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살예방 6차 기본계획 확정…2030년 18.9명 목표

  • 입력 2026.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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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살예방 정책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책임지는 법정 기본계획으로 묶고 2030년까지 자살률을 18.9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회의에 앞서 의료·언론·법률·사회복지·심리·민간협력 분야 전문가와 자살유족, 청년 등으로 구성된 제4기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계획은 자살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채무와 빈곤, 사회적 고립, 돌봄·간병 부담 등 위험을 높이는 사회·경제적 요인도 정책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앞서 마련한 9대 분야 대책을 5대 전략으로 통합·조정하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행계획 및 추진실적을 관리·평가하기로 했다. 국가자살대응실 설치,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 자살위험군 발굴과 데이터 활용 개선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분야별 대책 묶어 법정 기본계획으로 확정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계부처 장관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자살예방정책의 중장기 목표와 추진 방향, 기본계획 수립, 부처 간 협조·조정, 민관협력 관련 사항을 심의한다. 이날 회의의 안건은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이었다.

제4기 민간위원은 의료, 언론, 법률, 사회복지, 심리, 민간협력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 자살유족, 청년 등으로 구성됐다. 한 총리는 위촉장을 전달하며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 아낌없이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민간위원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계획은 기존에 마련된 9대 분야 대책을 통합·조정·보완해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마련했고, 지난해 12월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이어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학생·청소년, 경제적 위기자, 자살 긴급대응, 자살 장소 관리, 미디어·온라인, 고립·위기가족, 돌봄·간병 부담, 특수직군·집단 보호, 범죄피해자 회복지원 등 9개 분야 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이 대책에 정신건강 치료와 인공지능·데이터 활용 등 추가 과제를 보태 하나의 정책 체계로 정리했다.

2030년까지 자살률 18.9명 이하 목표

정부가 제시한 기본계획의 비전은 ‘생명보호가 기본인 사회, 든든한 기본(B.A.S.I.C.)으로 완성하는 생명존중 대한민국’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생명보호의 주체가 되고 국민 누구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계획은 2024년 자살률 29.1명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33.3% 줄인 18.9명 이하를 목표로 잡았다. 정부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등 자살률이 높았던 국가의 감축 실적을 목표 설정 때 고려했다고 밝혔다.

구분자살률·사망자 수
2024년 자살률29.1명
2025년 자살률27.8명
2025년 1~7월 사망자8475명
2026년 1~7월 사망자7432명
전년 동기 대비 감소1043명·12.3%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자살률은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유명인 자살 영향 등으로 2012년 이후 최고치인 29.1명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27.8명으로 낮아졌다. 국가데이터처가 9월 23일 발표한 2026년 7월 자살사망통계 잠정치에서는 올해 1~7월 사망자가 743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475명보다 1043명, 12.3% 감소한 수치다. 정부는 2025년 10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감소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자살사망자 수에서 통상적 변동 범위를 넘어선 감소가 일관되게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계획은 기존 정책의 단일 부처 중심 접근, 신청주의 기반 지원, 근본 원인 해소 노력 부족, 데이터 근거 활용 미흡, 지방자치단체·민간 협력 부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정부는 9대 분야 대책을 B.A.S.I.C.이라는 5대 전략에 배치해 정책 간 연계를 높이고, 중앙부처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위기 대응부터 채무·고립 지원까지 확장

첫 번째 전략인 Basic Safety Net(생명지킴 안전망)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가와 지역사회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치료와 보호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부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해 자살시도 발생 상황을 국가 차원에서 확인하고 지역의 대응을 관리·지원할 계획이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은 센터당 2026년 5.0명에서 2027년 7.1명으로 늘린다. 입원하지 않는 자살시도자에게는 최대 24시간 일시보호서비스를 제공해 상담과 회복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로 연계한다.

