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

  • 입력 2026.10.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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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제공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이 2026년 10월 16일 나왔다. 지은이는 김소형 지음이다. 펴낸 곳은 문학과지성사이다.

분야는 소설/시/희곡, 정가는 13,000원, ISBN은 9788932045825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저를 추모하고 싶다면 딸기 와플이 좋겠어요”

삶보다 거대하고 사랑보다는 작은 세계에서 외따로이 서 있는 영혼을 위해 돌을 주워 놓는 사람, 김소형의 세번째 시집 201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소형의 세번째 시집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642번으로 출간되었다.

두번째 시집 『좋은 곳에 갈 거예요』(아침달, 2020)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데뷔 당시 “강력하게 압축된 이미지들의 연쇄를” 통해 “무의식에 깊이 침전되어 있는 생의 상처들을 독특하면서도 선연한 이미지로 부조시키는 재능을”(시인 최승호 · 문학평론가 이경호) 보여주었다는 평과 함께 자신만의 고요하고도 선득한 시 세계를 보여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의 쓸모가 반드시 살아 있는 자와 찰나의 삶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모두가 잠든 밤에만 쓸 수 있는 마음과 그 위에 익명으로 남아 있는 슬픈 사람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는 세상에 없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의 슬픔을 우리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자신의 시 첫 구절에서 이렇게 묻는다. “영혼은 쇠처럼 단단할까?” 곧이어 그는 이렇게도 묻는다. “아니면 올빼미 부리 속 나방의 날개처럼/가냘프고 부서지기 쉬울까?(「당신이 할 수도 있는 몇 가지 질문들」, 『기러기』, 마음산책, 2021).

이렇듯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은 우리의 영혼이, 삶에 대한 진실한 태도가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국의 시인이 영혼의 물질성에 대해 살핀다면 김소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곁을 떠난 적 없는 영혼에게 안부를 물으며 “인간은 너무나 인간적인 기억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흘러버린 시간을 “기억하고자 영겁의 시간을 써야 했”음을 고백한다. 영영 봉인되어 있으리라 여긴 “당신의 입술이 열리는 순간”(「생활 시」) 비로소 시가 씌어진다는 것이다.

죽음의 적막을 깨뜨리고 “땡땡한 우리의 영혼 속으로”(「땡초」) 감겨드는 49편의 시를 총 4부로 나누어 묶었다.

죽은 자의 말 걸기를 수신하며 함께 숨을 들이쉬고 내쉼으로써 공동의 이야기가 씌어진다. 이처럼 김소형의 시에서 애도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만이 아니라 죽은 자의 곁에서 그의 말을 받아 함께 이야기를 짓는 시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김보경 해설, 「삶보다 더 큰」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도 근미래가 될 수 있었고”

이야기는 동의 없이 시작됐다가 동의 없이 끝난다 너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아무 장이나 읽는다 [······] 너는 젖은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고 미래의 화단을 찾는다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어서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음」 부분 그 누구도 죽음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가 없”다는 무력함 속에서 “이야기는 동의 없이 시작됐다가 동의 없이 끝난다”.

위 시의 화자는 “발이 하늘을 향한 채” “계단에 놓인 새를 보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한 마리 작은 새의 죽음에서 시작해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음”이었던 한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시선에는 산 사람은 영영 알 수 없는, 오로지 죽은 자만이 알 수 있는 진실이 있다.

우리에게는 생의 최초의 순간부터 마지막 단서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인간은/오래된 숲”처럼 “타기에 적당하고/타기에 아름다운” 존재이기에 시인은 영영 아름다운 이들을 위해 “슬픔의 흰 제단”(「당신을 보고 있어요」)에 불을 밝히고 “미래의 화단”으로 나아간다.

