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두운 방에서

  • 입력 2026.09.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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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제공

「어두운 방에서」이 2026년 9월 20일 나왔다. 지은이는 브라이언 딜런 지음, 서민아 옮김이다. 펴낸 곳은 을유문화사이다.

분야는 에세이, 정가는 18,500원, ISBN은 9788932476520이다.

책소개는 다음과 같다.

인생과 비평을 하나의 타래로 엮는 에세이스트 브라이언 딜런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데뷔작 브라이언 딜런은 문학과 시각 예술을 비평하면서 그 비평을 시도하는 자신을 동시에 바라보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딜런은 그 예술들을 객관적인 관찰 대상이 아니라 애정을 통해 자신이 직접 구축한 주관적 세계 안으로 포섭한다. 따라서 그의 비평은 모두 ‘나를 둘러싼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그가 쓴 글은 소위 ‘에세이’로 불리는 장르와 본격 비평 사이에서 독특한 영역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최근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에세이즘』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그렇다면 딜런이 자기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글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문학과 미술, 영화가 그의 삶 안에 녹아 들어 있다면, 비평할 때와는 반대로 그 예술 작품들이 그의 영혼과 과거 속으로 파고들까? 그가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회고하는 에세이 『어두운 방에서』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삶이 예술 및 비평 개념과 끈끈하고 절박하게 연결돼 있음을 고백하는데, 이는 곧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서의 자기 기반을 온전히 드러내 놓는 행위다. 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점은 『어두운 방에서』가 딜런이 처음으로 쓴 책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그는 이 첫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떤 부류의 비평가이자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알리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작업을 펼쳐 나갈지 공표하는 듯하다.

우울한 과거를 이해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이해가 실패했을 때 얻게 되는 것 『어두운 방에서』는 그가 십 대 중반일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대학 입학 직후에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작고한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다룬다. 이 기억들은 늘 어떤 공간이나 사물을 통해 발현된다.

어떤 매개체가 그의 내면에 인상을 불러일으키고 나면, 그는 그 인상의 형태와 함께 그것이 호출된 경위를 추적한다. 이는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사물과 공간이 품고 있는 규칙과 주제 의식을 살펴 봄으로써 파편처럼 흩어져 버린 자기 과거에 어떤 경향을 부여하려는 본능적인 시도다.

예를 들어 그와 가족들이 함께 살면서 슬픔과 우울을 이겨내야 했던 집은 특정 공간이 인간의 내면에 어떤 종류의 압력을 가하는지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그의 부모님이 남긴 쪽글과 메모 들은 언어를 손으로 직접 쓴다는 행위 자체가 담고 있는 의지와 욕망에 관한 탐구로 연결된다.

이러한 탐구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물은 사진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사들인 관광지 사진첩 속에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그 무렵의 어머니와 거의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그 사진이 찍혔을 무렵 어머니가 그곳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도출해 내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어머니가 그곳에 마치 기적처럼 현현한 것 같다는 부조리한 믿음을 지워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관광지는 몸이 아픈 자들에게 기적을 베푼다는 루르드였고, 수년째 면역 질환을 앓고 있던 그의 어머니는 그곳에 가면 지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곤 했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은 불치병을 이겨내고 싶었던 어머니의 마음과 그런 어머니를 무기력하게 바라보던 딜런 자신의 마음을 동시에 불러내고, 그 과거의 마음들은 현재의 딜런 자신과 충돌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품고 있던 한 줌의 희망, 이미 실패한 것으로 확인된 그 희망이 현재의 딜런에게 이상한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 원리를 설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대신에 바르트와 나보코프, 벤야민과 프루스트를 순차적으로 호출해 보지만, 그들의 증언 역시 일관적이다. 사진이 지닌 힘은 완전히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딜런의 과거가 묻어 있는 다른 사물들과 공간들 역시 사진과 비슷한 경험을 가져다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통지를 전해 들었던 그의 침실과 그곳의 창문, 가족을 위해 학업을 포기한 아버지가 쓴 두 편의 시, 푸른 유리로 만든 재떨이, 어머니가 애용하던 아름답고 파란 볼펜…… 이 모든 사물은 그의 이해를 거부하지만, 그렇게 수수께끼로 남음으로써 더욱 신비하고 애틋한 것이 된다.

결국, 『어두운 방에서』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장악하려는 지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삶 그 자체를 스케치하는 책으로 변한다. 거의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그의 부모님 묘비처럼, 딜런에게 삶은 서술이 아니라 묘사하는 것으로 변해 간다.

하지만 『어두운 방에서』가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럼에도 그가 모든 과거를 수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어둠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특히 그가 가족의 과거를 끊임없이 파고들면서도 두 동생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위화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달리 말하자면 삶 자체가 지닌 경외감은 그 삶을 살아온 딜런 자신보다 더 커다란 것이어서, 이제 막 첫 번째 책을 탈고한 이 젊은 비평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하지만 이 첫걸음 속에는 훗날 삶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 그가 다시는 마주치지 못하는 순수한 불가능들이 거의 만져질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있다. 오직 미약한 이들에게만 다가오는 이 신비는 딜런의 모든 글 가운데 이 책 안에 가장 짙게,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담겨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집 사물 사진 몸 장소 코다

지은이 소개는 다음과 같다.

브라이언 딜런 (Brian Dillon) (지은이)

1969년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 전통적인 비평과 자전적 글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에세이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저서로 『상상병 환자들』, 『에세이즘』, 『한 문장이 있다고 해 보자』, 『어두운 방에서』(이상 국내 출간), 『거울 속 오브제들Objects in This Mirror』, 『대폭발The Great Explosion』, 『끌림Affinities』 등이 있으며, 『가디언』, 『뉴욕 타임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프리즈』, 『아트포럼』 등에 문학 및 예술에 관한 다양한 글을 기 1969년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

전통적인 비평과 자전적 글쓰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에세이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저서로 『상상병 환자들』, 『에세이즘』, 『한 문장이 있다고 해 보자』, 『어두운 방에서』(이상 국내 출간), 『거울 속 오브제들Objects in This Mirror』, 『대폭발The Great Explosion』, 『끌림Affinities』 등이 있으며, 『가디언』, 『뉴욕 타임스』, 『런던 리뷰 오브 북스』, 『프리즈』, 『아트포럼』 등에 문학 및 예술에 관한 다양한 글을 기고 중이다.

서민아 (옮긴이)

글자로 이루어진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번역을 하고 있다.  『라스트 데이즈』, 『필로우맨』, 『송골매를 찾아서』, 『자전소설 쓰는 법』, 『에딘버러』, 『은여우 길들이기』 등 여러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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