응급이송체계를 개선하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현재 14개에서 2030년 17개로 확대한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도 2025년 93개소에서 2026년 100개소, 2027년 103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정신응급 필수의료 지정과 병상 확충, 고위험군 치료 거점의료기관 지정도 추진한다. 난치성 우울증 치료 보장성을 강화하고 가족상담의 인정 범위와 고위험군 급여 인정 횟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는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두 번째 Active Outreach(적극적 발굴 예방)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관계기관이 위험을 발견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의 고위험군 의뢰를 확대하고, 서비스를 거부한 자살시도자에게는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등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을 활용해 자살위험군을 찾고 연계하는 방안도 담겼다. 자살동기 정보는 현재 정신문제·경제문제·질병문제·가정문제 등을 포함한 7개 분류에서 27개로 세분화하고, 건강보험 및 사회보장급여 이력과 결합해 분석할 기반을 조성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험 예측과 지역별 동향 분석, 상담일지 작성과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업무 지원도 추진한다.

세 번째 Structural Support(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는 채무와 빈곤, 고립, 돌봄 부담을 자살예방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정부는 채무 구제 지원 제도를 한 번에 안내·연계하기 위한 전국민 채무상담 대표번호 1375 운영을 10월 시작한다고 밝혔다. 금융취약계층 대상 특화 금융상품 제공도 확대한다. 중위소득을 2027년 6.7% 인상하고 자살고위험군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한편, 가족휴가와 주야간 보호, 돌봄휴직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 계획이다.

대상별 책임 부처 지정하고 이행 실적 평가

네 번째 Integrated Care(맞춤 통합형 자살예방정책)는 학생·청소년, 범죄피해자, 특수직군, 자살유족 등 대상별 특성과 위험 경로에 맞춰 예방·치료·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전략이다. 대상별로 교육부는 청소년, 법무부는 범죄피해자, 경찰청은 경찰, 국방부는 군인, 소방청은 소방, 병무청은 병역의무자를 맡는다. 감정노동자는 고용노동부, 채무 문제는 금융위원회, 빈곤·고립·돌봄 부담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다.

학생·청소년 대책에는 경쟁·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질문과 토론 중심의 수업문화를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생마음건강 실태조사로 위험 요인을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마련하고, 진로·학업 스트레스 완화와 공동체 관계 개선, 위클래스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추진한다. 학생 자살예방교육과 정서교육, 교원교육을 내실화하고 「학생마음건강지원법」 제정도 계획에 담겼다. 범죄피해자는 수사 단계 전 과정에서 위험을 확인해 지원하고, 스마일센터와 유가족 자조모임을 운영한다.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이나 ‘동반자살’이 아닌 ‘아동살해’로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경찰·해경·소방·군인 등 특수직군에는 직군별 예방·진단·치료·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확인된 고위험군은 자살예방센터에 연계해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감정노동자와 재난피해자에 대한 보호·회복 지원도 추진한다. 자살유족 지원은 2026년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고,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유족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운영한다. 사건 발생 직후 개입해 원인 규명과 심리 안정을 돕는 ‘유족보호관’ 제도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섯 번째 Community Accountability(국가·사회 책임 강화)는 지방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지역 중심의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지자체별 자살률과 예방 노력 등을 자살예방 이행계획을 통해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며, 우수기관에는 포상과 재정 지원을 연계한다. 지자체 합동평가와 지역안전지수, 사회보장평가 등 기존 평가체계와 자살예방 정책의 연계도 강화하고 민간 활동과 민관 협력을 확대한다.

법정계획 확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과 시·도는 기본계획에 맞춘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실적을 관리·평가하게 된다. 각 부처는 담당 대상과 정책에 맞는 결과 중심 중간지표를 설정하며 국무조정실이 이행 상황을 관리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년 시행계획을 평가한다. 지방자치단체 평가는 자살률뿐 아니라 예방 정책 추진 노력도 함께 살피며, 평가 결과는 일정한 유예기간을 둔 뒤 공개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며 “자살은 특정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지방정부별 실적을 살피고 현장에서 효과를 거둔 사례를 확산하겠다며 우수한 노력을 이어가는 지방정부에 평가와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본계획에 따라 중앙부처와 시·도의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실적 평가와 결과 공개, 포상·재정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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