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숙 지음 『질문하는 SF』가 현실문화에서 2026년 9월 14일 출간된다. 부제는 ‘54가지 질문으로 읽는 SF 소설’로, 테드 창, 옥타비아 버틀러, 류츠신, 켄 리우, 김초엽, 김보영 등 국내외 SF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읽어가며 인간, 사랑, 가족, 생명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 책이다.
SF가 던지는 질문들
책은 AI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 죽은 뒤에도 디지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나’를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시간여행과 멀티버스, AI와 사이보그, 복제인간과 디지털 망자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삶에 관한 뜻밖의 질문들이 이어진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저자는 SF를 읽는 경험이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동시에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읽는 일이라고 본다.
가속화 사회에서의 우선멈춤
책은 AI와 과학기술이 바꾸는 미래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바꾸는지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사용법부터 익히는 현실 속에서, 어떤 기술을 누구를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지는 언제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SF를 미래를 예언하는 장르가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사고실험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가속화 사회’ 속 ‘우선멈춤의 사유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책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로운 조건 속에서 다시 꺼내놓는다.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과 감정을 갖더라도 여전히 기계인지, 뇌에 기계장치를 이식하거나 기억과 의식을 디지털 정보로 옮긴 인간, 죽은 뒤에도 데이터로 남아 대화하는 존재를 같은 의미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묻는다. 멀티버스가 가능하다면 무수한 ‘나’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인지, 복제된 인간은 원본보다 덜 인간적인지도 다룬다. 출산이 생식 기술의 영역으로 옮겨갈 때 가족과 부모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죽은 사람의 기억과 말투를 데이터로 복원할 수 있다면 죽음은 어느 순간에 완성되는지도 책이 던지는 질문에 포함된다.
기술이 아닌 선택이 만드는 미래
책은 미래를 기술 발전의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무엇을 연구하고 개발할지, 어디에 자본을 투입할지, 어떤 기술을 누구에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사회이며, 그 뒤에는 기업과 국가, 연구기관과 자본, 법과 정치가 있다는 것이다. 류츠신의 『삼체』를 통해 과학과 정치의 관계를 묻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같은 기술도 선택에 따라 자유의 수단이 되거나 통제와 착취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미래는 지금 우리가 내리는 판단과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열려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여섯 개 장으로 엮은 54가지 질문
책은 프롤로그에 이어 총 6개 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사이보그 사회와 AI’는 이언 매큐언의 『나 같은 기계들』, 김초엽의 『파견자들』, 테드 창의 「옴팔로스」 등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 사이보그의 정체성을 다룬다. 2장 ‘멀티버스와 시간여행’은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 류츠신의 『삼체』 등을 통해 다중우주와 시간여행의 상상력을 살핀다.
3장 ‘과학기술과 비/인간화’는 그렉 이건의 「우리 사이의 간극」, 김초엽의 「숨그림자」,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을 다루며, 4장 ‘네트워크로 엮인 AI와 인간’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 등을 통해 AI와 인간의 관계를 짚는다. 5장 ‘인구 재생산과 생명 정치’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 애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 등으로 출산과 복제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6장 ‘디지털 망자와 포스트휴먼’은 켄 리우의 「곁」, 박해울의 『세 개의 적』, 세쿼이아 나가마쓰의 여러 작품을 통해 디지털 망자와 죽음의 문제를 살핀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지은이 최기숙은 연세대학교 한국학협동과정 교수로, 한국 고전문학을 포함해 한국과 세계의 문학, 문화, 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다. 『계류자들: 요괴에서 좀비, 영혼 체인지, 포스트휴먼까지, 아시아 귀신담의 계보』(2022), 『처녀귀신』(2010), 『환상』(2003) 등을 출간했다. 최근에는 AI 시대에 인문학이 모색해야 할 방향 전환과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며, SF 작가들의 상상력과 통찰을 인문학적 자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최기숙 |
| 출판사 | 현실문화 |
| 출간일 | 2026년 9월 14일 |
| 분야 | 인문학 |
| 정가 | 22,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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