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음의 책…1000여 점 도판으로 되짚은 죽음의 문화사

  • 입력 2026.08.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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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봄 제공

죽음을 주제로 한 시각 문화사를 담은 책 「죽음의 책」이 출간됐다. 조애나 에번스타인이 엮고 김승진이 옮긴 이 책은 오월의봄에서 2026년 8월 18일 펴냈으며, 기원전 60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대와 지역의 예술 작품 1,000여 점을 통해 인류가 죽음을 어떻게 그리고 기억해왔는지를 다룬다. 미술 작품과 책, 삽화, 판화, 조각, 사진, 엽서, 장서표, 대중문화 인쇄물, 범죄 현장 미니어처, 연극 무대에 이르기까지 죽음과 관련된 시각 자료가 폭넓게 수록됐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전통

책은 인류가 오랫동안 죽음을 삶과 멀리 떨어뜨려 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고대 로마 시기부터 이어진 ‘메멘토 모리’ 모티프는 보는 이에게 자신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해골이나 시체가 춤을 추며 신분과 무관하게 사람들을 무덤으로 이끄는 모습을 그린 ‘죽음의 무도’ 장르 역시 이러한 메멘토 모리 전통의 한 갈래로 소개된다. 책은 죽음을 가까이 두고 그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삶을 온전히 누리는 과정으로 여겨졌다고 짚는다.

병원 뒤로 격리된 죽음, 다시 일상으로

책은 지금의 죽음이 제도와 병원 뒤로 밀려나 있다는 점도 짚는다. 과거에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집에서 죽는 것이 이상적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고 이후 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죽음은 일상의 눈에서 점차 멀어지고 금기의 영역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책은 각기 다른 시대와 지역의 죽음 문화를 예술과 문화의 언어로 꺼내놓으면서, 독자가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7개 장과 전문가 19명의 에세이

책은 7개 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에는 사상가, 예술가, 수집가, 큐레이터, 연구자 등 전문가 19명의 에세이가 함께 실렸다. 1장 ‘죽음의 예술’은 삶이 끝나고 시신이 되는 경계의 순간을 다루며, 아름다운 시신의 유혹과 가톨릭 성인의 순교, 프랑스대혁명 당시 단두대를 둘러싼 논쟁 등을 소개한다. 2장 ‘죽음의 탐구’는 해부학이 새로운 학문으로 자리잡으며 인체의 해부학적 표현에 담긴 은유적·형이상학적 의미와 인체 유해의 보존 기법을 다룬다. 3장 ‘죽은 자의 기억’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 제작과 멕시코 ‘망자의 날’ 같은 추모 의례를 통해 애도의 물질문화를 살핀다.

4장 ‘죽음의 의인화’는 해골로 표현된 죽음이 인간을 짓밟는 ‘죽음의 승리’ 모티프와 ‘죽음의 무도’, 그리고 죽음과 섹슈얼리티가 교차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들을 다룬다. 5장 ‘죽음의 상징’은 해골과 두개골이 메멘토 모리와 바니타스 전통에서 맡아온 역할을 짚으며, 뼈와 해골의 해부학적 묘사가 두드러진 바로크 시대 작품들을 살핀다. 6장 ‘죽음 엔터테인먼트’는 공포와 고통에서 오히려 쾌락을 이끌어내는 대중 오락과 예술을 다루고,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가 1756년 ‘숭고’에 대해 쓴 언명을 함께 소개한다. 마지막 7장 ‘삶 이후의 죽은 자들’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적 공간과 망자와 맺는 관계를 상상한 이미지들을 다룬다.

지은이는 누구인가

엮은이 조애나 에번스타인은 죽음과 문화, 예술과 의학의 교차점을 탐구해온 죽음 시각 문화사 연구자다. ‘죽음의 해부학’ 블로그를 만들었고, 브루클린에 있던 ‘죽음의 해부학 뮤지엄’의 공동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저서로 「죽음의 해부학 모음집」(2014), 「해부학적 비너스」(2016), 「아나토미카」(2020), 「메멘토 모리」(2024) 등이 있으며, 미술과 의학, 죽음과 문화가 만나는 주제로 세계 각국에서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옮긴이 김승진

옮긴이 김승진은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고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언보틀드」 「질서 없음」 「권력과 진보」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사고는 없다」 「커리어 그리고 가정」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그날 밤 체르노빌」 「아마존 디스토피아」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등이 있다.

구분내용
지은이조애나 에번스타인 지음, 김승진 옮김
출판사오월의봄
출간일2026년 8월 18일
분야인문학
정가5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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