봤다고 했다. 공연장에서는 기타와 드럼, 보컬 사운드가 자신들이 원하던 대로 구현됐고, 음향 엔지니어의 솜씨가 훌륭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타록에서는 함께 공연한 이들이 서명이 가득 담긴 이탈리아 국기를 선물했다. 두 사람은 따뜻한 환대와 칭찬, 공연장의 에너지를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홍대 클럽부터 사람들이 식사하며 앉아 있는 우아한 분위기의 장소까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공연했고,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고 했다. 제주에서는 개러지 록이 일부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졌을 수 있지만, 공연에 압도돼 눈물을 흘린 관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음악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눴지만 강한 교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먼저 연락한 이유와 다음 한국 방문

지역 라디오 방송과 영자 신문 등에 팀 소식이 실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한 달 동안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음악 현장을 경험하기로 한 만큼,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고 음악을 통해 무엇을 찾으려는지 설명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고 밝혔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특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서 어떤 점에 호기심을 느끼는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다른 환경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무언가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실행에 옮긴다는 태도에서 언론에 보낸 연락도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투어 중에는 공연 뒤 식사 초대와 대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김포에서는 무당을 찾아 손금을 보고 향을 피우고 방울을 흔드는 경험도 했다. 무당은 쉬어야 한다고 계속 말했고, 상담 뒤 두 사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한국식 고기구이를 함께 먹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함께 있던 한국 친구들에게도 무당을 만나는 일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친 뒤 이어지는 일정 때문에 쉬라는 조언을 실천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다음 날 다른 공연을 위해 이동해야 했고, 때로는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지친 날도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움직이게 한 것도 만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리틀 보이즈는 아직 자신들의 음악을 모르는 한국 독자와 팬에게 음악을 들어달라고 했다. 로큰롤이 삶에 없다면 자신들이 기꺼이 “여러분을 '나쁜 길'로 이끄는 첫 번째 존재”가 되겠다는 말도 전했다. 호기심만 가지고 오면 나머지는 자신들이 맡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27년에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만난 공연장과 관객, 투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계속 다듬겠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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