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비오 란자 지음, 설재희·이종식 옮김 『비판의 종언』이 글항아리에서 2026년 9월 1일 출간된다. 부제는 '장기 1960년대 글로벌 마오주의와 미국의 아시아학'이며, 사회과학 분야로 정가는 28,000원이다.
이 책이 다루는 문제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과 미국 학생운동, 중국 문화대혁명이 겹치던 시기, 미국 학계 내부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 중심에는 '우려하는 아시아학 연구자 위원회'(CCAS)가 있었다. 애리조나대학 역사학·동아시아학 교수인 지은이 파비오 란자는 이 젊은 학자-운동가 집단의 궤적을 추적하며, 순수한 학문적 객관성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냉전 정책과 공모해온 기존 아시아 지역학의 구조적 모순을 짚는다. 동시에 마오주의 중국이 서구 지식인들에게 단순한 연구 대상을 넘어 대안적 정치와 노동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지적 욕망의 대상으로 기능했던 역설적 과정을 조명한다.
냉전 학계의 '가치중립' 신화
책은 존 페어뱅크를 비롯한 냉전기 아시아 연구 주도 학자들과 현대화론 학파가 실상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베트남 전쟁과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고 짚는다. 매카시즘 이후 미국 학계가 내세운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과학'은 실제로는 미국 패권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아시아를 재단하는 도구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문 연구와 연구자금, 국가권력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렸는지를 추적한다. 1968년 결성된 CCAS는 대학원생과 소장파 연구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학문과 행동의 분리를 거부하고 지식 생산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했다. 이들에게 문화대혁명 시기 지식인과 노동자의 위계가 흔들리고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떠오르는 모습은 깊은 지적 충격을 안겼다.
CCAS의 해산과 역사적 반전
책은 CCAS가 맞닥뜨린 역사적 반전도 짚는다. 1975년 하노이 정권이 사이공의 남부 군사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약 150만 명의 베트남인이 탈출해 보트피플이 됐고, 1976년 마오 사망 이후 중국 정부는 최소 4000만 명의 죽음을 초래한 그의 정책 일부를 공식화했다. 1975년부터 집권한 폴 포트의 크메르 루주는 대량학살을 자행했고,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과 1979년 중국의 베트남 침공이 이어졌다. 아시아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반제국주의 해방 세력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CCAS는 1979년 해산됐다. 책은 이 흐름 속에서 CCAS의 급진적 목소리가 제도 안으로 흡수되거나 냉전적 현실주의에 자리를 내주며 소멸해간 과정을 기록한다.
목차로 보는 구성
책은 한국어판 서문과 감사의 말에 이어, 서론 '끝과 시작에서, 혹은 중국이 실재했을 때'로 시작한다. 1장 '미국의 아시아: 중국의 재발견, 지식의 재고', 2장 '학자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학계에서의 급진주의적 실천', 3장 '바라보기와 이해하기: 욕망의 장소로서의 중국', 4장 '테르미도르 반동: 글로벌 마오주의와 그 종언'으로 이어진다. 이후 에필로그 '다시, 일개 지역으로: 1980~1990년대 '중국'의 운명'으로 마무리되며, 주와 옮긴이 해제, 찾아보기가 함께 수록됐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파비오 란자는 애리조나주립대학 역사학과와 동아시아학과에서 중국 근현대사를 가르치며, 중화인민공화국 사회사와 문화대혁명사, 중국 근현대 학생운동사, 역사학 이론을 연구해왔다. 『문 뒤에서: 베이징에서 학생의 발명』, 『냉전사 탈중심화하기: 로컬 및 글로벌 변화』, 『도시 혁명: 베이징의 인민공사』 등을 쓰고 엮었다. 옮긴이 설재희는 고려대 사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매사추세츠대학에서 근현대 중국의 과학과 사회, 공공역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새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20세기 중국의 과학·정치·환경사를 고찰하는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이종식은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로, 고려대 사학과에서 학·석사를, 하버드대학 과학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근현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과학사학과 과학기술학, 아시아학, 동물 연구를 아우르는 연구를 해왔으며, 근간 예정인 『인민을 넘어서는 인민공사: 마오 시대 중국의 수의 노동자와 비인간 동물』을 썼고, 『배설 스펙터클』, 『서양 과학은 없다』, 『붉은 녹색혁명』, 『탄소 기술관료주의』, 『리센코의 망령』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 구분 | 내용 |
|---|---|
| 지은이 | 파비오 란자 지음, 설재희·이종식 옮김 |
| 출판사 | 글항아리 |
| 출간일 | 2026년 9월 1일 |
| 분야 | 사회과학 |
| 정가 | 2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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