“밝은 어둠이 있는”(「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자리에서 “미래의 너를 위해 준비된/이야기를 다시 녹음하는”(「천사 녹음」) 수고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죽음 이후에도 도래할 미래가 남아 있고 그 순간이 이야기로써 시작된다는 애도의 방식은 “나는 가끔 사람 같아서 미안하다”(「에덴」)라는 마음으로 “죽은/그 애의 꿈은/사람”(‘시인의 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겸허하고도 진실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슬픔이 나를 사랑하여 산책하고”

내 핏속에는 성당이 있고 점집이 있고 이 영혼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찌울 수 있을지 싶어 돌탑을 쌓듯 묻는다 당신은 언제 슬프니 그들의 말이 쌓인다 지금, 살아 있을 때,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 나의 가족이 굶고 있을 때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끼니를 굶느냐는 말을 할 때,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그런 쉬운 거짓에 속느냐고 물을 때 너무 많은 증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 부분 슬픔에 기대지 않은 채로 씌어지는 사랑이 있을까.

“혼자 덩그러니 남은 사랑”마저도 결국에는 누군가의 슬픔에 다가서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작년 여름, 먼저 떠난 딸”(「모두가 사라진 곳에 남은 사랑」)과의 약속을 떠올리거나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아들을, 남편을/그리는”(「어부의 아내」) 일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뒤따르는 것처럼.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기억하면 더 고통스럽죠/그런데 잊을 순 없죠”(「being alive」)라고 답할 수 있는 건 아직 사랑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능한 사랑만을 좇으며 더는 슬픔을 짊어지려 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당신은 언제 슬프니”라고 묻는 마음 역시 여전히 “사랑이라는 말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날”(「사랑의 세계」)들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유령의 일이 보는 것이라면/나의 일은 내주는 것”(「유령어업」)이라 여기는 시의 화자는 “사랑의 얼굴”이 되어 “사라지는 영혼과 인사”(「만나뽀끼」)를 나누며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이 남긴 사랑을 대신 기록한다.

사랑? 문학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사랑? 한 번도 모르고 지나갈 단어.

사랑? 모두가 사라진 곳에서 우리의 감정이 꿈틀대며 격렬하게 움직인다면 나는 너를 위해서 뭔가를 바라보듯이 수색하고 싶은 것이다 ─「모두가 사라진 곳에 남은 사랑」 부분

목차는 다음과 같다.

시인의 말 1부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음 | being alive | 선교장 | 땡초 | 모두가 사라진 곳에 남은 사랑 | 가정주부 | 나 옛날 사람인가 봐 | 소쿠리 | 캐치볼 | 우리가 머물렀던 겨울 | 무아레 2부 사라진 이웃이 이름을 부를 때 |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 에덴 | 숲속의 대화 | 여름의 칼 | 당신을 보고 있어요 | 죽음실습 | 괴담 | 만나뽀끼 | 잠 없는 잠 | 세상의 아이 | 어부의 아내 | 쉿, 비밀인데 3부 내일은 비 오겠지 | 호반 도시 | 슬픔을 차리자 | 직업의 미래 | 이번 겨울은 유독 길었어요 | 도시 광산 | 유령어업 | 쓰레기 풍경 | 농담 | 흔들의자가 있는 방 | TRPG 4부 사랑의 세계 | 생활 시 | 희고 가벼운 마을 | 천사 녹음 | 비밀 노트 | 세화당 |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 | 컬트 | 처음 봤다 치죠 | 백돌 |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 오리발을 가져가는 여자들 | 슬픔이 나를 사랑하여 산책하고 | 우리가 가보지 못한 어딘가 해설 삶보다 더 큰·김보경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김소형 (지은이)

201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ㅅㅜㅍ』 『좋은 곳에 갈 거예요』 등이 있다. ‘작란(作亂)’ 동인이다.

김소형(지은이)의 말 “추모하는 간식이야. 영혼을 위해 두는 거지.”

너는 포장을 살짝 찢어두었다.

죽은 그 애의 꿈은 사람.

젤리는 서늘하고 그리운 맛이었다.

2026년 10월 김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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