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8월 21일, 소련 정부는 연해주 일대에 거주하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와 카사흐스탄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19세 대학생이었던 한글문학평론가 정상진은 “일본 간첩 혐의를 씌워 고려인을 탄압하고 재산을 몰수했던 비인도적인 범죄 행위였다”고 회고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지식인과 인테리들이 재판도 없이 총살당했으며, 고려인들이 일궈온 606개의 마을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낯선 초원에서 땅굴을 파고 겨울을 나야 했다. 병원과 약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추위와 질병으로 수많은 노인과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정상진은 당시의 참상을 목격하며 느꼈던 비통함을 전하며, 스탈린 체제가 저지른 민족말살정책이 훗날 소련 붕괴의 징조가 되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극 속에서도 카사흐스탄 주민들의 도움은 고려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정상진은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카사흐인들이 먼저 다가와 빵을 나누어 주며 우리를 형제처럼 받아주었다”고 밝혔다. 오늘날 고려인들은 카사흐스탄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현지 사회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이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공동체를 일궈낸 고려인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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