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보험료를 1000만원 이하로 내고 누적 연금으로 1억원 넘게 받은 수급자가 2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 833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260개월 동안 총 1억1190만원을 받았다. 납부액과 수령액을 단순 비교하면 받은 연금이 낸 보험료의 10배를 넘는다. 해당 수급자 수와 납부·수령액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에는 보험료율이 지금보다 낮고 소득대체율은 높았다. 일부 고령 가입자는 제도 확대 과정에서 최소 가입기간 5년을 채우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례도 적용받았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10년 이상 가입해야 노령연금 수급 자격이 생긴다. 자료에는 보험료 1000만원 이하 수급자 가운데 누적 수령액이 5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20만2486명이라는 집계도 담겼다. 수급액과 납부액의 차이는 초기 제도의 조건, 가입기간과 연금 수령기간 등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1000만원 이하 납부자 1만9972명, 연금 1억원 넘어
최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를 1000만원 이하로 납부한 수급자는 75만8893명이었다. 이 가운데 누적 연금 수령액이 1억원을 넘은 사람은 1만997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보험료 납부액은 833만원, 평균 누적 수령액은 1억1190만원이었다. 연금 수령기간은 평균 260개월로, 21년 8개월에 해당한다. 평균 수령액을 기간으로 단순히 나누면 한 달에 약 43만원 수준이지만, 개인별 실제 월 지급액은 수급 시기와 물가 변동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같은 납부액 구간에서 누적 연금을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받은 사람은 20만2486명이었다. 수령액이 4000만원대인 사람은 10만4156명, 3000만원대는 10만5168명, 2000만원대는 12만4938명이었다. 각 수치는 납부 보험료가 1000만원 이하인 수급자 가운데 누적 수령액 구간별 인원이다. 전체 75만8893명 가운데 1억원 초과 수급자는 약 2.6%다. 평균 납부액과 평균 수령액을 나눈 13.4배라는 비교는 과거 납부한 보험료 총액과 현재까지 받은 연금 총액을 단순 비교한 값이다. 물가 변동이나 보험료 납부 시점 등을 반영한 투자수익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도입 당시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시작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기간 평균소득에 견줘 연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당시에는 보험료율이 낮고 소득대체율은 현재보다 높아, 제도 초기 가입자의 보험료 납부액과 이후 연금 수령액 사이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었다. 이후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인상됐고, 소득대체율은 낮아졌다.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율은 1993년 6%, 1998년 9%로 올랐으며 소득대체율은 1999년 60%로 조정된 뒤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가입기간 요건도 현재와 달랐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가입해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제도 도입과 적용 대상 확대 때는 일부 고령 가입자가 5년만 가입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노령연금이 도입됐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 특례는 1988년 제도 도입과 1995년 농어촌 지역, 1999년 도시지역 확대 과정에서 일정 연령 이상 가입자에게 적용됐으며 1999년까지 운영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초기의 높은 소득대체율을 적용받은 가입자와 특례연금으로 연금을 받아온 가입자 등 두 경로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납부한 보험료보다 받은 연금이 더 많은 가입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납부액보다 많이 받은 수급자 최소 326만명
국민연금공단 제출자료를 토대로 한 집계에서는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은 사람이 최소 326만147명으로 나타났다. 납부액이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인 수급자는 205만9542명이었고, 이 중 129만4563명은 누적 연금으로 2000만원 넘게 받았다. 이 구간에서 2억원 넘는 연금을 받은 사람은 329명이었다. 납부액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55만5232명,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에서는 26만8774명, 4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에서는 18만4720명이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많은 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연금 1억원 초과 수급자를 납부액 구간별로 보면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가 11만62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 11만1749명, 3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9만8256명, 4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8만6560명 순이었다. 아래는 1억원 초과 수급자의 납부액 구간별 인원이다.
| 납부 보험료 | 1억원 초과 수급자 |
|---|---|
| 1000만원 이하 | 1만9972명 |
|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 | 11만6226명 |
| 2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 | 11만1749명 |
|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 9만8256명 |
| 4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 8만6560명 |
보험료율 인상…재정수지 2050년 적자 전망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올해 9.5%이며 2033년까지 13%로 인상될 예정이다. 소득대체율은 올해부터 43%가 적용된다. 제도 초기에 적용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재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조건과 차이가 있다. 보험료율이 달라지는 가운데 국회예산정책처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의뢰로 작성한 ‘국민연금 시나리오별 재정 전망’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재정수지가 2050년 적자로 전환하고 적립기금은 2069년 소진될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전망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방안, 자동조정장치 도입, 국고 투입, 기금 운용수익률 제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최 의원은 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로 운영되도록 수급 구조와 재정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미래세대 부담까지 고려한 합리적인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에서 확인된 납부액과 누적 수령액은 현재까지 집계된 수급 현황이다. 보험료율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오를 예정이며, 재정 전망은 현행 제도가 이어지는 경우를 전제로 한 추정치다. 연금 수령액과 재정 전망은 가입·수급 조건 및 기금 운용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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